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조원 규모 체코 대형수주로 떠오르는 윤대통령의 밍링(mingling) 외교 / 7/21(일) / 중앙일보 일본어판
"연금개혁을 담당했던 제 전직 참모가 웁살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쥐스탱 크리스테션 스웨덴 총리와 만나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전직 참모란 이번에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안상훈 전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으로, 사전에 준비된 원고에는 없던 표현이었다. 이에 대해 크리스테션 총리는 "저도 그 대학을 졸업했습니다"라며 반가움을 표시해 두 정상 간 대화는 더욱 긴밀해졌다고 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17일 프랑스를 누르고 체코에서 24조원(약 2조 7253억엔) 규모의 신규 원자력발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효과를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함께 정상회의에 배석한 참모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의 자연스러운 밍링(파티 등에서의 대화)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전에 만났던 해외 정상의 특징을 자세히 기억해 상봉 때 얘기하거나 그 나라 국민이 좋아하는 소재로 대화를 이어가는 윤 대통령의 대화 스타일이 통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기억력에 놀라는 정상이 여럿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미국 국빈방문 당시 백악관 만찬에서 윤 대통령이 부른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열린 나토 퍼블릭 포럼에서도 윤 대통령을 소개하는 소재로 쓰일 정도로 여전히 큰 화제였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내 영어를 조금만 더 잘했으면 외교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기업 총수의 순방 동행 때도 윤 대통령의 밍링이 인상적이었다는 게 복수의 참모들의 전언이다. 윤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정상과의 식사 중에 한국 기업과 관련된 내용이 언급되면 그 기업 관계자를 직접 테이블로 불러 해외 정상에게 소개한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세일즈 외교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