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코티(COTY, Car Of The Year)’라고 불리는 올해의 차는 당해 출시된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 수십 대를 대상으로 그 해 최고의 자동차를 선정하는 행사다. 한 해 출시된 신차 중 최고를 가리는 자리인 만큼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모델은 차량 등급과 무관하게 가려진다. 억대가 넘는 고급 승용차, 때로는 경차나 소형차가 최종 수상 모델로 선정될 수 있다.
이처럼 전 세계 모든 COTY는 공통적으로 한 해 출시된 신차를 대상으로 하기에 등급과 무관한 심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각 차량은 고유의 시장 가치와 크기, 가격 등으로 세그먼트(segment)가 나뉜다. 일종의 차량 등급이다. 해당 차량이 속한 그룹에서는 비슷한 등급 모델들이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에 오토뷰와 중앙일보가 ‘세그먼트 챔피언 2021’을 진행하기로 했다. 동일한 그룹에서 경쟁하는 모델들을 한곳에 모아 경쟁 모델 중 최고를 뽑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COTY에 참여하는 전문 심사위원들을 불러 모으고, 해당 세그먼트 별로 특화된 평가를 도입했다.
첫 번째 세그먼트 어워드(동급 최고 모델 선정) 대상은 ‘중형 픽업트럭’ 그룹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픽업트럭은 국내소비자들에게 관심 밖 차종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캠핑, 차박 등 레저활동에 특화됐고 모노코크 기반 차량은 엄두도 못 낼(랜드로버 제외) 견인중량도 무기다. 화물차로 분류돼 차량 구입 시 개별소비세와 교육세가 면제될 뿐만 아니라 배기량에 상관없이 연간 자동차세가 2만 8500원에 불과한 세금 혜택도 무시할 수 없다.
비교 평가 모델은 쉐보레 콜로라도, 포드 레인저, 지프 글래디에이터를 대상으로 했다. 모두 수입 중형 픽업트럭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1위를 차지한 쉐보레 콜로라도
각 모델의 경쟁력을 집중 비교해 수입 중형 픽업트럭의 최강자를 가린 결과 최종 우승 모델은 쉐보레 콜로라도로 선정됐다. 쉐보레 콜로라도가 어떤 부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 확인해보자. 단, 2~3위 모델 보호를 위해 1위만 모델명과 점수를 공개하고 나머지는 직접 노출하지 않기로 했다.
트럭베드 (화물 적재 공간)
평가의 시작은 픽업트럭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트럭베드(트럭의 화물 적재공간) 확인이다. 화물칸의 경쟁력이 곧 픽업트럭의 경쟁력과 연결된다. 먼저 테일게이트(열고 닫을 수 있는 문)부터 확인했다. 콜로라도와 글래디에이터는 손잡이를 당기고 손을 놓아도 부드럽고 안전하게 문이 내려왔다. 반면 레인저는 별도의 감쇠력 장치를 갖추고 있지 않아 ‘쿵’하고 문이 열렸다.
트럭베드의 내부 코팅 상태도 꼼꼼히 점검했다. 3개 모델 모두 플라스틱 패널을 덧대지 않고 스프레이 코팅을 활용해 꼼꼼히 마감했다. 콜로라도와 글래디에이터는 다소 뻣뻣한 소재로 코팅되어 있어 물건이 미끄러지지 않게 만들었지만 레인저는 상대적으로 화물이 미끄러지기 쉬운 소재로 코팅되어 있었다. 이외에 트럭베드에 외부 전원 공급이 용이한지도 심사했다. 크기 및 용량은 측정장비를 활용한 실측 자료를 바탕으로 평가 점수를 더했다. 또한 베드와 실내를 연결하는 윈도 적용 유무도 점수에 들어갔다.
