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설렐 순 없는, 꽃향 천국 2박3일! 봄아 게 섰거라
2025년 4월 오름학교는 <제주 본섬·우도·가파도 3섬 봄특집>
오는 4월, 제32강을 맞는 오름학교, 이승태 교장선생님(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은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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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봄 풍광이 한창 제 모습을 갖춰가는 음력 3월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양력으로 4월이죠. 흔히 3월이면 “봄이 왔다”라고 말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서 봄은 4월이 되어야 제대로 때깔이 드러납니다. 겨우내 얼어붙은 듯 메말라 있던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새순이 돋으며, 대지에선 온갖 꽃이 피어나 날 좀 봐달라며 아우성칩니다. 그야말로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며 자연은 마법 같은 생동감으로 충만합니다. 이럴 때면 대자연의 변화에 맞춰 봄맞이를 가야겠습니다. 이 모든 봄이 시작되는 제주 오름으로요!
▲가파도에서 본 제주 본섬. 유인도 중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가파도와 가장 높은 한라산이 한 풍광에 들어온다.Ⓒ이승태
온 세상이 꽃향으로 가득한 봄, 오름학교 제32강은 4월 3일(목)~5(토)일, 2박3일간 <제주 본섬·우도·가파도 3섬 봄특집>으로 진행합니다. 제주도의 지미봉,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식산봉, 성산일출봉), 원물오름, 감낭오름과 우도(쇠머리오름), 가파도에서 환상적인 새봄 기운을 만끽하며 펼쳐집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제주행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와 독감 관련, 안전하고 명랑한 답사가 되도록 출발 준비중입니다. 제때 예방접종 해주시고, 당일 실내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와 대화 자제, 꼼꼼하게 손 씻기, 기침·재채기 예절 등 예방수칙을 꼭 지켜주시기 바라며,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2017년 11월 개교하여,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고 있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우도의 유채꽃밭. 봄날 우도는 꽃천지다.Ⓒ이승태
2025년 4월 강의를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4월 3일 목요일 / 지미봉,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제주의 시작이자 끝
-지미봉(지미오름)
불과 몇십 미터밖에 안 되는 높이의 오름일지라도 그 능선에 올라서 만나는 모든 풍광은 마법을 부린 듯 하나같이 별천지입니다. 이것이 제주오름이 가진 최대의 매력으로, 오름이 제주를 감상하는 최고 전망대이기 때문이죠. 제주도 동쪽 끝, 파도소리 벗 삼아 외로이 서 있는 지미봉에서 이 점을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눈이 시릴 만큼 짙푸른 제주바다와 그 속에서 춤추는 고래 같은 우도,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성산일출봉,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종달리의 검푸른 밭과 울긋불긋한 지붕이 한눈에 조망되는 곳입니다.
지미봉은 정상 높이가 해발 165.8미터로 낮은 편이나 바닷가에 위치하고, 주변에 다른 오름이 없어 꽤 우뚝하고 당당한 산세를 보여줍니다. 동쪽과 남쪽, 서쪽에서 보면 원추형이며, 북쪽에서는 두 봉우리를 가진, 사뭇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말굽형 분화구가 북향으로 벌어졌고, 그 안쪽엔 돌담에 둘러싸인 밭이 가득합니다.
그 때문인지 북쪽은 비교적 완만하고, 남쪽은 가파르죠. 화구가 벌어진 안부를 따라 나무가 우거져 숲을 이뤘고, 서쪽과 남쪽 사면엔 해송이 빼곡합니다. 남동사면엔 마을의 공동묘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탐방로는 가파른 남동쪽 사면을 따라 정상까지 거의 직선으로 나 있고, 주차장에서 정상까지는 30분쯤 걸립니다. 오름 탐방로를 따라 제주올레 21코스도 지납니다.
▲지미봉 남쪽 전망데크와 종달리 벌판. 온갖 신록으로 짜깁기 한 보자기 같다.Ⓒ이승태
본섬 한 모퉁이에 외떨어져 있어 ‘지미봉(地尾烽)’
지미오름 일대는 저어새와 도요새를 비롯한 희귀조류가 많이 관찰되는 곳으로, 북쪽 하도리엔 겨울철새도래지인 습지 ‘용목개와당’이 있고, 주변으로 탐조대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제주의 여느 오름과 마찬가지로 지미오름도 이름과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예로부터 ‘지미산(指尾山)’, ‘지미악(地尾岳)’ 또는 ‘지미망(指尾望)’, ‘지미봉(地尾烽)’이라 표기했습니다. 조선 초기에 오름 꼭대기에 봉수대를 설치하면서 ‘망’ 또는 ‘봉(烽)’자를 붙인 것인데요, 오름이 제주의 동쪽 끝부분에 있어서 ‘지미(地尾)’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속칭으론 ‘땅끝’이라고도 부릅니다. 예전 서쪽의 한경면 두모리를 섬의 머리 또는 제주목(濟州牧)의 머리라 하고 반대쪽 끝인 이 오름을 ‘땅끝’이라 했다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면 해가 뜨는 이곳을 머리라고 했을 것 같은데, 중국을 염두에 둔 방향 설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차장에서 곧장 시작되는 탐방로엔 침목과 폐타이어로 만든 매트가 깔려 있어서 길이 쾌적합니다. 길 주변으로 무덤이 자주 보이고, 억새와 동백나무도 나타나고요. 중간에 몇 개의 벤치가 있어서 쉬어가기 좋습니다.
