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어쩌면 한국 독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대체 마시멜로가 뭐지?’
마시멜로는 미국인들이 즐겨 먹는, 일종의 부드러운 캔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마시멜로로 만든 달콤한 과자들을 미국
어린이들은 무척이나 좋아한다.
‘마시멜로, 마시멜로....’ 천천히 속으로 발음해 보면, 입술이 동그랗게 말리면서 달콤하고 은은한 향기가 입안 가득
퍼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예쁜 유리병에 담긴 마시멜로를 진열해 놓은 사탕가게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 독자들의 가방 속에 이 책 <마시멜로 이야기>가 들어 있다면 나는 무척 행복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자신만의 성공을 꿈꾼다. 하지만 이 ‘성공’이라는 단어도 마시멜로와 같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삶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쉽게 좁혀지지 않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많은 사람들은 결국 꿈보다는 현실을 선택하고 만다.
꿈을 이루기 위해 현실 조건을 변화시키기보다는, 현실을 위해 꿈을 포기하는 쪽이 한결 손쉽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순간순간의 만족에 너나할 것 없이 열중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오랫동안 잊고 지낸 ‘성공’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머리를 얻어 맞은 듯한 느낌을 갖곤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늘 소수다.
현실에 만족하여 사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성공을 꿈꾸는 사람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여러분이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성공’에 대한 지혜로운 성찰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은 성공을 향한 꿈과 용기와 열정,
그리고 실천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으로 가는 길목에는 형형색색의 달콤한 마시멜로들이 여러분의 시선과 발걸음을 붙잡고자 숨어 있다.
하지만 이제 <마시멜로 이야기>와 함께 성공을 향한 계단을 차근차근 오르기 바란다.
<마시멜로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이미 성공을 향해 첫걸음을 떼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여러분의 벗-호아킴 데 포사다
차례
한국 독자들에게
아주 특별하고 놀라운 이야기에 앞서
1 당신의 ‘오늘’을 특별한 ‘내일’로 만들어라
2 눈부신 유혹을 이기면 눈부신 성공을 맞이하리라
3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기꺼이 가라
4 성공은 준비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마시멜로다
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혹은 ‘성공’이다
6 변화한 당신, 성공을 향해 힘찬 닻을 올려라
7 내일의 성공을 향해 쏴라
8 성공 이상의 성공을 꿈꾸며
마시멜로 이야기를 마치며
옮긴이의 말
아주 특별하고 놀라운 이야기에 앞서
햇살 뜨거운 어느 여름날 오후, 개구리 세 마리가 나뭇잎에 올라탄 채 유유히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나뭇잎이 강의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 그 중 한 마리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결심했다는 듯 단호하게 외쳤다.
“너무 더워. 난 물속으로 뛰어들 테야!”
다른 개구리들은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나뭇잎에는 몇 마리의 개구리가 남았을까?
“두 마리요!”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 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미안하지만, 틀렸다.
나뭇잎 위에는 여전히 개구리 세 마리가 남아 있다.
어째서 그럴까?
뛰어들겠다는 ‘결심’과 정말 뛰어드는 ‘실천’은 전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개구리는 뛰어들겠다는 결심만
했을 뿐이다. 녀석이 정말 물속으로 뛰어들지, 또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 다시 앉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도 늘 그렇다. 어쩌면 우리는 뛰어들겠노라, 큰소리만 치는 개구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라.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결심을 하는가. 다이어트 계획을 빈틈없이 세웠지만, 석 달 뒤에도 체중계의
눈금이 전혀 달라지지 않은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담배를 끊겠다고 굳게 마음 먹었지만 얼마 못 가 그 결심을 담배
연기와 함께 날려버린 적은 없었는가?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겠다고 다짐한 지 어언 한 달, 여전히 당신은
넥타이도 매지 못한 채 허겁지겁 출근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나 실망하지 마라. 끊임없이 결심만 하는 삶이 결심조차 하지 않는 삶보다는 희망이 있다.
자신의 결심을 ‘결실’로 이어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소중한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다.
나는 아주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작스레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성공을 꿈꾸기보다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유년시절을 보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내 부모님은 다시 집안을 일으켰지만 그 이상의
성공은 바라지 않으셨다. 나 또한 늘 뭔가를 잃지는 않을까 불안해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에 점점 익숙해졌다.
가진 것을 모두 잃었던 경험은 우리 가족의 일상생활에 깊은 그늘을 드리웠다.
부모님도, 나도 예전처럼 성공에 대한 용기와 꿈을 갖지 못했다.
아버지는 절망의 늪에서 벗어난 후에도 여전히 낡은 구닥다리 차를 몰고 다니셨다.
아버지는 여든 번째 생일을 맞고 나서야 겨우 큰맘을 먹고 신형 캐딜락을 장만했는데,
2년 후 바로 그 차 안에서 고요히 눈을 감으셨다.
다시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아버지 앞에서 나는 불투명한 미래의 성공보다는 지금 당장의
‘만족’이 더 중요하다는 가치관을 갖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돈을 버는 대로 모두 써버렸다. 선물, 최신형 자동차,
그리고 값비싼 보석에 열광하는 사치스러운 생활에 빠져 있었다. 미래를 대비한 착실한 저축은 내게 너무 먼 이야기였다.
하루하루를 유혹하는 달콤한 마시멜로를 손에 쥐자마자 모두 먹어치웠던 것이다.
이쯤에서 여러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이렇게 질문 할 수도 있겠다.
“왜 당신 아버지는 과소비와 허영에 들뜬 당신을 그냥 지켜보기만 했나요?
지독한 실패에서 우러난 경험과 소중한 가치를 왜 당신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나요?”
아버지는 내게 성공비결에 대해 단 한 번도 말씀하신 적이 없었다. 성공비결에 대해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투철한 절약과 검소한 생활을 몸소 실천에 옮긴 동기는 어떤 성공을 바라서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성공원칙이 아니라 ‘실패하지 않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을 뿐이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무일푼 신세로 전락하면 여러분도 매우 중요한 삶의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실패의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느라 그 교훈에 대해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여유가 좀처럼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깨달은 교훈을 알려줄 만한 기회가 정녕 있겠는가?
따라서 다음과 같은 의문은 오랫동안 내게 수수께끼로 남아 있겠다.
‘어떤 사람은 성공을 하는데, 어떤 사람은 왜 실패를 거듭할까?’
나는 30년 이상 동기부여 전문가로 활동했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초빙을 받아 강연을 하면서 중요한 고객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나아가 NBA(미국프로농구협회)와 올림픽대표선수들을 대상으로 동기부여에 관해 강연을 할 기회도 많았다.
나는 이들에게도 똑 같은 질문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선수는 거침없는 성공의 가도를 달리는데, 왜 어떤 선수는 그렇지 못할까? 분명히 타고난 재능이나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선수들도 많으며,
부족한 능력을 딛고 크게 성공한 선수들의 이야기 역시 우리는 수없이 알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마시멜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를 갖게 되었다.
이는 내 인생의 항로를 뒤바꿀 만한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앞으로 점점 깨닫겠지만,
경이로운 이 마시멜로 이야기는 여러분의 삶 또한 특별하게 바꾸어놓을 것이다.
