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class NO 207(2022.7.26.)
topclasss는 사람으로 세상을 읽어냅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목표보다 방법을, 능력보다 태도를 중시합니다. topclass의 시선은 다음 세상의 리더를 향합니다.
자기다움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터뷰 매거진
■ 디지털 시대의 PD
인생은 스케줄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꽤 강력한 생의 진리입니다. 인터뷰하면서 만난 이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왜 그 직업을 갖게 됐나요? 물으면 열에 아홉은 어쩌다 보니 식의 답변을 합니다. 점수에 맞춰서 학과를 고르다 보니 친구 따라 입사 시험을 치르다 보니 우연히 소개를 받아 인턴을 하다 보니...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이거 아니면 안된다는 간절한 목표를 가지고 결룩 이뤄내는 사람들. 이번달 topclass에서 스페셜 이슈로 다룬 PD는 그런 대상의 직업군이었습니다. 일곱 명의 PD들은 대부분 일찌감치 PD를 꿈꿨더군요. PD는 선호하는 직업군 중 하나입니다. 미디어 환경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PD가 되려면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방송사가 여전히 있습니다.
PD에 대한 선호도가 왜 이렇게 높을까요? 피디는 이율배반적 속성을 지닌 직업군입니다. 기획과 섭외, 진행과 편집까지 한 프로그램의 전 과정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지면서도 정작 자신은 표면에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배우나 게스트 등을 내세우고 자신은 카메라 뒤에 숨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김문정 뮤지컬 음악감독 인터뷰가 생각납니다. 한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존재임에도 정작 김 감독 자신은 무대 아래에 숨어 있을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무대 아래 피트라고 불리는 움푹 들어간 곳에서 지휘를 합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는 배우들과 달리, 이곳은 어둡고 좁습니다. 김 감독은 이들에게도 조명을 받게 하고픈 마음에 자신의 이름을 단 공연을 열고 이들을 무대 위에 세우기도 했습니다.
무대 뒤에서 타인을 빛나게 하는 존재들. 피디도 그런 직업입니다. 스타를 앞세워 그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사람들. topclass가 PD의 세계를 스페셜 이슈로 다루기로 한 첫 번째 의도입니다. 카메라 뒤에서 타인을, 이야기를 빛나게 하는 이들을 전면에 불러내고 싶었습니다. 말하자면 한 세계를 창조해낸 사람에게 마이크를 대주고 창작의 의도를 묻고 애쓰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스타 피디 몇 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PD는 프로그램 뒤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더군요.
두 번째 디지털 문명의 대대적인 지각변동 한 가운데, 업의 변화가 큰 직종으로서 피디를 주목했습니다. 과거 지상파 TV와 몇 개의 라디오 채널만 존재했을 때는 PD가 희소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채널과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PD의 활동 영역이 확 넓어졌습니다. 종편뿐 아니라 카카오나 네이버 등 웹사이트, 유튜브에서는 원하기만 하면 누구나 채널을 만들고 피디가 되어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섭외를 하면서 스타피디들의 움직임만 봐도 판이 재편되는 게 확연히 보이더군요. 지상파 TV를 죄자우지하던 피디들이 그대로 친정에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종편, 유튜브, 쇼트품 콘텐츠 등으로 이동이 잦고, 아예 스튜디오를 여는 경우도 많습니다. MBC간판 피디였던 김태호 피디는 퇴사 후 얼마 전 자신의 이름을 내건 테오를 열었고, tvN간판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을 연출했던 이태경 피디가 여기에 합류했습니다. TV조선 소속이었던 이석로 피디는 홍진경이라는 인물의 매력과 콘텐츠 하나만 보고 유튜브 채널을 열었습니다. 공부왕찐천재의 탄생이지요.
이번달 피디의 세계에서는 총 여섯 명의 피디를 인터뷰했습니다. 김형중 이석로 김가람 정지인 심우경
이들이 정의하는 피디의 역할을 다 다릅니다. 예능 교양 다큐 드라마 등 다루는 분야가 다르니 목적 또한 다를 수밖에 없겠지요. 김형중 피디는 먹기 좋아 보이게 포장하는 역할, 이석로 피디는 세상에 있는 수많은 웃음과 정보의 소스를 가치있게 가공해 사람들에게 떠먹여주는 사람, 이태경 피디는 누군가를 웃게 만들고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고 피디의 일을 정의합니다.
어느 분야든 탁월성으로 빛나는 사람들의 시간을 보면 지독한 노력으로 빼곡합니다. 우리는 간혹 천재에 대한 환상이 있지요, 하늘이 내린 재능 덕분에 노력하지 않아도 기막힌 영감이 떠올 것이라는, 천재 피디는 노력의 천재들이었습니다.
_김민희 topclass편집장
■ 일곱 개의 키워드로 읽는 PD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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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연준의 응시/밤의 가장자리를 걷는 사람
■ 김민희의 속 깊은 인터뷰_구범준 세바시 대표 PD
2011년 5월에 시작, 연사들이 건네는 이야기는 차곡차곡 쌓여 2200여개의 이야기 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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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 째 스무살 이지선 교수
■ 최인아 책방 ×topclass 최광현 교수 가족 공부 북토크
■ 반짝임도 지키고, 지구도 지키고 KDT 다이아몬드 강성혁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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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기자의 경리간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