콜로라도는 트럭베드로 오르고 내리기 쉽도록 발 받침대를 갖추고 있었다. 다른 경쟁 모델들은 트럭베드로 올라가는 것 자체가 일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콜로라도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처럼 쉽게 트럭베드 접근이 가능했다. 차량의 승하차성도 확인했는데, 콜로라도와 레인저는 사이드스텝이 있는 반면 글래디에이터는 마련되지 않아 차량 승하차가 불편했다. 특히 키가 작은 아이, 어른들을 모시기에 불편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인테리어
실내 소재와 공간도 하나하나 비교했다. 추가 구성으로 내부 패널 색상도 바꿀 수 있는지 확인했다. 공통적으로 픽업트럭이라는 특성상 높은 점수는 받지 못했다.
제조사만의 독창성에서는 글래디에이터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눈에 봐도 지프 가족임을 알 수 있으며, 트럭 특유의 터프한 매력까지 실내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포드 레인저는 보다 SUV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 콜로라도는 다른 부분 보다 열쇠를 꽂고 돌리는 시동 방식밖에 지원하지 않아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소재 사용 측면에서도 콜로라도가 가장 열악했다.
반면 마감과 단차 부분은 콜로라도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디자인과 소재가 투박해도 만듦새 자체는 가장 앞섰다는 것. 또한 의외로 글래디에이터처럼 개성이 너무 뚜렷한 것 보다 콜로라도처럼 무난한 디자인이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어필하기 좋은 디자인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실내 공간
공간은 모두 대동소이했다. 김기태 심사위원(오토뷰 PD)은 “3개 모델 모두 의외로 뒷좌석 시트백 각도를 비롯해 공간적으로 아쉽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시트 하단 수납공간도 유사했다”는 평을 남겼다. 다만 글래디에이터는 차체 골격을 구성하고 있는 부분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했다. 전반적인 무난함과 공간 자체는 콜로라도의 경쟁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최근 신차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대한 검증도 실시했다. 픽업트럭임에도 모두 허술하지 않은 기능을 지원했다. 포드, 쉐보레, 지프 모두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돼 저마다 직관성을 강조했다.
조작성은 콜로라도와 글래디에이터가 좋은 점수를 받았다. 콜로라도는 쉐보레 특유의 간단한 조작이 가능해 처음 접하는 심사위원도 쉽게 조작할 수 있었다. 글래디에이터는 FCA가 강조하는 ‘3번의 터치 안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실제로도 인정받았다. 레인저는 다소 모호하고 조작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스템 반응 속도 역시 콜로라도의 승이었다. 글래디에이터도 빠른 반응을 보여줬지만 콜로라도만큼은 아니었다. (글래디에이터의 것은 FCA그룹 안에서도 빠른 시스템이다)
콜로라도는 한국지엠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만큼 정보성에서 조금 나았다. 또한 전반적인 사용성 측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챙겼다.
음성인식 부분도 중요하나 요소 중 하나. 3개 모델 모두 인터넷 기반의 음성인식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 않지만 글래디에이터는 음성으로 창문을 내리거나 올리는 등 기본적인 기능은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운드 시스템
사운드 시스템도 비교 평가를 진행했다. 동일한 음원을 이용해 3개의 차량을 번갈아 청취한 결과 특정 모델이 특별히 뛰어난 음향감을 전달하지는 않았다. 모두 평이했다는 것. 그래도 괜찮은 평가를 받은 모델이 콜로라도였다. 다른 픽업트럭 대비 좋다는 것보다 보스 사운드 시스템 특유의 음색을 그나마 잘 보여준 덕분이었다. 글래디에이터가 보여준 박진감도 좋았지만 균형감에서 소폭 밀렸다. 포드 그룹도 사운드 시스템에 신경을 많이 쓴다. 특히 고급 브랜드인 링컨 모델들은 이 분야를 선도한다. 그러나 레인저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N.V.H (소음과 진동)
소음, 진동, 승차감도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픽업트럭을 레저용으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장거리 이동 시 편안함이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항목에서 콜로라도는 경쟁 모델을 여유롭게 따돌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먼저 서스펜션의 조화 부분에서 칭찬을 받았다. 적절하게 단단하면서도 그 속에서 부드러움을 갖춰 승차감 측면에서 유리했던 것. 여기에 차체 강성 부분에서 큰 차이를 벌렸는데, 프레임 차체 특유의 뒤틀림 감각 없이 견고한 느낌을 전달해 심사위원들을 만족시켰다.