나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성공법칙을 소개해 커다란 호응을 이끌어냈지만, 정작 성공의
방정식 가운데 매우 중요한 한 가지 요소를 빠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자, 이제 귀를 기울여보라! 모든 이에게 아주 특별하고 경이로운 성공의 비결을 들려주겠다.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비결인 만큼 특히 젊은이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무엇보다 성공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다.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는 것이 힘이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 문장을 완벽하게 만들려면 단어 하나를 더 넣어야 한다.
“아는 것을 실천해야 힘이다.”
실천하지 않는 앎은 진정한 배움이 아니다. 성공의 원리는 이처럼 간단하다.
이 책에서 얻고 깨달은 모든 것을 삶에 적용하라.
그러면 여러분은 예전과 전혀 다른 인생의 지평을 열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첫머리를 들춘 여러분께 한 가지만 부탁한다.
“마시멜로를 곧바로 먹어치우지 마라.”
무슨 뜻이냐고?
자, 이제 내 인생을 바꾼, 그리고 여러분의 인생을 아주 특별하게 만들어줄 마시멜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마시멜로 이야기
당신의 ‘오늘’을 특별한 ‘내일’로 만들어라
명품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조나단은 늘 자신감과 활기에 찬 신사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신경이
곤두서 있는 모습이다. 오전 내내 업무회의를 주관하느라 피로에 지친 탓이리라. 빌딩 현관에서 대기하고
있는 세련된 리무진으로 다가서는 그의 눈에, 운전기사 찰리가 케첩을 잔뜩 바른 햄버거를 입안 가득 베문
모습이 얼핏스쳤다. 조나단은 얼굴을 찌푸렸다.
“쯧쯧.... 찰리, 자네 또 마시멜로를 먹고 있구먼!”
조나단이 혀를 차며 눈을 흘겼다.
“마시멜로요?”
화들짝 놀란 찰리의 표정에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성공한 경영자로 명성을 쌓은 조나단은 유창한
말솜씨와 수수께끼 같은 선문답을 즐기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었다. 하지만 햄버거를 보고 마시멜로라니?
찰리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사장님, 이건 맥도널드에서 파는 햄버거예요. 뜬금없이 마시멜로라뇨? 아,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마시멜로 구경한지도 참 오래됐네요. 부활절이면 어머니는 늘 마시멜로 구경한지도 참 오래됐네요.
부활절이면 어머니는 늘 마시멜로 과자를 선물로 주곤 하셨어요. 마시멜로를 넣은 샌드위치도
정말 맛있었는데....”
조나단은 한결 누그러진 손길로 찰리의 등을 토닥였다.
“찰리, 자네가 먹고 있는 게 마시멜로가 아니란 것쯤은 나도 잘 알고 있네, 오전 내내 눈앞에 놓인
마시멜로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는데, 자네에게서도 똑 같은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실망스러워서 그랬을 뿐이야.”
찰리는 입맛을 다시며 먹다 만 햄버거를 봉투에 넣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룸미러를 통해 조나단의
안색을 살피며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장님, 제게 뭔가 하실 말씀이 있는 것 같군요. 운전을 하면서 사장님 말씀을 들어도 괜챦겠습니까?”
“그렇게 하게. 세비야 레스토랑이 자랑하는 파엘라(쌀, 고기, 어패류, 채소를 곁들여 사프란으로
맛과 향을 낸 스페인식 볶음밥-옮긴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이지. 자네도 무척 좋아할만한
일품요리네. 1시까지 파엘라를 준비해 놓으라고 그 레스토랑에 예약했다네. 지금부터 나는 자네에게
마시멜로 이야기를 들려줄 작정이야. 명심하게. 이야기를 듣는 동안 파엘라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네.”
찰리는 잠시 동안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흠.... 파엘라와 마시멜로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찰리, 서두르지 말게나! 급히 먹는 밥은 체하게 마련이지. 하하.”
찰리는 리무진을 부드럽게 몰아 한낮의 붐비는 차량 행렬에 자연스레 끼어들었다. 신호를 기다리면서
그는 “뉴욕타임스” 한 부를 둘둘 말아 조수석 햇빛가리개 뒤에 쑤셔넣었다. 신문에는 군데군데 빈칸으로
남겨진 십자말풀이가 실려 있었다.
조나단은 가죽 시트에 편안하게 등을 기댄 채 잠시 숨을 고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네 살 무렵의 일이었네. 아주 어린 나이였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네. 나는 어떤 실험에
참가했었는데, 그때는 몰랐지만 훗날 그 실험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유명한 실험이었어.
당시 내 아버지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계셨다네. 어느 날 아버지의 지도 교수님 한 분이
‘만족 유예’에 관한 실험을 위해 대상으로 삼을 만한 어린 아이들을 물색하고 계셨는데, 마침 아버지께도
아들인 나를 참가시켜 보라고 권유하신 거지.”
“무슨 실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는 어린 자녀들을 실험에 참가시키기가 영 내키지 않았겠군요.”
“하하, 아니었다네. 전혀 위험하지 않은 실험이었지. 당시에 실험에 참가했던 경험이 커다란 행운이었음을
나는 어른이 되어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네.”
평소 유난히 호기심이 강한 찰리는 귀를 쫑긋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어떤 실험이었나요?”
“간단히 말하자면, 아이들의 욕망과 자제심에 관한 실험이었어. 난 지금도 그 실험이 눈에 선하네.”
조나단은 지그시 눈을 감고는 먼 추억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했다. 찰리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넘겼다.
“그 실험은 내 또래의 아이들을 한 명씩 각기 다른 방에 배치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어. 혼자 남겨진
그 방에서 잠시 두리번거리며 기다리고 있자니,
이윽고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한 아가씨가 들어와 내 앞에 마시멜로를 한 개 놓더군.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네. ‘
이제 나는 밖에 나갔다가 15분 후에 다시 돌아올 것이란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탁자 위에 놓아둔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는다면, 상으로 마시멜로를 한 개 더 주도록 할게.’ 나는 마시멜로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입 안에 침이 고이면서 먹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지. 하지만 어쨌든 그 아가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순간 뒤편에서 강적이 울렸다. 이야기에 심취한 나머지 좌회전 신호를 놓친 찰리는 화들짝 놀라 서둘러
차를 출발 시켰다.
“오호라, 그건 정말 백 퍼센트 수익을 보장받는 투자네요. 15분만 참으면 마시멜로 한 개가 더 생긴다니,
아무리 어린아이라고 할지라도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겠어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찰리는 천진하게 웃었다.
“자네 말이 맞네! 정말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지. 하지만 네 살짜리 아이에게 15분이란, 정말 길고도 가혹한
시간이지. 어쩌면 어른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걸세. 게다가 주위에는 내가 마시멜로 먹는 걸 말릴 사람이
아무도 없지 않은가! 참기가 정말 힘들었다네.”
“저런, 그래서 마시멜로를 먹어버렸나요?”
찰리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높였다.
“하하, 걱정하지 말게나, 찰리. 난 먹지 않았다네. 하지만 계속해서 마시멜로를 만지작거렸다네.
