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a Fitzgerald - But Not For Me
함 들어보실래여....
링크 시켜드리려구 했는데...
--------------------- [원본 메세지] ---------------------
슬픔이여 안녕
월요일 저녁 6시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내 핸드폰이 갑자기 울었고...
아버지의 음성을 들었을 때.. 직감적으로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 돌아가셨다...
당황스러웠다..
...돌아가셨다...
정말이겠지..
장난일리가없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하지?
우선 연락해야한다..
머리에 바람이 지나간 듯 했다.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나 차마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형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행이다.
문자를 보냈다..
. . .
오랜만이다..
가족이 다 모였다..
고3이라 바쁜 동생
수원에서 공부 중인 형
일터에서 돌아오신 부모님...
그리고 말썽쟁이인..나
차에 탔을 땐 이미 어두워져있었다...
다들 말이 없었다...
9시 20분.. 자동차 엔진이 돌아가고 있다.
다들 말이 없었다...
아버지의 모습은 경직되 있었다.
나는 멀미가 났다.
. . .
얼마 쯤 지났을까?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충주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10시 35분...
차가 너무 빠르다..
커브길에서도 속도가 줄지 않았다.
아버진 앞 차를 향해 크락션을 누르며
추월하셨다.
잠시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몸은 힘없이 원심력에 지배당한다.
차가 너무 빠르다..
사방은 어두웠고 우리 차의 헤드라이트 불 빛과
마주오는 차의 불빛 , 그리고 시커먼 가로수들만이 보였다.
주위의 모든 것들은 내게 깊이있는 판단을 강요하는데..
정작 내 머리는 아무런 이야기도 만들지 못했다.
차가 너무 빠르다.
나는 몸을 움추리며 뒤로 기댔다..
잠을 자는척 했지만 잠을 자는 것은 아니였다.
길은 낮설었다.
큰집이 아니라.... 병원으로 가고있었기 때문이다.
엔진이 꺼졌다.
땅에 발이 닿았을 때 다리가 풀려 주져앉을 뻔 했다
상복 차림의 사내들이 노닥거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건물로 들어가며 '장례는 산 사람을 위한
위로 의식'이라며 주문을 외듯 중얼거렸다.
복도에 고인의 이름이 적힌 판이 보였다.
방길순...8호실
예전에 할머니께서 붓글씨를 가르쳐 주시다가
본인의 이름을 써 주시던 일이 생각난다..
참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다..
8호실은 지하였다..
계단을 내려가며..
점점 구체화되는 할머니의 죽음이 싫었다.
초라한 분향소엔 할머니의 영전이 모셔져 있었다..
몸이 불편하셔서 사진을 찍을 수 없어 5년 쯤 전
10만원을 주고 그렸다는 낮익은 초상화가 눈에 띄였다.
사진처럼 정밀하게 그려졌지만.. 아버지는 마음에 안드신다며
내게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영전에 쓸 초상화 하나 그려놓으라고
하시곤 했다.
하려고 했지만.... 결국 ...하지 못 했다..
가슴이 아팠다.
향을 피우고 절을 하는데..
형이 울음을 터트리며 쓰러져 잃어나지 않았다.
더불어 동생도 울었다.
내 동생은 할머니께 항상 미움만 받았다.
할머닌 12형제들 가운데.. 나를 제일 사랑하셨는데..
난 어찌할지 모르겠다..
울음은 나오지 않았다.
절을 올리고 죄송하단 말만 했다.
사람들이 우리를 끌어내렸다.
형은 끝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동생은 코와 눈물이 번벅이 되어 계속 휴지로 닦아줘야 했다.
사람들이 인사를 하고 아는 척을 했지만..
내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그들이 누군지도 모르겠다...
휴게실로 끌려온 우리는 상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인사를 나누웠다...
큰형님들과 큰누나였다...
종교문제로 연락이 끊겼었는데..
만나게 된 것이다.
명숙이 누난...
나를 무척 귀여워 했었다.
검은 긴 생머리에 하얀 얼굴.. 좀 마르고..
말이 별루 없고.. 살짝 눈을 감으며 웃으며..
기억에는 교복을 입고 나를 안아주곤 했었는데..
벌써 서른 여섯.. 너무 늙어버렸다...
그 곱던 얼굴엔 기미와 주름이 들고.. 더 야위고..
머리도 짧게 잘라 파마를 했다..
첨엔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 말없이 웃는 모습은 여전했다.
형님들도 마찮가지다..
군인이던 둘째 형은 아저씨가 되고..
큰형님은 대머리가 되어갔다..
큰아버진 할머니 만큼이나 늙으셨다.
둘째 큰아버지댁 사촌들은 아직 연락이 되지 않았다.
재성이 형이 그날 오후 마지막으로 보고 올라간 후 바로 돌아가셔
미쳐 모르고 있고.. 인숙이 누나도 연락을 못 받은 것 같다..