알록달록 종달리 명품 지붕
오름 꼭대기엔 봉수대의 흔적이 비교적 뚜렷이 남아 있습니다. 북서로 구좌읍 한동리의 별방진 일대에 있던 왕가봉수, 남동으로 성산봉수와 교신을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봉수대 터 위엔 현재 나무데크 전망대가 설치되었고, 그 앞엔 산불감시초소가 옛 봉수대를 대신하고 들어섰습니다. 초소 앞, 남쪽에도 전망데크가 보입니다. 언젠가 한 커플이 전망대로 내려서는 계단에 앉아 주변 풍광과 하나가 된 듯 ‘멍때리고’ 있었는데, 지미오름의 매력을 제대로 즐기는 듯 보였습니다.
지미봉 정상에 설 때마다 도무지 세상 것 같지 않게 펼쳐진 풍광에 마음이 두근댑니다. 동쪽으로 바다 건너 3킬로미터쯤 떨어진 소섬, 우도는 금방이라도 벌떡 일어나 달려올 것 같고, 발아래 종달리부터 이생진 시인이 가슴으로 노래한 ‘그리운 바다 성산포’까지 오밀조밀 들어앉은 동네며 검붉고 푸른 밭에 하얀 모래톱 어우러진 해변의 조망은 지미봉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명풍광입니다. 특히 종달리의 알록달록한 지붕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지붕 늘어선 마을을 연상케 합니다. 이 모든 풍광 앞에 펼쳐진 싱싱한 제주바다는 흉내 낼 수 없는 감동입니다.
동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다랑쉬와 아끈다랑쉬, 높은오름, 돝오름, 둔지오름, 동검은이오름, 밧돌오름 등 수많은 오름이 보란 듯이 펼쳐집니다. 참 기분 좋은 풍광입니다.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시인 이생진의 시비거리를 지나 오정개로 향하는 길. 아름다워서 걷는 즐거움이 그저 좋다.Ⓒ이승태
두 발로 걷는 ‘그리운 바다 성산포’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제주 동쪽 끝, 바다로 돌출된 오름이 ‘성산(城山)’입니다. 오름이 성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죠. 일출을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보니 예부터 ‘일출봉’으로도 불렸는데, 언제부턴가 두 이름이 하나로 합해져 지금은 ‘성산일출봉’이 되었습니다. 성산일출봉 바로 뒤의 마을이 오조리입니다. ‘오조(吾照)’는 일출봉으로 뜬 해가 가장 먼저 비추는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오조리와 일출봉에 붙은 성산리 사이엔 제법 큰 내해(內海)가 있습니다. 흔히 ‘오조포구’라 부르는 곳으로, 간조 시 뻘이 되었다가 밀물 때면 다시 넓은 바다가 되는 신비한 공간입니다. 들쑥날쑥한 해안선과 염습지, 기암과 ‘식산봉’이라는 작은 오름도 나타나며 아름다운 풍광을 펼쳐놓습니다. 오조포구 어디서라도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기이한 형상의 성산일출봉이 시선을 사로잡죠.
이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제주올레 2코스가 지납니다. 기가 막힌 구간이죠. 걷는 내내 눈이 행복하고 걸음은 산뜻해지며, 마음이 놓이는 곳입니다. 전체 7km쯤인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은 제주올레 2코스 일부 구간을 섞으며 오조포구와 성산일출봉의 가장 멋진 장소를 모두 꿰며 이어지는 환형 걷기길입니다. 이곳만의 풍광을 만끽하며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죠. 오조리와 식산봉, 성산항과 성산포를 노래한 시인 이생진의 시비거리도 지납니다. 또 풍광이 수려한 오정개와 성산일출봉, 일출봉 남쪽면의 일제 동굴진지 유적, 4.3유적지인 터진목도 지나는 길입니다.