마시멜로를 혀로 핥아보기까지 했다네. 그 맛있는 걸 눈앞에 두고 참자니, 정말이지 죽을 맛이더군.
노래를 부르며 방안을 뛰어다니기도 하고, 마시멜로가 놓인 탁자를 등진 채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숫자를 헤아리기도 하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마시멜로를 외면하고자 애를 썼지,
하하. 내 생애에 그렇게 긴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을까. 마침내 더욱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예의
그 연구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네.”
찰리는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달뜬 심정이었다.
“그녀가 마시멜로를 하나 더 주었겠군요!”
“물론이지. 내 평생 가장 맛있는 추억으로 남은 두 개의 마시멜로였다네.”
사거리에서 다시 신호에 걸리자, 찰리는 브레이크를 천천히 밟아 차를 멈추고는 고개를 뒤로 돌려
조나단에게 물었다.
“무척 흥미진진한 실험이었군요. 흠... 그런데 그 실험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이었나요?
그 연구원이 말해 주었나요?”
조나단은 상체를 약간 앞으로 기울여 찰리와의 거리를 좁힌 다음 말을 이었다. 분주한 도심의 소음이
조용한 대화를 방해한 탓이었다.
“아닐세.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았네. 세월이 몇 년 흐른 뒤에도 알 수 없었지. 나는 그저 입안 가득 달콤함을
불어넣어준 두 개의 마시멜로만 기억했을 뿐이네. 그러고도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연구원들이 마시멜로 실험에
참가했던 어린이들을 다시 불러모았네. 당시 600명가량의 아이들이 실험에 참가했었는데, 일정 시간이 흐른 다음
소재 파악에 나선 연구원들은 찾아낸 아이들의 부모에게 제법 성장한 자녀들의 재능과 장점에 대해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어.” 신호가 바뀌고, 찰리는 천천히 엑셀을 밟으며 부드럽게 출발했다.
“사장님의 부모님은 사장님을 어떻게 평가하셨나요?”
“내 부모님은 평가에 참여하지 못하셨네. 그때 나는 열네살이었는데 우리 가족이 그 동안 여러 차례 이사를
했기 때문에 설문지를 받지 못했지. 어쨌든 연구원들은 정말 놀라운 결과를 발표했다네.”
“그렇다면 실험 당시로부터 거의 10년 만에 연구 결과가 나왔군요?”
찰리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조나단을 바라보았다. 조나단은 빙긋 웃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15분을 기다려 마시멜로를 한 개 더 상으로 받은 아이들과 15분을 참지 못해 탁자 위 마시멜로를 먹어치우고
만 아이들의 10년 성장과정을 상호 비교한 연구 결과는 흥미 그 자체였다네. 15분을 참았던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학업 성적이 뛰어났지. 또한 친구들과의 관계도 훨씬 원만하고,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네. 놀랍지 않은가? 겨우 15분이었지만, 눈앞의 마시멜로에 만족한 아이보다는
한순간의 유혹을 참고 기다렸던 아이들이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는 사실!”
좀처럼 풀리지 않던 “뉴욕 타임스” 십자말풀이에서 마지막 빈칸을 채운 듯한 즐거운 전율을 느낀 찰리는
자신도 모르게 한손으로 핸들을 탁 쳤다.
“아하, 그러니까 사장님이 지금껏 성공의 길을 밟아올 수 있었던 원천이 바로 그 마시멜로 실험이었군요.
그래서 ‘행운’이라 말씀하셨고요.”
“빙고! 내 이야기가 자네에게 잘 전달되었구먼, 하하.”
찰리는 창문을 열고 후사경의 각도를 약간 조정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마시멜로 실험을 계기로 사장님께서 마흔 살의 젊은 나이에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다는 건,
아무래도 너무 비약된 논리 아닌가요?”
“물론 자네 말도 일리가 있네. 내가 마시멜로 실험결과를 통해 얻은 건 인간의 자유의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교훈이었네. 즉 눈앞의 마시멜로를 바로 먹어치운 것도, 보상을 기다리며 유혹을 물리친 것도
모두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른 결과지. 그 가운데 더 큰 만족과 보상을 위해 당장의 욕구 충족을 미룰 줄 아는
의지가 바로 성공을 견인하는 강력한 지표가 된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네.”
찰리는 다시 좀처럼 풀리지 않는 십자말풀이의 한복판에 놓여 있는 듯한 심정이었다. 이윽고 저 멀리
세비야 레스토랑의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솔직히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잘 안 가요.”
“하하, 말했쟎은가, 서두르지 말라고. 아까 자네가 햄버거를 먹을 때 내가 책망했던 말을 떠올려보게.
그리고 설마 파엘라를 잊지는 않았겠지?”
찰리는 주차장으로 차를 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장님은 제게 마시멜로를 먹고 있다고 꾸짖으셨죠. 그리고 사장님이 말씀하시는 동안 파엘라를
염두에 두고 있으라고....”
“그래, 잘 기억하고 있군. 한 가지만 더 일러주지. 찰리, 자네는 혹시 내가 일 주일에 한 번쯤은 꼭 자네와
점심식사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주차를 마친 후 시동을 끈 찰리의 눈이 동그래졌다.
“네? 아...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정말 사장님께서는 저와 일 주일에 한 번쯤 점심을 같이 하셨네요!”
“그래, 날짜와 장소를 정해놓은 적은 없지만, 사업상 만나는 사람들과의 점심 미팅에 지칠 때면
나는 늘 자네와 점심 식사를 함께 했지. 내가 추천하는 요리를 자네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스트레스와 피로가 잠시 달아나곤 했다네. 오전 내내 회의에 시달리느라
지친 탓에 오늘 점심은 자네와 함께 할 생각이었지. 그런데 오늘 자네는 어땠나?”
여전히 찰리는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사장님께서 미리 오늘 점심 같이 하자고 귀띔만 해주셨더라도.... 그러니까 사장님 말씀은,
제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파엘라라는 맛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었는데 순간적인 식욕을 참지 못한 채 햄버거를,
아니 마시멜로를 먹었다는 거군요?”
“그렇지. 물론 내가 자네에게 점심식사를 함께 하자고 미리 알렸다면, 자네는 아마 햄버거라는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렸겠지. 하지만 찰리, 이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네. 중요한 건 눈앞에 펼쳐진 작은
만족과 유혹을 참고 견디면 언젠가 그 보상이 반드시 돌아온다는 굳건한 믿음을 갖는 자세일세. 정해진 날짜,
정해진 장소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반드시 ‘성공’의 결실이 돌아온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만이 지금 당장의 작은
만족을 큰 성공으로 만들어갈 줄 안다는 뜻이네. 이해가 되는가?”
찰리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쩔 줄 몰라했다.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심정이었다.
“제가 정말 어리석었습니다. 적어도 일 주일에 한 번쯤 사장님께서 저를 점심식탁에 부르신다는 사실만
깨달았더라도 햄버거 따위로 잠깐의 배고픔을 달래지는 않았을 텐데요.”
“바로 그 말일세.
자네는 좀더 큰 만족의 가능성을 헤아리지 못한 채 눈앞의 욕구를 충족하는 데 자신의 자유의지를 활용한 것이지.”
