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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선 병점구간 이설된 현장을 찾아서...
#1. 요즘 읽고 있는 '도도로키의 삼남대로 답사기'라는
책이다.
일본인이 우리나라의 옛길을 직접 도보로 가면서 쓴 기행기로
다양한
사진과 함께 직접 가는 듯하게 글을 써서 읽는 맛을 주는 책이다.
일전에 이 사람이 쓴 '영남대로 답사기'를 읽어보고
감명 받아 이메일을 보냈더니
삼남대로 답사기도 한번 읽어보라고 해서 학교 도서관에
신청해서 읽게 되었다.
나는 특히 이 책에 서술된 수원-오산 부분을
주목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국토 대동맥인 경부선 철도 이설과 관련된 이야기가
짤막하게 있었다.
나도 역시 천안까지 전철이 개통하게 되면서 병점에서
철도가 이설되었다는 소식을
듣기도 하고 또 기차를 타면 예전에 보지 못한 풍경을
보기도 하여서
직접 이 책에 잠깐 언급된 이 부분을 꼼꼼히 보기로 했다.
#2. 구글어스에서 병점지역을 캡쳐 해봤다. 파란색
실선이 새로 개통되어 현재 운행하는 구간이고
빨간색은 예전에 철도가 지나간곳이다.
노란색 실선은 내가 직접 걸어간 구간이고
녹색 사각형은 국철 병점차량기지를
말한다.
여기서 또 재밌는 사실이 한가지 있는게 빨간색(예전
철도)이 두갈래로 갈라졌음을 볼 수 있다.
원래 일제가 최초로 경부선을 단선으로
만들었을 때 화면 아래쪽에 산을 비켜가게 만들려고
맨 오른쪽에만 철도를 놓았다.
그후 복선으로 확장하면서 두갈래로 나눠서 한쪽엔 터널을 뚫었다.
(다시 말하자면
기존 철도를 그대로 재활용 했다.)
경험해본 사람도 있겠지만 수원에서 지방 내려가는
기차는 터널을 거치지 않았고
지방에서 수원 올라오는 기차는 터널을 겪은적이
있을 것이다.
한가지 알아 둘 점은 한국의 철도는 일제의 영향으로
좌측통행을 한다.
#3. 어린이날에다가 주말이라 답사를 나서기 위해 영등포역으로 갔다.
#4. 롯데백화점이 있는 영등포역은 웬지 롯데월드 같다니까...
#5. 플랫폼에서 전철을 기다리며...
#6. 드디어 우리가 타고 갈 천안 급행 전철이
들어왔다.
한국철도공사는 꼭 그런게 있다. 노사 관계가 힘들어지면 멀쩡한 기차를
스티커로 망쳐놓는다.
#7. 40여분정도 달리자 병점역에 도착했다.
급행이니까
이정도 걸리는 것이다. 서울시내역과 안양, 수원역만 정차하고 바로 병점으로 간다.
#8. 병점 전철이 개통되기 전에는 정말 작은 동네였으나
전철 개통과 더불어
주변 아파트 단지로 개발로 인해 제법 상권을 띄는 동네가
되었다.
삼남대로 답사기를 읽어보면 병점이라는 말은 떡 장수가 많이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9. 답사에 앞서 간단하게 배를 채우자. 많이 걸어야 할 것 같다.
#10. 본격적으로 답사 시작이다.
#11. 새로 개통된 경부선 선로가 아닌 병점차량기지 입고선을 따라 가기로 했다.
#12. 왜냐하면 지도를 살펴보면 입고선이 가장 구 경부선과 밀접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13. 하지만 가는길도 편한 것은 아니였다.
동탄-병점간
도로 개설공사 현장
#14. 하지만 이렇게 가야 맞을 것이라는 고집만으로 갔다.
#15. 요즘들어 새롭게 건설되는 동탄신도시도 그렇게 멀지 않은곳에 있다.
#16. 그렇데 과연 병점차량기지 입고선대로 가는게 맞긴할까?
#17. 중요한 단서를 하나 얻었다. 철도 국유지를 말하는 작은 표비가 있었다.
#18. 하지만 공사현장따라 걷는것은 굉장히 위험할정도였다.
#19. 물론 예전에 이곳으로 기차들이 다녔을 때는
이렇게 아파트 단지가 아니였다.
하다못해 전차선(기차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전신주)도
없었다.
#20. 새로 아파트에 입주하는 사람들은 기분이 참 좋겠구나.
