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vs 증여" 배우자에게 재산 남길 때 뭐가 더 유리할까?
최근 시한부 판정을 받은 김법률(가명) 씨는 자신이 죽고 난 후 혼자 남을 아내 생각에 걱정이 태산입니다. 특히 현재 김씨 명의로 돼있는 예금 15억원을 죽기 전 아내에게 미리 증여해야 할지 아니면 사후 상속재산으로 남겨야 할지 고민이 큽니다. 상속과 증여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아내가 부담해야 할 세금이 줄어들까요?
상속과 증여는 자칫 비슷해보일 수 있지만 그 방식과 세금 부과 절차 등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상속은 사망이라는 불가항력의 사유로 재산을 주는 행위인 반면, 증여는 인위적인 재산의 이전으로 수증자의 재산이 늘어나는 구조를 지닙니다. 아울러 증여는 재산을 넘겨주는 사람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재산을 넘겨주는 것이지만 상속은 재산을 넘겨주는 사람이 죽은 후 유언 또는 법정 상속을 통해 재산이 이전됩니다. 그 대상 또한 다른데요. 증여는 친족뿐 아니라 피가 섞이지 않은 제3자에게도 가능합니다. 반면 상속권은 법률상 4촌 이내의 방계혈족에게만 주어집니다.
물론 상속·증여 모두 타인에게서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받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한 두 개념 모두 누군가에게서 원인 없이 무상으로 재산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국가에서 세금을 거둬갑니다. 이때 상속세와 증여세의 세율은 같습니다. 과세표준에 따라 10~50%입니다. 공제한도 등을 제한 후의 과세표준이 1억원 이하일 경우 10%, 1억원 초과~5억원 이하일 때는 20%,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일 때는 30%,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일 때는 40%이며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50%가 부과됩니다.
다만 세금 계산 방식이 나뉘는데요. 상속세는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한 후 상속 비율에 따라 나눠서 세금을 냅니다. 이를 유산세 방식이라고 합니다. 한편 증여세는 증여 재산을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나누고 그 재산 가액을 기준으로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납부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사례로 돌아가볼까요? 우선 김씨가 증여를 선택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가족 또는 친족 간에는 증여시 일정액의 세금이 공제되는데 이를 증여공제라고 합니다. 배우자 증여공제액은 10년 간 6억원입니다. 김씨가 아내에게 예금을 한번에 증여할 경우 15억원에서 6억원을 뺀 9억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납부하면 됩니다.
만일 두 사람 사이 자녀가 있다면 자녀가 받는 증여액에 따라 세금은 달라집니다. 아내와 자녀에게 공평하게 7억5000만원씩 증여한다면 증여세 과세표준은 아내가 1억5000만원, 자녀는 7억원이므로 각각 20%와 30%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자녀 증여공제액은 5000만원이기 때문입니다.
증여재산공제는 10년 단위로 갱신됩니다. 김씨가 10년 단위로 재산을 여러번 나눠 증여한다면 납부할 세금이 아예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김씨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상태이므로 이 방법은 고려하기 어려울 텐데요.
반대로 김씨가 사전에 증여를 하지 않은 채 사망해 상속이 진행된다면 먼저 상속받은 재산가액 15억원에 대한 세금을 계산해야 합니다. 상속세도 배우자 공제 제도를 두고 있는데요.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이 5억원 미만이면 5억원까지이며 그 이상이라도 최대 30억원을 넘진 못합니다. 김씨 가족이 아내밖에 없고 상속재산도 아파트 1채뿐이라면 아내가 내야 할 상속세는 없습니다.
자녀가 있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상속인인 자녀가 상속세를 신고기한 내 신고했다면 5억원의 일괄 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즉 김씨 가족 구성원이 배우자와 자녀 1명의 총 3인이었다면 배우자 공제 5억원에 일괄 공제 5억원을 합해 총 10억원의 공제 혜택이 주어집니다. 따라서 5억원에 대한 상속세인 1억원만 내면 됩니다.
이때 상속세는 배우자와 자녀가 상속지분비율로 안분해 부담합니다. 배우자의 상속지분비율은 1.5이며 자녀는 1입니다. 즉 아내가 6000만원, 자녀는 4000만원의 세금을 부과받습니다.
상속인이 배우자 없이 자녀로만 구성됐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 5억원의 일괄공제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부터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기초공제 2억원에 기타 인적공제를 합산한 금액 중 큰 금액을 공제합니다. 자녀공제액은 자녀가 성년일 때 1인당 5000만원, 미성년일 때 1인당 1000만원에 19세까지의 잔여연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정산합니다. 다시 말해 성년인 자녀가 7인 이상이라면 최소 5억5000만원이 공제되나 그보다 적다면 5억원까지만 공제된다는 의미입니다.
상속과 증여 두 가지 방법 모두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증여공제한도액만큼 사전에 미리 증여하고 남은 재산만 상속분으로 남겨두는 식이죠. 그러나 상속개시 전 1년 이내의 증여한 몫은 상속재산에 포함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해외 배우자 증여·상속 공제는
외국은 상속 및 증여세에 대해 어떤 공제 제도를 두고 있을까요?
미국은 사망함으로써 발생한 상속재산이 미국 시민권자인 배우자에게 이전될 때 별도의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배우자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경우에 한해 공제한도를 15만7000달러(한화 약 2억2500만원)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아울러 자녀가 납부해야 할 상속·증여세의 통합 공제 한도도 상당히 고액입니다. 부모 1인당 총 1170만달러(한화 약 138억원)으로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최대 한도까지 자녀에게 상속·증여한다면 2340만달러(276억원)를 비과세로 넘겨줄 수 있는 겁니다.
일본에도 '배우자 세액경감 제도'라는 이름의 배우자 공제 제도가 있습니다. 배우자가 상속받은 재산이 1억6000만엔(한화 약 15억3000만원) 이내라면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증여공제는 한국처럼 10년이 아닌 1년간 증여액에 따라 진행됩니다. 아울러 공제 유형도 무척 다양한 편인데요. 결혼이나 육아자금에는 1000만엔(한화 약 1억원), 교육 비용에는 1500만엔(한화 약 1억5500만원), 집을 샀다면 최대 1200만엔(한화 약 1억2400만원)까지 각각 공제해줍니다.
영국의 상속세는 한 개인의 생애 동안 발생한 증여와 사망한 시점에서의 재산에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상속세와 증여세가 모두 존재하지만 영국은 상속세만 존재하고 증여는 자본이득의 차원에서 과세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40%의 다소 높은 상속세율을 일괄 적용합니다. 그러나 배우자에게 사전 증여했거나 상속된 재산에는 금액 제한 없이 세금을 물리지 않습니다. 아울러 연간 면세라는 개념도 두고 있는데요. 누구에게 받은 재산이든 일단 상속세 면세점에 해당하는 금액인 32만5000파운드(한화 약 5억5200만원) 이하에 해당한다면 납부할 상속세는 0원입니다.
부부 일방이 먼저 사망하면 이 면세 액수가 생존 배우자에게 양도될 수도 있습니다. 즉 일방 배우자가 평생 증여나 상속받은 재산 없이 사망했다면 남은 배우자는 생전 65만파운드를 면세받을 수 있는 셈입니다.
#법률N미디어 정영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