고급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유쾌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주차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모습이 찰리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어쩐지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사장님 말씀이 맞아요. 저는 늘 내일보다는 오늘의 만족을 위해서만 살아온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게는 진정 ‘내일’은 없었던 거죠. 그래서 언제나 오늘이 반복되는 삶이었군요.
이제야 비로소 마시멜로 실험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운전을 하면서 늘 뒷좌석에 편안히 앉아계신
사장님의 성공을 부러워만 했을 뿐,
사장님의 성공비결이 이처럼 작고 평범한 진리에 바탕하고 있다는 점을 미처 몰랐습니다....”
조나단은 축 처진 찰리의 어깨를 따뜻하게 토닥였다.
“이보게 찰리, 너무 서두리지 말게나. 내가 만일 자네를 그저 내 운전기사로만 생각했다면 자네와 식사를 함께
하거나 마시멜로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을 걸세. 자네가 햄버거를 먹든, 샌드위치를 먹든 상관하지 않았겠지.
자네는 아직 성공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보다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네.
내일 아침 출근길에 좀더 자세하게 얘기해 주도록 하지. 자, 제법 시장한걸. 어떤가,
햄버거 때문에 배가 좀 부르겠지만 함께 가서 파엘라를 조금이라도 들어보겠나?”
찰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사장님. 저는 남은 햄버거를 먹으며 눈앞의 마시멜로를 허겁지겁 먹어치운 어리석음을 반성하렵니다.
다녀오실 때까지 차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천천히 멀어져 가는 조나단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찰리는 “뉴욕 타임스”를 다시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풀다 만 십자말풀이 빈칸마다 ‘성공’이라는 단어를 적어넣었다. 조나단의 운전기사로 일한 지 6개월.
조나단은 봉급 외에도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이런저런 충고와 교훈들을 들려주곤 했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마시멜로 이야기는, 정말이지 찰리에게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찰리는 문득 차에서 내려 지하에 자리한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시멜로 한 봉지 주세요!”
눈부신 유혹을 이기면 눈부신 성공을 맞이하리라
이른 아침 찰리는 조나단의 저택 앞에서 모자를 고쳐 쓰며 사장을 기다렸다. 조나단이 대문을 열고 나오자 찰리는
정중하게 차의 뒷문을 열었다. 조나단이 가볍게 웃어 보이며 차에 올랐다. 그의 얼굴에는 배움과 경륜에서 우러나는
지성과 온후함이 서려 있었다.
“사장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저는 지난 밤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잠을 설쳤답니다. 오늘 제게 마시멜로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죠? 사장님의 말씀을 들을 생각을 하니, 지금부터 마음이 설레는군요.”
주택가를 빠져나오자 출근을 서두르는 차량 행렬로 거리는 분주하고 활기에 넘쳤다.
“오호라, 내 이야기를 기다렸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인걸?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허락하는 한 이야기를
해주겠네. 성공하는 사람들은 하늘이 두 쪽 나도 결코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 법이니까. 하하.”
찰리는 룸미러를 통해 조나단의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그러나 조금은 짓궂게 물었다.
“정말 그렇습니까, 사장님? 유능한 사업가는 거짓말도 잘하고, 상황이 불리해지면 거래 계약도 번번이 어긴다고 하던데요....”
“찰리, 그건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네. 어떤 사람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도 돈을 벌어들이지.
하지만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이는 반드시 나쁜 결과를 불러오게 마련이네.
이 또한 마시멜로 이야기와 관련이 있지만, 이쯤 해두세.”
“네, 사장님!”
거리를 달리는 버스는 대체로 만원이었고, 지하철역 앞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리무진이 신호를 기다리느라
멈출 때마다 오가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차 안을 곁눈질했다. 그들도 조나단의 성공을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찰리는 빙긋 웃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 또한 그들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찰리, 어제 자네는 마시멜로의 유혹을 견딘 사람이 마시멜로를 먹어치운 사람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큰 이유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말하자면 사장님의 성공비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는 거죠. 어제 마시멜로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게도 성공할 수 있는, 뭔가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크고 작은 성취의 단서들을 지속적인 성공으로 이어가지 못했더군요.”
조나단은 찰리의 말에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렴풋이나마 찰리가 자신의 말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에 그는 기쁨을 느꼈다.
“찰리,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십자말풀이를 열심히 풀더니 표현력이 많이 늘었군, 하하. 자네는 이미 ‘성취’라는 단어의
깊은 의미를 피부로 느낀 것 같군.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네. 이제 자네가 성취를 성공으로 이어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세. 먼저 자네가 부활절을 맞이해 마시멜로 과자를 선물로 받았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보지. 아니, 멀리 갈 것 없이
고등학생 시절에서 출발해 볼까? 그때 자네는 차를 갖고 있었나?”
“네. 집안 형편은 그다지 넉넉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저는 차를 가진 행운아였어요.”
찰리는 달뜬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얼굴에 홍조를 띠고 가슴이 두근거리게
마련이다. 신이 난 찰리는 유쾌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정말 멋진 빨간색 코베트 컨버터블이었어요. 사장님도 잘 아실 거예요. 지붕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오픈카였죠.
여학생들을 확실하게 매혹시킬 수 있는 날렵한 녀석이었답니다. 한번은 축제에서 메이 퀸으로 뽑힌 아가씨를 태우고 황홀한
드라이브를 즐긴 적도 있었어요. 우리와 눈이 마주친 사람들은 모두 휘파람을 불며 난리였죠. 정말 꿈 같은 시절이었습니다.”
찰리는 왼손으로 아랫입술을 당겨 ‘휙’하고 휘파람을 불었다. 조나단은 그런 찰리가 귀엽게 느껴졌다.
그는 시치미를 뚝 떼며 물었다.
“그게 차를 산 이유였나?”
“멋진 여자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요? 물론이죠! 아주 효과 만점이었어요. 제 검정색 수첩에는 A항의 안젤리카부터
Z항의 조에 이르기까지, 여자 이름이 가득 적혀 있었죠.”
“흠.... 좋아,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는 자네 말은 믿도록 하지. 그건 그렇고, 자동차를 산 돈은 어떻게 마련했나?
설마 자동차를 선물로 받은 건 아니겠지?”
“아뇨, 일단 접시닦이 아르바이트로 틈틈이 모은 돈으로 계약금을 치렀어요. 그러고 나서 할부금과 보험료를 충당하기
위해 주말에만 근무하던 주유소 일을 주중에도 할 수밖에 없었죠. 게다가 여학생들과의 데이트 자금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나는 대로 접시닦이 일도 병행해야 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자동차를 수리할 경우라도 생기면....
휴, 정말 돈 들어갈 일이 많아서 골치가 아팠습니다.”
찰리는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쨌든 자동차를 관리하고 유지하느라 날마다 쩔쩔맸죠. 늘 빈털터리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자네가 이룬 성취, 즉 그 멋진 차는 정말 거대한 마시멜로였구먼. 그렇지 않은가?”
조나단의 날카로운 지적에 찰리는 그만 숨이 멎을 뻔했다.
