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역에서
열차 밖 어두움이 유리에 그려놓은 얼굴
어리둥절 나를 보고 있다
집을 잃어버린 것일게다
거리는 종합 검사를 마친 의료진의 얼굴로
대리주체의 왜소한 몸짓을
색색의 네온으로 밝히고 있다
정신 없이 마취되던 저곳에서
살아 움직여 왔던 것일까
황망히 죽어왔던 것일까
시퍼런 표면에 하얀 화살표로 강요된 이정표엔
지상에서 헛되게 빛나는 순간으로
여전히 득시글거린다
유리에 그려진 얼굴
한 장 한 장 빼어 던져도 집이 떠오르지 않아
영혼의 무중력같은 영동역에 내려 섰을 때
새벽 영동 역이 길거리를 채운 사소한 것으로
유리에 다시 얼굴을 그려넣는다
사는 중인 것이다 아름답다......?
카페 게시글
시 (아~하)
영동 역에서
진실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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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07 16:41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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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열차 타고 여행을 갔던 때가 언제였는지 가물거립니다. 일부러라도 타보고 싶은 기차네요. 유리창에 시가 그려져 있는.
영혼의 무중력같은 역, 저도 이런 기분 든 적 있습니다^^
이제 돌아와 편히 싈 수 있는 보금자리가 그리운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