#21. 일단 탁 트여 보이는데까지 걸어왔다. 이제 어디로 가야 예전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22. 길바닥에 철도지도를 놓고 주변과 비교하며 찾았다.
#23. 하지만 동네에서 가장 오래사신분만큼 정확히
아시는분도 없을것이다.
어떤 한 할아버지가 친절하게 알려줘서 감을 금방 잡았다.
#24. 저 논두렁 너머 있는 산 보이지? 그 옆으로
기찻길이 있었어.
우로 가면 보인다고. 지금도 철도 둑길이 남아 있어. 그쪽으로
가봐.
#25. 할아버지 말씀대로 몸을 움직여 보니 무슨길이 보이긴 한다.
#26. 그렇다면 이게 그 철도 둑길을 말씀하시는것인가?
오른쪽
팬스 너머엔 병점차량기지가 자리잡고 있다.
#27. 할아버지 말씀대로 철도 둑길이 맞았다.
국유지를 말하는 작은표비가 이렇게도 반갑다니...
#28. 아울러 그 옆에는 지금처럼 무선통신이 발달하지
않았을때
기차에게 무전을 사용하게 한 가공전력구가 있었다.
#29. 실제로 이곳은 나지막한 산지였다. 그래서
예전에 철도는 이 산지를
낑낑거리며 올라갔을 것이다. 역시 책에서 읽어보면
남부지방에서 서울가는 기차가
마지막으로 올라가는 난코스라고 서술되었다.
그러나 차량기지는 산을 밀고 평지로 지었다.
#30. 차량기지에선 청량리로 갈 녀석 하나가 검수를 받고 있다.
#31. 자~ 불과 5년전까지 이곳에는 기차가 다녔다면
믿을사람이 있을까?
바로 이곳이 하행선 구간이다.
즉 사진의 소실점 구간으로
기차가 갔다는 것이다.
#32. 그나저나 레일과 침목, 그리고 자갈이 없는 철도는 그냥 버려진 폐기된 도로같다.
#33. 예전 철도의 흔적을 찾게 되어 기념 사진 한방을 찍자.
#34. 그 산길은 경사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
옆으로 보이는 집이 있다.
즉 기차타고 가면 보이는 창밖에 풍경이었을텐데...
#35. 아쉽게도 폐가가 되었다. 정말 쓸쓸했다.
#36. 역시나 철도의 흔적은 이렇게도 확인 되는구나.
#37. 이곳은 상행선 부분이다. 예전에 기차가 이 위로 쭉 달렸을 것이다.
#38. 잠시 동네 슈퍼에서 쉬자. 갈증 해결을 위한 음료수와 밤빵
]
#39. 같이 답사를 한 인천 지하철 공사 직원인 효성이형
#40. 다시 책을 찾아봤다. 제대로 답사 하는게
맞는 것 같다. 이 책이 2001년에 나왔으니까
철거 되기전에 쓰여진 것이다. 그래서
철거되는 굴곡철도라는 표현을 썼다.
잠시 쉬는 틈을 이용해서 왜 이설하게 되었는지 간략히 알아보자.
모든 육상교통이 그렇겠지만 철도에게 커브는
상당한 속도감소를 요한다.
그래서 고속철도같은 경우도 되도록 직선으로 뚫을려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더구나 단순 직선화 공사가 아닌 전철화와 복복선화로
넓은 부지가 필요로 하고
웬만하면 구배(언덕의 일본식 명칭으로 철도용어로 사용)를
피하는게 좋다.
그래서 나지막한 산이라도 피해 버리는게 차라리 낫겠다 싶어서 아예 다른곳으로 옮긴 것이다.
이 공사로 병점과 오산간 거리가 약 500여 미터
단축 되었다.
하지만 직선화로 인해 속도를 훨씬 내기 좋아서 운행시간은 많이
줄 게 되었다.
#41. 마지막으로 확인을 위해 동네 어르신에게
물어봤다.
실례지만 이곳으로 철도가 지나갔나요?
아 구럼! 열로 지나갔찌~ 죠오기 보이는게 하행선.
요게 상행선
#42. 그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이 둔덕이 철길건널목 자리라고 하신다.
#43.일단 상행선 철도를 따라 걸어보자.
#44. 저쪽으로 평평하게 가로지르는게 하행선이다.
#45. 산이 가로 막혀있다. 그렇 어떻게 갔을까?