오조포구를 품은 오조리는 제주에서도 손꼽힐 만큼 용천수가 풍부한 곳입니다. 무려 12곳에서 용천수가 솟아나는데, 그중 한 곳인 ‘족지물’도 지납니다. 오조포구 중간에 솟은 식산봉에 오르면 오조포구와 오조리, 성산일출봉, 우도가 훤히 조망됩니다. 높지 않아서 금세 정상의 전망대까지 닿을 수 있고, 오르내리는 코스도 아름답습니다. 해발 66m에 불과한 식산봉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황근’의 자생지로도 잘 알려진 곳입니다. 현재 식산봉엔 스무 그루쯤의 황근이 확인되었고, 참식나무가 주를 이룬 상록활엽수 숲이 울창합니다.
오조포구를 걷다 보면 기능을 잃은 양식장과 레저파크,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된 낡은 창고도 만나고, 길이 바다를 가로지르기도 합니다. 여기저기서 유채와 갯무꽃도 흐드러집니다. 화창한 봄날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죠.
▲성산항을 지나다 보면 철썩이는 푸른 바다 저 멀리 우도가 보인다.Ⓒ이승태
4월 4일 금요일 / 우도와 쇠머리오름
섬 하나가 오름 하나
-우도와 우도봉(쇠머리오름)
180만 평이나 되는 화산섬인 우도는 여의도 면적의 세 배쯤 되는 넓이지만 거주 중인 주민은 2천 명이 못 됩니다. 하지만 주민 수의 몇 배나 되는 많은 관광객이 매일 우도를 찾기에 언제나 활기차죠. 어업과 농업을 겸하지만, 땅이 워낙 비옥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 섬이면서도 수산물 수익보다는 땅콩을 비롯해 마늘, 양파 등 농산물 수익이 더 많습니다. 이처럼 흥미로운 우도의 남쪽 끝에 우도봉, 즉 쇠머리오름이 등대를 머리에 이고 서 있습니다.
해수를 담수로 바꾸던 우도저수지
성산항에서 배로 15분쯤이면 닿는 우도는 소가 머리를 들고 누운 모양이라고 해서 이름이 붙었습니다. 쇠머리오름은 누운 소의 머리, 즉 섬의 가장 높은 곳에서 파수꾼처럼 우도와 주변 바다를 지켜보고 있죠. 오름 굼부리의 북서쪽 화구벽을 터뜨리고 흘러간 용암은 북쪽으로 넓고 길게 퍼져나가며 우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도가 쇠머리오름 하나로 만들어진 섬인 것입니다. 정상부의 등대 앞에 서면 이 점을 또렷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름의 남동쪽은 제주에서도 가장 거칠고 날카로운 해안 단애가 발달했죠. 높이 100m가 넘는 이 절벽지대엔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감이 느껴지는 시커먼 구덩이와 동굴 같은 게 여럿 분포합니다. 그중 굼부리의 동북쪽 검멀레해변의 것은 ‘고래 콧구멍’이라고도 하는 ‘동안경굴’로, 동굴음악회가 열릴 정도로 내부가 넓습니다. 물때가 맞는 보름에 한 번꼴로 길이 열려 내부를 둘러볼 수 있죠.
넓고 완만하게 기운 굼부리 안에는 직사각형의 커다란 우도저수지가 눈길을 끕니다. 우도 사람들의 식수원이자 간절한 소망이던 이 담수화시설은 1998년에 조성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빗물을 모아 저장해 두는 ‘물통’을 활용했죠. 마을마다 있던 이 물통은 25개쯤이었다고 하는데, 가물어서 물통이 바닥을 드러낼 때면 ‘물도둑’이 생겨나서 마을마다 물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 펼쳐졌다고 합니다.
그럴 때면 바다 건너 성산포나 종달리로 노를 저어 가서 물을 구해 왔다네요. 그러다가 1953년에 하우목동 청년회가 주축이 돼서 깊이 11m에 달하는 저수지를 만들었고, 그것이 발전해 우도저수지가 되었습니다. 해수담수화시설은 그 후 12년간 우도의 식수와 생활용수를 책임졌는데, 2010년 12월, 우도와 본섬을 잇는 16km의 상수도관이 놓이며 지금은 우도 전 지역에 수돗물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유휴시설’이 된 우도저수지는 현재 활용방안을 두고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저수지 남서쪽에 봉긋한 봉우리 하나가 솟았습니다. 자락부터 꼭대기까지 무덤으로 가득한 이곳은 쇠머리오름이 품은 알오름입니다. 그러니까 쇠머리오름은 굼부리 안에서 또 화산이 폭발한 이중화산체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