잡소리도 나지 않았다. 픽업트럭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에 감안이 필요한 부분이었지만 글래디에이터나 레인저와 비교했을 때 콜로라도는 잡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종합 성능
픽업트럭이라는 장르에 맞춰 주행 테스트는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오가며 진행했다. 가혹한 주행 테스트를 콜로라도는 모두 무난하게 통과했다. “승용 감각의 조향 성능을 갖췄다. 제어가 용이하고 섀시 밸런스 및 강성감도 양호했다. 기본기가 탄탄한 주행성능과 함께 경쾌한 가속감, 신뢰할 수 있는 제동성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포드 레인저는 마른 노면에서 제동할 때 강한 제동 시 브레이크 성능이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후륜에 드럼식 브레이크를 사용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빠른 속도에서 후륜이 불안정하게 움직였다는 부분에서 감점을 받았다. 후륜의 불안정성은 제동 테스트에서도 나타나기도 했다. 일부 모델은 급제동 때 차체 떨림을 보여 감점의 요인이 됐다.
비포장길 주행도 빠른 속도, 느린 속도, 진흙길 주파 등 다양한 환경 속에서 이뤄졌다. 일반 승용차용 타이어가 탑재된 포드 레인저는 진흙길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타이어 편차에 의한 성능 저하는 평가 항목에 넣지 않았다. 반면 오프로드 주행까지 겸비한 타이어가 장착된 콜로라도와 글래디에이터는 보다 우수한 접지력으로 안정된 주행 성능을 발휘했다. 오프로드 주행 성능에서는 글래디에이터가 앞섰는데, 다른 차에 없는 디퍼렌셜 락 기능 등이 좋은 평가를 받는데 일조했다.
가격 대비 구성과 성능
마지막으로 가성비를 확인했다. 소비자들에게 구입할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가격을 제시했냐는 것. 이 부분에서도 콜로라도가 우수한 가성비를 앞세웠다. 글래디에이터는 오프로드에 맞춘 구성을 생각하면 적성성은 나쁘지 않지만 동급 모델 중 유일하게 7천만 원이 넘는 가격을 가졌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가격이 조금 더 저렴했다면 판도를 뒤엎을 경쟁력을 가졌지만 아쉽게도 경쟁차 대비 높은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레인저도 가격 경쟁력은 뛰어났다. 하지만 일부 항목에서 점수를 잃다 보니 1위 자리를 놓쳤다. 레인저에게도 상급 트림이 있다. 여기엔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다양한 장점이 부여되는데, 대신 가격이 높아지게 된다.
비교를 마치며…
총 41가지 심사 항목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모델은 쉐보레 콜로라도였다. 콜로라도는 총점 2050점 중 1655점을 받으며 1위에 올랐다. 2위를 차지한 경쟁사 픽업이 1448점, 가장 낮은 점수는 1340점으로 나와 경쟁 모델들 대비 아쉬운 결과를 맞아야 했다.
오토뷰는 중앙일보와 함께 다양한 세그먼트 챔피언들을 만날 예정이다.
세그먼트 어워드는 신차만 집중 조명을 받는 COTY와 달리 출시된 지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동급에서 경쟁력 높은 ‘숨은 보석’을 발굴한다는 의의도 갖는다. 동급에서 새롭게 출시된 신차가 상품성을 비롯한 가격 경쟁력이 기대 이하라고 판단될 경우 출시된 지 2~3년 지난 모델에게 우승 트로피를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신차 중 최고(COYT)’를 고르는 것과 ‘동급 최고(세그먼트 어워드)’를 가리는 것은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향후 해당 세그먼트에서 신모델이 출시될 경우 당시 선정됐던 ‘세그먼트 챔피언’에게 도전해 일대일 승부를 겨루는 ‘세그먼트 챌린지’도 진행될 예정이다.
다음은 비교는 뜨거운 영역 중 하나인 프리미엄 컴팩트 세단이다. 아우디 A4, BMW 3시리즈, 볼보 S60, 벤츠 C-클래스, 캐딜락 CT4 등이 후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