“네? 아, 코베트도 바로 마시멜로였군요! 아, 도무지 풀리지 않았던 십자말풀이의 빈칸들이 채워져 가는 느낌입니다.
가장 좋은 차와 멋진 여자친구를 갖고 싶다는 눈앞의 욕구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부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러자 차도, 여자도 모두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현재... 낡은 차 한대 없이 사장님 차를 몰고 있죠.
운전기사 모자를 쓴 저 같은 남자를 여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사장님, 정말 맥이 풀려요. 하지만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멋진 차를 몰고, 아름다운 여자들과 어울리고 싶어하지 않나요? 사장님은 어떠셨어요?”
찰리는 조금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말에 동의를 구하듯 조나단을 바라보았다. 조나단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나도 그랬지, 찰리. 나도 고등학생 때는 자네처럼 멋진 자동차와 예쁜 여자친구를 가진 친구들을 부러워한 적이 많았네.
그때 내가 무슨 차를 몰고 다녔는지 아나? 10년 된 고물에 가까운 모리스 옥스퍼드였네. 내가 구할 수 있는 차 중에서 가장
싼 것이었어. 350달러를 주고 샀지. 그래도 아르바이트와 학교생활 모두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고, 드물기는 했지만 내게 호감을
보이는 여학생이 있으면 종종 그 차를 타고 함께 데이트도 즐겼네. 자네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 차나 나 자신이나
‘여학생을 매혹시키는 멋진 녀석’은 아니었지. 그렇지만 나는 그때 대학 진학을 위해 돈과 시간을 저축하고 있었네.
공부야말로 내가 원하는 멋진 것들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열쇠라고 믿었거든. 자네가 말했듯, 인생에서 오직 한 번뿐인 청춘을
그 누가 마음껏 즐기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긴 여정일세. 나는 가장 유혹에 굴복하기 쉽고,
강렬한 매혹에 빠져들 수 있는 시절에,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꾹 참고 있었네. 네 살 때 마시멜로 실험에 참가했던 경험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셈이지. 당장 눈앞의 욕구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하기 위해 자신의 가장 눈부신 시절을 기꺼이 견딘
사람이 바로 청춘을 가장 성공적으로 보낸 사람이 아니겠는가?”
찰리는 조나단에게 존경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문득 창 밖으로 스쳐가는 스쿨버스에 탄 학생들에게
따뜻하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마음껏 즐겼던 한 시절이, 이처럼 후회로만 남은 추억이 되다니....
어쩐지 찰리는 가슴 한켠이 쓸쓸해졌다.
“사장님은 훨씬 많은, 그리고 진정한 마시멜로를 원하셨군요.”
“학업을 모두 마치고 나자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손짓을 하는 회사들이 많았다네.
내가 선택한 회사에서는 자동차도 제공해 주었지. 그리고 멋있고 세련된 여자들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도 만날 수 있었지.
하하, 찰리, 너무 낙심하지 말게나. 인생은 길고, 자네는 아직 패기만만한 젊은이 아닌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네.
중요한 건 그 기회를 이제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는 거네.”
직진 신호를 기다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을 추억하며 살기에는 아직 너무 젊지 않은가.
생각을 바꾸자 푸른 신호등처럼 푸른 희망의 빛들이 점점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게나. 오늘 내가 자네에게 100만 달러를 준다고 해보세.
아니면 오늘 1달러, 내일 2달러, 모레 4달러...
이처럼 날마다 그 금액을 배로 늘려가며 30일 동안 내가 자네에게 준다고 가정해 보세. 자네는 어느쪽을 선택하겠나?”
조나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치 100만 달러를 자신의 손에 쥐기라도 한 듯 찰리는 어깨를 들썩이며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오, 사장님, 저는 바보가 아닙니다. 당연히, 당연히 100만 달러를 택하죠. 설마 사장님은 30일 동안 돈을 매일 배로 늘려서 받는
쪽을 선택하지는 않으시겠죠?”
조나단은 안타까운 얼굴로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다.
“찰리, 자네는 또 아무 생각 없이 마시멜로를 먹어치운 셈이네. 이제 십자말풀이를 그만 접고 수학공부 좀 해야겠군.
자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생각하지 않고 또다시 눈앞의 욕구만을 충족시키기에 급급하고 말았네.
1달러 쪽을 선택하면 5억 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는데도 자네는 그만 100만 달러에 만족하고 말았어.
지금까지의 내 이야기도 모두 공염불이 된 셈이지.”
“헉, 5억 달러라고요? 정말 굉장하시군요! 사장님, 도무지 믿기지 않습니다. 사장님이 공연히 거짓말을 하실 리는 없는데....”
“찰리, 사실이네. 5억 달러일세.
그것이 바로 마시멜로 한 개를 성급하게 먹어치우지 않고 꾹 참았을 때 얻을 수 있는 놀라운 힘일세. 하하,
한 달에 5억 달러를 얻는 것이 하루에 100만 달러를 갖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한 블록만 더 지나면 회사 빌딩 앞에 다다를 예정이었다.
찰리는 5억 달러가 눈에 어른거리는지 핸들을 꽉 움켜지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제야 비로소 사장님의 성공비결을 구체적으로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깨달음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마시멜로 이야기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장님은 마시멜로 이야기를 어떻게 현실에 적용하고 계신가요?”
조나단은 또다시 서두르는 찰리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찰리, 운전할 때는 운전에 가장 신경을 서야지. 좌회전 차선으로 들어오면 어떻하나?”
아차, 찰리는 깜박이를 켜고 뒤차의 양해를 구해가며 차선을 변경했다.
“자, 회사에 다 왔으니 간단하게 한 가지 예만 들어보겠네. 기억하나? 어제 내가 오전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모두
마시멜로를 먹어치운 사람들이라고 푸념했던 거 말일세.
그리고 우리가 마시멜로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도 물론 기억할 것이라고 믿네.”
“그럼요, 기억하다마다요. 어제는 정말 제 삶에 있어 결코 잊을 수 없는 특별한 하루였습니다.
평소 활력에 넘치던 사장님께서 웬일인지 넥타이까지 풀어헤치고 지친 기색을 보이신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조나단은 진지한 찰리의 목소리에 어떤 성취감 같은 걸 느꼈다.
‘그래, 서두르지 말고 참을성 있게 찰리와 이야기해 보자. 이 또한 마시멜로가 내게 가르친 인내의 미학 아닌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조나단은 한결 마음이 푸근해졌다.
“좋아, 자네는 충분히 배울 만한 자세를 갖추고 있군. 앞으로도 계속 그래주기를 바라네. 자네에게는 처음 하는 이야기이지만,
우리 회사는 지난 몇 달 간 비즈니스맨들을 대상으로 한 통신교육 프로그램 패키지를 팔기 위해 캐나다의 한 대기업과 협상을
벌였다네. 패키지를 팔기 위해 캐나다의 한 대기업과 협상을 벌였다네. 패키지 전체 가격은 1,000만달러였네.
그런데 출장을 다녀온 우리 회사 영업담당 부사장이 어제 회의석상에서 보고하기를,
그 회사에서 패키지 가운데 고객서비스와 관련된 프로그램 하나만을 원한다는거야. 그 프로그램의 가격은 100만 달러라네.”