집을 나갔던 재범이 형만이 늦게 연락을 받고 왔다.
이번 여름 오토바이 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던데..
소매 속으로 흉터가 보였다.
둘째 큰아버진 돌아서 외면하고 계셨다..
다시 가슴이 아팠다..
다른 빈소에 비해 손님이 적었다.
답답해 밖으로 나왔자만...
밤 바람이 차가웠다.
피곤했지만 졸린 것은 아니였다.
내일은 입관하고 다음날 하관하신단다..
모든게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빨랐다...
새벽이 밝아오는 것을 알지 못 했다..
입관을 하기 전에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뵙기위해..
우리는 영안실로 가야했다....
다행이 12명의 사촌 형제가 모두 모였다..
마지막이다..
계단을 내려갈때 쌓여있는 관이 보였다...
아직 죽을 사림이 이렇게 많구나...
그리고 할머니의 관도 보였다...
눈이 뜨거워졌다..
폭이 너무 좁았다...
이런 관에 모시게 하다니...
화가났다..
영안실은.. 마직 냉동고 처럼 보였다..
저런곳에 모시다니....
눈물이 흘렀다..
지난 벌초 때 아버지 말씀도 있구 해서 초상화 그릴 재료를 챙겨갔었다.
하지만 누워계신 할머니를 보자...
힘겨워 보이셨다... 조금 더 쉬게 해드리고 싶었다...
또 겁도났다..
다음에 그려야지..
벌초가 끝나고... 피곤해 할머니의 눈길을 애써 외면했다..
기회는 있었는데...
난 하지 못했다..
연고제 전 날
할머니가 추석을 넘기지 못 할거라며..
아버지께서 걱정하시는 소릴 들었다..
내려가 봤어야 했다...
연고전 끝나구서라도 일요일에라도 갈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이제 마지막이다...
할머니의 모습은.. 편안해 보였다...
붉으래한 볼
아직 핏기가 돌고 있다..
잠드신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깨어나셔서...나를 찾으실 것 같았다..
나를...
하지만...
일어나지 않으셨다...
가슴이 아팠다...
할머니를 보자.. 참았던 울음이 터져나오려 했다...
눈물이 흘렀다..
닦으려고 올린 손이 떨고았었다...
염은 너무 빨리 끝났다...
아프실꺼야...
춥고....
아! 저렇게 감싸버리면... 답답하실꺼야..
잠에서 깨시면 어떻게 나오라고...
나의 또 다른 모습이 내 육체와 분리되어 손을 내밀며 앞으로 달려간다
울고있는 사람들을 통과하여.. 할머니를 괴롭히는 저 놈의 손을 나꿔챈다.
그만!! 그만 하란말야!!
곡소리에 내 모습은 사라지고 모든 것은 그대로 진행된다...
조금더...
머리속에 박아두고 싶은데...
할머니의 몸은 누런 베로 감겨져 영원히 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우린 그렇게 할머니를 버렸다...
영원히...
흐느껴울지만...
그것은 할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다...
할머니를 다시 보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는 것이였다..
그리고 할머니를 잘 모시지 못 한 그 죄에 대한 양심을 달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할머니의 외로움을...
할머니의 지난 삶은 너무 외로웠다...
난 수능공부다.. 동아리 생활이다...
같은 방을 쓰면서도 할머닐 멀리했구...
가끔은 할머니의 고통스런 신음을 두려워했다...
아버진 고된일과 투병생활로... 어머닌 살림에 지쳐...
형은 배움을 좆아 ... 동생은 ...
우린 그렇게 할머니를 외롭게 했다...
내가 방을 나갈 때면 할머닌 내 바지를 잡으시며..
같이 있어주길 원하셨다...
또 나 없이는 식사도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매일 6;30분에 아침을 드셔야 했고
8시가 넘어 져녁을 드셨다..
점심은 홀로 거르기 일수였고...
내가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날이면...
할머닌 그마져도 드시지 않으셨다..
하루에 두어 수저나 드셨을까?
난 할머니가 혼자 식사하는 걸 싫어한다는걸 알면서도
번번히 늦게 들어온곤 했다..
할머닌 어려웠던 시절 생각에 밖에 있으면 굶게된다고 생각하시곤
자신 때문에 가족들이 굶는다고 생각하셨던 것이다..
할머니는 그렇게 야위워갔다..
큰어머니가 내 손을 잡으시며 친척들에게 내 자랑을 하셨다...
효자라고.. 어렸을때 맛난 것이 생기면 모아두었다가 할머닐 드렸다고..
하지만 그건 내가 단것으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얼굴이 달아올랐다..
할머닌 나를....
내가 태어나던날 사람들은 내가 곧 죽을거라고 했다...
태어나 며칠 간은
울지도 않고....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았다고 한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 대신 나를 키운건 할머니였다..
항상 같이 자며...
할머니 방은 햇볕이 잘들고 따뜻했고..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보드라운 할머니 냄새가 좋았다...
