폐암에 좋은 비타민C?' 영양제로는 효과 없어요
폐암의 위험성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진 비타민C가 음식을 통해 섭취할 때는 실제로 위험성을 낮추지만 영양제 등 보충제 형태로 먹는다면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타민C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1992년부터 2018년까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20건의 코호트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메타분석 전문가인 명승권 원장은 주요 의학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PubMed) 및 엠베이스(EMBASE)에서 문헌검색을 통해 최종적으로 선정된 20건의 코호트 연구 결과를 종합해 메타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 전반적인 비타민 C 섭취와 폐암 위험 사이에는 상대위험도(RR/HR)가 0.90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공급원별 하위 그룹 메타분석에서는 섭취 방법에 따라 폐암의 위험성을 낮추는 효과가 나타났다. 음식을 통해 비타민C를 섭취한 14개 코호트 연구에서는 폐암의 상대위험도가 0.82로 18% 낮아지는 모습(95% 신뢰구간 0.73-0.92)을 보인 데 비해 영양제 등 보충제로 먹은 4개 코호트 연구에서는 상대위험도가 1.01(95% 신뢰구간 0.84-1.22)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연구를 주도한 책임저자인 명승권 원장은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사람을 대상으로 관찰하는 역학 연구를 종합하면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경우 암과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30% 내외로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 이유 중의 하나로 "과일과 채소에는 암을 유발하는 활성산소종을 억제하는 항산화제가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원장은 이어 "비타민C는 강력한 항산화제 중 하나로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는 경우 많은 종류의 암을 예방할 수 있고 특히 암으로 인한 사망률에서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하는 폐암의 발생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관찰하는 역학 연구 중 근거 수준이 가장 높은 코호트 연구 결과를 보면 비타민C를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과 보충제로 먹는 것에 따라 폐암 예방의 효과가 차이가 있어 비타민C 공급원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 코호트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을 시행하게 됐다”고 이번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건의 코호트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음식을 통한 비타민C 섭취는 폐암의 위험성을 18% 낮추지만, 영양제와 같이 보충제의 형태로 먹는 경우에는 효과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차이의 원인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명 원장은 "음식을 통해 비타민C를 섭취하는 경우에는 비타민C뿐만 아니라 다른 항산화제 및 영양물질이 함께 섭취돼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관찰될 수 있지만 비타민C 보충제 단독으로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며 "다른 하나는 활성산소종이 암이나 심혈관질환을 유발하지만 반대로 미생물이나 외부 물질을 제거하는 긍정적인 기능이 있는데 비타민C와 같은 항산화제를 장기적으로 섭취하는 경우 오히려 외부 물질에 대한 방어 및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점”이라고 공급원에 따른 효과 차이를 설명했다.
원장은 "폐암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이 절대적"이라며 "비타민C 같은 항산화제나 여러 영양물질은 보충제가 아닌 음식의 형태로 골고루 섭취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타민, 오메가3 지방산, 유산균, 칼슘, 글루코사민 등 건강기능식품은 최근까지 임상시험 및 이를 종합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없거나 희박하며 오히려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임상적으로 근거가 확립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말고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표준체중을 유지하는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을 통해 암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고 이번 논문의 함의를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베트남 출신의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 대학원생 줭 쩡(Dung V. Tran)이 제1저자로, 명 원장이 교신저자로 참여해 종양학 SCIE 국제학술지인 ‘온콜로지 레터즈(Oncology Letters)’에 지난달 온라인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