회사 지하주차장에 안전하게 주차를 마친 후 찰리는 눈을 반짝거리며 뒤로 돌아앉아 조나단을 바라보았다.
“영업담당 부사장은 상대 회사가 패키지 전체의 구매에 대해 난색을 표명하는 만큼 어떻게든 프로그램 하나만이라도 팔아야
되지 않겠느냐는 의지를 보였네. 그러자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뜻을 나타냈지.”
“와우, 굉장하군요.
패키지 전체를 팔지 못해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10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는 건 축하할 일이 아닐 수 없군요!”
조나단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가 않네, 찰리. 100만 달러, 1,000만 달러의 실적이 중요한 게 아니야,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그 회사가 북미시장
전체에서 어떤 위치를 갖고 있느냐지. 그 회사는 북미 전역을 연결하는 통신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네. 따라서 그 회사가 우리
패키지 프로그램을 구입하면 우리로서는 북미 전체 회사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최적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셈이지.
나는 그 회사가 패키지 전체를 구매하면, 거기서 벌어들인 1,000만 달러를 그 회사의 첨단 네트워크 망 구축에 고스란히
재투자할 생각이었네. 우리 회사 연구원들이 비밀리에 분석한 결과, 네트워크 망만 확보할 수 있다면 우리가 개발한 패키지
프로그램이 북미시장에서 5억 달러의 실적을 올릴 수도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네.”
찰리는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아, 사장님은 정말 대단하시구나’하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 같은 전략을 어제 회의 대 임원들에게 발표하려고 했지. 그런데 그들은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더군.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네. 그래서 점심에 자네와 파엘라를 음미하며 피곤을 달래려고 했었지, 하하.”
“모두가 마시멜로를 먹어치우는 데만 열중했군요.”
조나단은 손목시계를 쳐다보면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차문을 닫기 전, 그는 허리를 숙여 운전석에 앉아 있는 찰리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찰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어쨌든 아직 계약은 하지 않았어. 나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이네.
그 회사 사장과 아침 9시에 마지막으로 전화통화를 하기로 했다네. 쉿, 오늘 내가 한 회사 얘기는 극비사항일세.”
“건투를 빌겠습니다. 사장님, 힘내세요!”
조나단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지고 난 후 찰리는 조나단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자동차 여섯 대를 주차하고도 남을만큼 널찍한
차고에 리무진을 주차한 다음 회사에서 무료로 제공한 운전기사 숙소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그의 삶은 평탄했다. 스트레스가 적은 직업이기도 하거니와, 혼자 살아가기에 급여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내세울 만한 것도 없는 인생이었다. 찰리는 새삼 자신의 현재 모습을 진지하게 들여다보았다.
주머니에 든 60달러가 그의 전재산이었다. 물론 저축한 돈은 한 푼도 없었다.
1년 계획은커녕 일 주일을 준비하는 계획조차 없었다.
찰리는 긴 한숨을 내쉬며 방으로 들어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문득 어제 구입한 마시멜로 봉지가 눈에 띄었다.
그는 포장을 뜯고 난 후 마시멜로 한 개를 집어들다가 순간 멈추었다.
찰리는 입맛을 다시며 한참을 바라보다가 침대 옆 작은 탁자 위에 다시 마시멜로 봉지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빙긋 웃었다.
“오늘을 참으면, 내일은 두 개를 먹을 수 있겠군.”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기꺼이 가라
이튿날 아침, 찰리는 눈을 뜨자마자 탁자 위에 놓여 있는 마시멜로를 바라보았다. 마시멜로는 그대로 있었다. 찰리는 사뭇 자신이 대견했다.
‘이제 두 개를 먹어도 되겠군.’
찰리는 봉지에서 마시멜로를 한 개 꺼내려다 문득 멈추었다. 또 한번 참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언제까지 참을 수 있는지 나 자신을 시험해 보자.’
리무진을 운전하는 내내 찰리는 조나단에게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마음이 다급해졌다. 시내로 차를 몰고가는 한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만 느껴졌다.
고객과의 상담을 끝낸 후 시내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조나단은 호텔 정문 앞에서 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님,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지난밤에 마시멜로를 먹어치운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해치우셨나요?”
조나단은 유쾌하게 웃으며 차에 올랐다.
“하하, 해치우지는 못했지만 몇몇 임원들의 마음을 바꿔놓는 데는 성공했네. 캐나다 회사의 사장과도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었지.
그에게 마시멜로 이야기도 했다네. 무엇보다 북미 시장에 대한 나의 투자계획을 귀 기울여 경청한 그 회사의 사장은 마침내 1,000만 달러짜리 거래를 최종 승인했다네.”
“와우, 결국 사장님의 뜻대로 모든 일이 잘 성사되었군요. 굉장한 소식이네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대단하세요!”
조나단은 치열한 전투를 승리로 이끈 지휘관처럼 흐뭇했다. 오늘만큼은 찰리의 유난한 호들갑도 싫지 않았다.
“고맙네, 찰리! 나도 매우 기쁘다네. 자네가 듣고 싶다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줄까 하는데....”
“사장님의 이야기는 언제나 저를 흥분시킵니다. 그런데 마시멜로 이야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 건가요?”
“이 이야기를 듣기 전에 먼저 성급한 판단하지 말게. 먼저 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하게나. 물론 ‘마시멜로’를 염두에 두는 걸 잊지 말아야 하네.”
“에고, 제가 또 서두르는군요. 명심하겠습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조나단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 커피 한 잔 마시고 또 올리지요^^
아룬 간디 이야기
위대한 아들을 키운 위대한 아버지
아룬 간디는 마하트마 간디의 손자다. 마하트마 간디는 20세기의 최고 성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평화적으로 이룩한 위대한 업적에 대해 매우 겸손했다. 하지만 딱 한 번, 자신의 성공비결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와 같은 노력을 기울이고, 저와 똑 같은 희망과 믿음을 가꾼다면 누구나 제가 이룩한 만큼의 성취는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노력’과 ‘믿음’이 성공의 지름길임을 강조했다. 어찌 보면 이는 매우 먼 길일 수도 있지만 그 여정의 끝은 그에 대한 보상으로 가득 채워져 있음이 분명했다.
아룬 간디는 이 같은 할어버지의 가치관과 신념을 깊이 존경했다. 마하트마 간디가 위대한 인물이어서가 아니라, 언제나 자신에게 인자하고 너그러운 할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열두 살이 되던 해 아룬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할어버지 집에 들어가 1년 6개월을 살았다.
아버지의 현명한 배려 덕분에 아룬은 할어버지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막 사춘기로 접어든 아룬이었지만, 그는 할아버지로부터 자제하는 법과 평화롭게 힘을 사용하는 법, 그리고 무엇보다 겸손함에 대해 배웠다.
당시 아룬은, 할아버지가 자신의 친필 사인회 행사를 통해 모은 자선기금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모습에 무척 감동을 받았다. 할아버지는 아룬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내가 얻은 결실들을 나를 도와준 모든 사람들에게 베풀 줄 알아야 한단다.”
