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꼭 참석해라. 목사님과 사모님이 마지막으로 너랑 저녁식사를 하고 싶어서 그래."
모두 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10년 동안 함께 지냈던 자식들이 이제는 품을 떠난 느낌이 들어서 잠이 오질 않습니다. 새벽과 저녁마다 함께 말씀 듣고 기도했던 자식들이 이제는 혼자 그 생활을 해내야할 때가 되어서 그런지 주님께서 우리를 떼어 놓으신 밤입니다.
언어도 안되는 아비를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오해하면서 함께 자라온 시간이 10년이 지났습니다. 언어도 서툴고 문화도 모르는 초보 아비를 만났지만, 성령님께서 둘 사이를 오가면서 복음을 듣게 하고 믿음을 자라게 해주셨습니다. 자식들도 크고 아비도 크고 보니 이제는 각자 할 일이 있는지 서로 분가하도록 해주셨습니다.
오늘이 올지 저와 아내는 몰랐습니다. 끝까지 지지고 볶으면서 주님 오실 날까지 함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아비와 어미에게는 있는가 봅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자식들을 키워보고 자식이 되어 보면 알듯이 한 집에서 부모와 자식이 영원히 사는 것은 힘든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자식이 때가 되면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해서 떠남이 이치임을 알고 있습니다. 부모가 죽을 때가지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면 함께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식들은 늘 의존적인 사람이 될 것입니다. 공동체에 있던 자식들에게 월급을 주면서 함께 일하면 늘 함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면 서로가 병들 것이라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예루살렘에 모여서 지지고 볶으면서 살아왔던 교회 공동체가 성령의 능력을 받았는데도 땅끝까지 증인이 안되는 것을 보고, 핍박을 통해 그들을 흩으셨던 사도행전의 말씀이 우리 공동체에도 이루어졌습니다. 때가 되니 성령님께서 공동체를 운영할 재정이 부족하게 만드시더니 공동체를 흩으셨습니다. 그 뜻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섬으로 함께 들어가서 그들의 가정과 이웃들을 복음으로 변화시키라는 성령님의 이끄심이라고 확신하면서 서로 감사함으로 마지막 식사모임을 갖었습니다.
첫 번째로 공동체의 마중물이 되었던 자식들은 결혼을 해서 다른 지역으로 가서 교회의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이들이 뿌려놓은 복음의 씨가 두 번째 마중물 한 바가지 퍼놓고 떠났습니다. 두 번째 마중물들이 그들의 부모에게 복음을 전하고 지금은 그들이 섬교회 집사들이 되었습니다. 이제 두번째 마중물들이 성령님과 함께 섬에 들어가 섬사람들에게 복음의 생수를 퍼내게 될 것을 기대하면서 성찬식을 갖은 후에 파송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기도한 내용이 이해가 되는 날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떠나시면 성령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하실 것이지만, 세상의 미움을 받을 제자들을 걱정하셔서 그들을 위해 먼저 기도하셨습니다. 그러나 확신을 가지시고 기도하신 것은 제자들이 자기들을 미워할 세상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서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예수를 믿을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셨습니다. 자식들이 분가를 하고 자기들을 미워할 사람들에게로 가더라도 성령님께서 능력을 주셔서 그 미워하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고 돌아올 것을 기대하며 파송했습니다.
"너희들이 주일에 다시 섬교회에서 목사님과 사모님을 만날 것이지만, 이제 성령님만을 의지해라. 그리고 성령님과 함께 의논하고 헌신해라"
마지막으로 저는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습니다.
"너희들이 꼭 해야할 일이 지금 있다. 그것은 사모님께 감사하다고 고백하고 박수를 드려라. 10년 동안 너희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준다는 것은 너무 큰 일이었는데 사모님은 그 일을 다 해냈다. 이제는 너희들이 월급 받으면 목사님과 사모님을 섬겨야 한다."
이렇게 해서 10년의 공동체 이야기는 문을 닫습니다. 10년 전에 문을 열 때 숯불 위에 삼겹살을 구웠고, 문을 닫는 오늘도 숲불을 펴서 삼겹살을 구웠습니다. 저는 디베랴 호수에서 숯불을 펴놓고 아침식사를 제자들에게 주시는 장면이 늘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저의 모델되신 예수님의 그 모습을 따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10년 동안 삼겹살을 굽고, 공동체 자녀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제 숯불 위에서 구운 사랑의 삼겹살을 먹었던 이들과 섬에서 더 적극적으로 복음을 전하면서 하나님의 선교를 또 적어 나가겠습니다. 그동안 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물질로 섬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바로 그분들이 캄보디아 선교사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일을 해내시고, 이 모든 일을 위해 우리와 함께 일하신 주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
2019년 9월 21일
10년 동안 공동체에서 삼겹살을 구우면서
선교를 실컷 당해온 채종석&송혜영 선교사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