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6일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조재형 신부
복음; 루카14,25-33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그때에 25 많은 군중이 예수님과 함께 길을 가는데,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돌아서서 이르셨다.26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27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28 너희 가운데 누가 탑을 세우려고 하면, 공사를 마칠 만한 경비가 있는지 먼저 앉아서 계산해 보지 않느냐?29 그러지 않으면 기초만 놓은 채 마치지 못하여, 보는 이마다 그를 비웃기 시작하며,30 ‘저 사람은 세우는 일을 시작만 해 놓고 마치지는 못 하였군.’ 할 것이다.31 또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가려면, 이만 명을 거느리고 자기에게 오는 그를 만 명으 로 맞설 수 있는지 먼저 앉아서 헤아려 보지 않겠느냐?32 맞설 수 없겠으면, 그 임금이 아직 멀리 있을 때에 사신을 보내어 평화 협정을 청할 것이다.33 이와 같이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 자가 될 수 없다.”
사제관에 들어오려면 단지를 통과해야 하고, 단지에는 문이 있습니다. 관리 사무소에서 3달에 한 번씩 비밀번호를 바꾸고 있습니다. 10월 중순에 비밀번호가 바뀌었습니다. 저는 무심코 예전의 비밀번호를 눌렀습니다. 당연히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비밀번호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비밀번호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 주변을 보면 ‘비밀번호’로 둘러싸여 있다는 느낌입니다. 컴퓨터를 시작할 때도 비밀번호가 있습니다. 요즘은 지문을 등록하기도 합니다. 은행 계좌에도 비밀번호가 있습니다. 은행에서는 복잡한 비밀번호를 요구합니다. 대문자, 숫자, 영문자, 특수기호를 조합해서 8자리 이상으로 만들라고 하기도 합니다. 제가 자주 사용하는 아마존, 넷플릭스, 유튜브에도 비밀번호가 있습니다. 메일에도 당연히 비밀번호가 있습니다. 비밀번호를 만드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나의 문을 지키는 겁니다. 아무나 나의 문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나의 정보를 보호하는 겁니다. 나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겁니다. 예전에 서울의 밤거리를 밝히는 것 중에 ‘붉은빛의 네온 십자가’가 있었습니다. 십자가는 교회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교회에서 십자가는 매우 중요한 상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인간의 죄를 구속하고 구원을 이루신 사건을 상징합니다. 이 상징은 신앙의 중심에 위치하며, 다음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첫째, 구속과 희생입니다. 십자가는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의 죄를 대신하여 돌아가신 희생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죄 없으신 분으로서 인류의 죗값을 치르기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셨고, 그 희생을 통해 인류는 죄에서 구속되었다고 믿습니다. 이는 요한복음 3:16에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라는 구절에서도 나타납니다.
둘째, 구원의 상징입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은 그리스도인의 구원을 의미합니다. 십자가에서 죽음은 구원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죄에서 벗어나지고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셋째, 사랑과 용서입니다. 십자가는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용서를 상징합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자신을 희생한 것은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깊은 사랑을 보여주며, 이는 모든 죄인을 용서하고 구원으로 초대하는 행위로 이해됩니다.
넷째, 승리와 부활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했지만, 사흘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이에 따라 십자가는 단순한 고난과 죽음의 상징이 아니라, 죽음을 이기고 승리한 부활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고난을 이겨내고 새로운 생명과 영광을 상징하는 표식이 된 것입니다.
다섯째, 희생적 사랑과 제자의 길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자신을 따르는 길이 곧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십자가는 신앙인이 따라야 할 길, 희생적 사랑과 헌신의 길을 상징합니다. 따라서 교회에서 십자가는 단순한 고난의 도구가 아니라, 구속, 구원, 사랑, 승리, 희생적 헌신을 상징합니다. 십자가는 하느님 나라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신앙인들이 걸어가야 할 참된 삶의 자세를 이야기 하십니다. 신앙인들은 무엇보다 겸손하고,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하십니다. 신앙인들은 중요한 것보다는 소중한 것을 먼저 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신앙인들은 세상의 것보다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신앙인들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살아야 한다고 하십니다. 하느님께 순종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때로 희생과 아픔이 있어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만날 수 없어도, 비판과 비난을 받는다고 해도, 참된 진실과 정의를 위해서 주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을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례를 받은 신앙인들은 하느님의 자녀가 됩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신앙인들도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먹을 것을 주시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이제 제자들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권한과 능력을 주셨습니다. 제자들은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낼 수 있었고, 기적을 행하였으며, 예수님처럼 십자가를 지고 갔습니다. 순교의 영광을 얻었습니다. 신앙은 은총을 받는 것이지만, 신앙은 받은 은총을 이웃들에게 나누는 것입니다. 그것이 사랑의 실천입니다. 신앙은 나와 내 가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우리는 모두 한 형제요 자매라는 연대 의식을 키워가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나의 십자가는 타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한 것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투덜거리거나 따지지 말고 하십시오. 그리하여 비뚤어지고 뒤틀린 이 세대에서 허물없는 사람, 순결한 사람, 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날 수 있도록 하십시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미주 댈러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성당: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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