이처럼 할아버지의 깊은 지혜와 사랑 속에서 자라난 아룬은, 열일곱 살 되던 해 그의 아버지에게서도 매우 소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아룬의 아버지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아룬에게 집에서 15킬로미터가량 떨어진 사무실까지 차로 데려다 달라고 말했다. 사무실에 도착한 후 아버지는 아룬에게 말했다.
“얘야, 아무래도 차를 수리해야겠구나. 덜덜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는 걸. 차를 정비소에 맡긴 다음 수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늦어도 다섯 시까지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너라.”
“네, 아버지. 잘 알겠습니다.”
“다섯 시까지는 꼭 돌아와야 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룬은 덜덜거리는 차를 끌고 시내 외곽에 자리한 정비소로 향했다. 차를 고치는 동안 무엇을 할지, 아룬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저 정비소에서 기다리는 일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는 차를 정비사에게 넘긴 후 간이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고는 돌아왔다. 그의 차는 정비소 옆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 정비사가 그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차를 다 고쳤어. 타고 가도 괜찮단다.”
“벌써 다 고쳤어요?”
아룬은 시계를 보았다. 이제 겨우 12시였다. 아직 다섯 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아룬은 왠지 모를 가벼운 흥분에 가슴이 뛰는 걸 느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차를 몰아 시내로 들어갔다. 화려한 간판의 극장이 눈에 띄자 아룬은 곧바로 차를 세운 다음 영화표를 샀다. 두 편을 동시상영하는 극장이었다. 그는 손목시계를 쳐다보았다.
‘동시상영이라.... 한 편만 보고 사무실로 가도 충분하겠구나.’
하지만 아룬은 영화에 푹 빠진 나머지 두 편을 연속해서 보고 말았다. 마지막 자막이 올라갈 때가 되어서야 그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다시 시계를 보았다. 6시 5분이었다.
아뿔싸! 아룬은 벌떡 일어나 극장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가 아버지의 사무실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주위에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석양을 받으며 사무실 밖에 혼자 서 있었다. 아룬은 허겁지겁 차에서 내렸다.
“죄송해요. 제가 많이 늦었죠?”
아버지의 얼굴에는 근심과 안도감이 동시에 교차하고 있었다.
“아들아, 네게 무슨 사고라도 생기지나 않았는지 무척 걱정했단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
아룬은 갑자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어휴, 어리석은 정비사들 때문에 이렇게 늦었어요. 그 사람들, 고장 원인을 좀처럼 찾지 못하다가 겨우겨우 수리를 끝냈어요. 곧장 달려왔는데, 너무 늦었네요. 정말 죄송해요.”
아버지는 약간 의아한 표정이었다. 잠시잠깐 그의 얼굴이 찌푸려졌으나 다시 침착함을 찾는 듯했다. 아버지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룬은 이 같은 아버지의 모습을 애써 외면하며 열심히 딴전을 피웠다.
“이제 덜덜거리는 소리는 나지 않을 거예요. 타세요, 아버지.”
아룬은 운전석에 올랐다. 그러나 아버지는 차에 타지 않은 채 여전히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초조해진 아룬은 차의 시동을 걸었다.
“타세요, 아버지. 어서 집에 가야죠.”
아버지는 아들의 얼굴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아들아, 차를 몰고 집으로 가거라. 나는 걸어가겠다.”
“네?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못 들었느냐? 난 집까지 걸어가련다.”
아룬은 몹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무실에서 집까지 15킬로미터가 넘는, 걷기에는 너무나 먼 거리였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아룬은 거의 울상이었지만 아버지는 침착하고 위엄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아, 나는 지난 17년 동안 너를 올바르게 키우고자 노력했단다. 그런데 너에게 신뢰를 심어주지 못했구나. 나는 아버지로서 자격이 없다. 어떻게 해야 더 훌륭한 아버지가 될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면서 집까지 걸어가야겠다. 그리고 네가 거짓말을 할 정도로 내가 그렇게 나쁜 아버지였다면, 부디 나를 용서해 주기 바란다.”
아버지는 약속시간에 맞춰 사무실로 오지 않는 아들이 걱정된 나머지, 정비소에 전화를 걸어 전후사정을 모두 파악한 상태였다. 그러나 아룬에게는 그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버지는 걷기 시작했다. 아룬은 천천히 차를 몰아 아버지를 뒤따르면서 울먹였지만, 아버지는 잠자코 고개만 저었다. 그는 아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아니다. 아들아! 너 먼저 가거라. 어서 집으로 가라.”
아버지는 끝끝내 아들의 청을 거절했다. 그리고 천천히 밤거리를 걸었다. 결국 두 사람은 거의 5시간이 지나 자정 무렵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한 아버지는 아무런 말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찰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그토록 훌륭한 간디 집안에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 후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나요?”
조나단은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무 일도 없었네.”
“아무 일도 없었다고요?”
“하하, 자네는 정신이 번쩍 들도록 아버지가 아들에게 회초리를 들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건 아니지만....”
“그렇다면 일 주일 동안 외출을 금지시키고 자동차를 다시는 못 쓰게 벌을 주기를 바랐나?”
“아닙니다만....”
“나는 아룬 간디와 친하다네. 나는 그에게 물었지. 그때 아버지에게서 평생을 두고두고 간직할 만한 교훈을 얻었느냐고 말일세. 그가 말하더군. ‘그 후로 저는 어떤 사람에게도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거리는 하루를 시작하는 풍경으로 점점 분주해졌다. 찰리는 경쾌하게 휘파람을 불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이야기네요.”
“그렇지? 나는 아룬의 이야기를 통해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가르침 말고도 중요한 교훈들을 깨달을 수 있었네.”
“또 다른 교훈들이요? 흠....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모르겠다고? 그럼 내 질문에 답해 보게. 이 일화가 마시멜로 이야기와 어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나?”
묻는 말에 즉시즉시 답변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던 찰리는 평소와 달리 침묵을 지켰다. 얼마나 지났을까, 입술을 지그시 깨문 채 운전만 하던 찰리가 목적지에 다다랐을 무렵에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이나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에는 ‘체벌’이 있죠.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겠습니까만, 그럴수록 과감히 회초리를 들어 엄중하게 꾸짖어야죠. 저 같으면 정신이 번쩍 나도록 아들의 등짝을 때려주고는 자동차 열쇠를 그 자리에서 압수했을 겁니다. 그리고 잘못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집까지 걸어오라고 소리 질렀겠죠. 이는 비단 저뿐만 아니라 이 땅의 아버지라면 대부분 그렇게 했을 겁니다. 잘못한 일을 그 자리에서 즉시 바로 잡아주지 않으면 자칫 버릇없는 아이로 키우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찰리는 잠시 숨을 고르며 모자를 벗어 이마의 땀을 훔치는 듯했다. 조나단은 그런 찰리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사장님께서 들려주신 마시멜로의 큰 교훈을 생각해 보면, ‘야단 칠 때는 반드시 야단을 쳐라’라는 교육관도 언제나 옳은 건 아닌 듯합니다. 벌을 주어야 할 때 반드시 벌을 주어야 한다는 건 즉석에서 마시멜로를 먹어치우는 행위와 별반 다를 것이 없지 않나요? 좀더 큰 교훈과 깨달음을 주기위해 야단 치는 일을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찰리는 룸미러를 통해 조나단의 눈치를 살폈다. 조나단은 눈을 감은 채 잠자코 고개만 끄덕였다.