할머니는 내 험한 잠 버릇에 다치기도 많이 하셨다...
그리고 달지않은 약과도 있었구....
할머니와 나는 서로에게 좋아하는 것을 선물하며 지냈다..
그리고 이가 많던 내 머리를 참빗으로 빗어주었다...
내 억센 머리결이 참빗을 많이 부러트렸지만...
또 언제나 내편이 되셨다..
그 땐 몸이 약해.. 동생과 싸우다 져서오면... 동생을 혼내셨다..
그래서 내 동생은 할머니의 귀염을 받지못했다...
할머니는 내성적이던 내게 친구가되어주셨고...
내게 소중한 공간을 주셨다,...
그리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종이를 모아주셨다..
같이 담배 종이를 모아 팔려고 잔뜩 모았다가 엄마한테 혼났을 때도,
곤충채집하느라 벌판에 나갔던일
토끼 먹을 풀을 구하느라 개천에 나갔던일....
병아리를 사와 어머니께 꾸중들었는데...
할머니의 보살핌으로 닭이되었던일....
유달리 꽃으 좋아하신 할머니는
우리동네..
처음에는 정말 지저분하고... 험한 동네였는데..
길을 다듬고 꽃을 심어 온 동네가 꽃동네가 되었다..
지금은 할머니가 없어 하나둘 사라져 가지만..
할머닌 수십종의 꽃씨 모으고.. 심고 가꾸고...
그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5학년 식목일 길가에 무궁화를 심으며 알았다...
그냥 심는것으론 꽃이 피지 않는다는걸..
마당의 포도나무... 그리고 대추나무가 매년 열매를 맺는 것은
할머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부터인가...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지셨다...
귀도 어두워지셨다...
그래서 가족들은 할머니께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나는 안다 할머닌 정말 안들리시는게 아니다...
할머닌 항상 밖으로 나올고 하셨다..
가족들과 같이 식사하고 싶었던 것이다..
자신이 심은 화초들이 잘 자라는지 알고싶었던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쉬운 것이다..
파란 하늘이 그리웠던 것이다...
우리는 그런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느 맑은날...
아버지가 잠깐 나가신 까닭에
나는 할머니를 보살피는 일을 맡았다...
할머니는....
밖으로 나가시려고 애를 쓰셨다..
힘겨워 보였다..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마당까지 나오신 할머니는 햇볕을 한참 쬐며 웃으셨다..
그리고 조금 뒤 들어오신 아버지께 꾸중을 들었다...
하지만 할머닌 웃고 계셨다..
참 오랜만에 보는 웃음이다...
할머닌 자신이 가족에게 짐이 되는걸 원치 않으셨다..
매번 기회만 있으면 짐을 싸서 내려가겠다고 하셨다...
대려가 달라고.. 여기서 죽기싫다.
죽기전에 고향땅에 한번 가보고 싶다...
그 곳 사람들을 한번 보고 싶다..
그러나... 일에 좆겨 할머닐 모시고 갈 사람이 없었다...
또 할머니 혼자 두는 것은 위험했다..
전에 홀로 사시도록 시골에 집을 마련한 일이 있었는데..
내려가 봤더니...
용돈은 그냥 모아두시고 쌀이 떨어졌는데.. 계속 굶고 계셨다..
또 고향은 댐 공사로 수몰됐고.. 마을 사람들은 행방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작년엔 고모가 돌아가셨다...
하지만 차마 할머니께 알리지 못했다...
할머닌 꿈 얘기를 하시며 계속 고모를 찾으셨다...
나중에 말씀드렸지만... 할머닌 믿지 않으셨다...
지난 몇 달 할머닌 죽어가고 계셨다...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모른척 했다..
할머니가 고집부리는 거라 스스로 위로했다...
일어나실수 있으시면서..
뭔가 할머니가 하실 일이 있다면... 살아갈 희망을 얻으신다면
일어나실 것 같았다..
눈물이 흐른다....
안돼 눈물 때문에 잘 보이지가 안잖아....
푸대에 쌓인 고기를 본적이 있다...
털썩... 덩.. 털컥....
힘없이 떨어지는 살덩이....
죽은 이의 몸이 꼭 그와 같다...
살아있는자들을 위한 죽은 고깃덩이..
목잘린 돼지목... 갈라진 갈비... 터져나온 창자...
역겨움 메스꺼움.. 구역질...
아니다...
죽은이의 몸은 봄날의 따스한 낮잠같다...
나도... 나도 ... 잠들고 싶다...
슬퍼하지 말자...
사람들이 할머니를 구덩이게 넣는구나!!!
슬퍼하지 말자..
발로 밟고 노래하는 구나!!
슬퍼하지 말자
먹구 떠들고....
웃고 즐기고....
안녕.....
할머니...
죄송합니다....
할머니 안녕....
슬픔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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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
Re:번호:13 글쓴이;죽은 고기 날짜:2001/09/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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