“달리 생각해보면 그날 아룬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얼마든지 나쁜 짓도 저지를 수 있었습니다. 단지 영화에 푹 빠져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꾸지람을 들을까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는 정도는 십대 청소년들이라면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흔한 실수에 불과하죠. 중요한 건 아버지의 대응방식인 듯합니다. 실수를 범하고는 전전긍긍하는 아들에게 마구 화를 내고, 눈물이 쏙 빠지도록 야단을 친다면 즉각적인 효과를 보기는 하겠죠. 하지만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아들은 깊은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어떻게든 그 자리를 모면하고자 진심보다는 거짓으로 뉘우치는 척할 수도 있고요.”
조나단은 찰리의 이야기에 흐뭇함을 감추기가 어려울 지경이었지만, 애써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순간적인 체벌은 순간적인 효과만을 불러올 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쩌면 이는 아들의 장래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을 테죠. 손쉽다는 이유로 ‘체벌’만을 강조하는 교육은 오히려 어떻게든 ‘체벌’만을 면하면 된다는 그릇된 사고를 심어주지 않을까요? 훗날 똑 같은 상황이 발생해 체벌을 받는다면, 흠... 그 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보다는,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는 억울한 표정을 짓겠죠. 에고, 생각해 보니 이는 정말 잘못된 교육이 아닐 수 없네요. 아룬의 아버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정말이지 깊은 자제력을 발휘해 아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커다란 교훈을 주었어요.”
조나단은 찰리의 머리라도 쓰다듬어주고픈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찰리, 나날이 발전하는군! 자네 말이 맞네. 아룬 이야기는 마시멜로 먹지 않고 자제하는 데 얼마나 큰 의지력이 필요한지를 가슴 뭉클하게 보여주고 있지. 겨우 마시멜로 하나에 불과하지만, 이것을 먹고 싶은 유혹에 굴복하지 않는 사람들은 뜻밖에도 많지 않네. 이는 성공하는 사람들이 왜 몇몇에 불과한지를 효과적으로 반증하고 있지.”
찰리는 조나단의 칭찬에 빙그레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가 귀담아 들을 만한 또 다른 교훈도 있나요?”
“있고말고. 내 말을 잘 듣게나. 사람은 자신 외의 다른 사람이나 사건들을 대부분 자신의 뜻대로 통제할 수 없게 마련이지. 반면에 나 자신은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네. 그래서 나의 행동 방식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어떤 사건에 대한 대응 방식은 사건 그 자체보다 더욱 중요할 수도 있네. 내가 모범을 보이면 엄청나게 큰 영향력, 다시 말하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지. 그것이 바로 성공에 이르는 가장 강력한 도구네.”
찰리는 비로소 성공으로 가는 작은 열쇠 하나를 손에 쥔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얼굴에 홍조를 띠며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사장님.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시간만 허락한다면 자네와 밤새도록 대화를 나누고 싶군, 하하.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얻으려면, 그 사람이 자네를 돕도록 만들어야 하네. 그래야 성공할 수 있지. 다른 사람이 나를 돕게 만드는 방법에는 여섯 가지가 있네.”
* 원리원칙과 법률을 내세운다.
* 대가를 지불한다.
* 인맥과 학맥, 그리고 권위를 행사한다.
* 그 사람의 감정에 호소한다.
* 아름다움으로 유혹한다.
* 감동을 통해 설득한다.
“이 가운데 어떤 방법이 가장 강력할 것 같나?”
찰리는 잠깐 생각을 정리한 후 대답했다.
“아무래도 ‘설득’이 아닐까요?”
“그렇다네. 설득이 가장 강력한 방법이지. 이 방법에 통달하면 삶의 질이 한 차원 높아진다네. 아룬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평생 동안 정직하게 살아갈 것을 온몸으로 설득했지. 그리고 나는 캐나다 회사의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당장은 1,000만 달러 때문에 회사 현금흐름에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득했지. 그리고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어치우지 않도록 우리 회사의 임원들도 설득했다네.”
찰리는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무릎을 탁 쳤다.
“맞는 말씀입니다. 아룬의 아버지는 물론, 사장님의 설득도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사장님, 약속장소에 다 왔습니다. 교통체증이 더 심했다면 사장님 말씀을 좀더 들을 수 있었을텐데.... 하하! 사장님의 말씀은 그날그날 노트에 적어두고 있어요. 오늘 말씀하신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해 주실 수 있겠어요?”
“그렇게 하지.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기꺼이 갈 때 비로소 성공에 다다를 수 있다!’ 이것이 곧 나의 인생철학일세. 내일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그는 침대 옆 작은 탁자 위에 놓인 마시멜로 한 봉지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사실 그는 몹시 시장했다. 손을 뻗어 마시멜로 하나를 집어드는 일은 무척이나 손쉬워 보였지만 찰리는 기꺼이 자신의 욕구를 억눌렀다. 그는 자신이 먹고 싶은 충동을 참으면서 앞으로 마시멜로를 몇 봉지나 모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찰리는 최선을 다해 자신을 지켜보리라 결심하면서 노트를 꺼내 오늘 깨달은 삶의 지혜를 기록했다.
성공은 준비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마시멜로다
자명종 시계를 더듬거리며 찰리는 눈을 떴다. 습관적으로 찰리는 가장 먼저 탁자 위에 놓인 마시멜로 봉지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것은 식욕을 돋우는 달콤한 먹거리가 아니라, 그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 하나의 상징과도 같았다. 마시멜로는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그의 출발점이었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찰리는 마지막으로 모자를 썼다. 그리고 씩씩한 얼굴로 숙소를 빠져나왔다. 리무진을 저택 대문 앞에 세운 다음 그는 조나단을 기다렸다. 이윽고 조나단이 가벼운 수인사를 건네며 차에 오르자마자 곧바로 질문을 퍼부었다.
“사장님, 다른 사람이 가지 않는 길을 가서 성공한 사람들의 몇몇 사례를 들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조나단은 찰리에게서 일종의 동지의식 같은 느낌을 받았다. 조나단이 보기에, 찰리는 조금씩 조금씩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잘 잤나, 찰리?”
“아! 편안히 주무셨어요? 제가 인사를 깜빡 잊었군요. 무례하게 행동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성공에 이르는 길에 대해서만 생각하다 보니 많이 들떠 있었던 탓에....”
“그런 말을 들으니 기쁘군. 기분 상하지 않았으니 걱정 말게. 오늘 아침에는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네.”
“감사합니다!”
첫댓글 그 누군가가 번역을 했든, 나는 그저 고맙게 읽겠소이다^^,
공역이라고 이름이라도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길다.
별 이야기 없다. 잘 살라는 이야기다^^
역설적으로...지금 먹지 못하면 다음에 먹을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순 우리 말로...'아끼면 동 된다' ...나, 지금 일조하고 있나
넹...ㅋ
지금껏 그렇게 해 왔지요. 아무 거리낌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