#46. 그렇다. 계란형 모양의 철도 터널이 있었다. 오산터널의 흔적이다.
#47. 지금은 김치 저장소로 쓰이고 있다.
#48. 저장소로 바뀌면서 밝게 페인트질을 한 것
같다만 군데 군데 그을림 흔적이
과거 철도 터널임을 증명해준다.
이와같이 철도 터널을 저장고로 재활용 하는 경우는
종종있다.
포항에 있는 동해북부선 폐선의 터널도 현재 얼음창고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49. 한편 저장고는 현재 가동되지 않은 듯 하다. 대형 에어콘이 있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50. 일제시대때 만들어진 터널의 흔적...
불과
5년전만 해도 기차들이 통과 했을텐데...
#51. 터널 밖으로 이길로 쭈욱 기차는 가서 서울까지 갔을 것이다.
#52. 다시 나서서 이번에는 하행선으로 향해보자.
#53. 정말 기차타고 가다보면 보일 만한 풍경들이구나.
#54. 상행선과 하행선 사이엔 이렇게 마을이 존재하고
있다.
원래 이곳도 국유지였으나 철도 이설로 민간에게 팔아서 전원주택단지가
생기고 있다.
#55. 자~ 이곳이 하행선의 흔적이다. 남으로 가는 기차를 이 길로 쭉 갔을것이다.
#56. 사진으로 보이는곳이 서울방향
이곳에서
빠아앙~ 소리를 내며 달려왔겠지?
#57. 조금더 북쪽으로 가면 텃밭이 보인다.
보통
폐선부지는 텃밭으로 많이 활용된다.
#58. 텃밭을 옆에서 보면 정말 철도가 있는 것 같다.
#59. 그리고 이곳은 철도 건널목이 있던 곳이다.
왼쪽은
일반도로, 오른쪽이 철도였다.
#60. 충분히 구경했으니까 슬슬 집으로 향해야 겠다.
#61. 오는길에 낚시터가 있는 심미저수지를 봤다.
#62. 철새로 보이는 저 새는 악세사리인가?
#63. 휴일 답게 참 평온해 보이는 풍경이다.
#64. 한 30분 정도 걷다보면 새로 이설된 경부선이
보인다. 쭉쭉 뻗은 직선이 감동!
절대로 경부고속철도와는 다른 것이다. 저 아파트
단지 너머가 병점역이 있다.
#65. 2005년 말에 지어진 세마역
역 주변엔
황량하기 그지 없는데 자동차는 많이 주차되어있다.
생각해보면 역과 마을이 근접성이 떨어져서 전철을 이용하려는 주민들이 차를 끌고 역으로 오는 것 같다.
앞으로 이 역 주변으로 택지 개발을 할 예정이다.
#66. 하루 이용객이 400명이 안된다는 이 황량한 역 내부에서 난 또 놀랐다.
#67. 표사는 곳에서 식료품도 같이 팔고 있었다.
#68. 세마역 플랫폼 전경
#69. 기차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세마역을
강력 추천해주고 싶다.
구도가 너무 좋다. 예전에 나는 주로 의왕, 구로, 남영역에서
찍었는데 앞으로 무조건 세마다.
#70. 간만에 기차들이 달리는 모습이나 찍어보자. 2003년 말에 찍고 처음인듯...
#71. 기차 사진이 어려운 것은 갑자기 와서 휘릭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길다.
#72. 그래서 이렇게 뒤꽁무늬만 바라보는 경우도 많다.
#73. 목포까지 가는 전기기관차 8200호대 등장!
#74. 병점에서 막 출발한 듯한 화물기차가 힘껏 속도를 올리고 있다.
#75. 천안가는 전철
#76. 아무리 봐도 생긴게 웃기다.
#77. 저건 또 어디 가는 기차일까?
#78. 멀리서 노란 불을 키며 기차 하나가 열심히 달려오고 있었다.
#79. 뱀장어 같이 생긴 새마을호 PP(Push-Pull)동차이다.
#80. 여수가는 새마을호... 타고 싶다.
#81. 전철로 패닝샷 도전!
#82. 기차를 참 좋아해서 2년 넘게 온라인 철도 동호회를 주도 했던 나.
#83. 그리고 아예 직업을 철도쪽에서 일하는 효성이형
#84. 피곤하실텐데 오셔서 많이 도와준 효성이형! 고맙습니다.
#85. 나 역시도 피로에 쩔어보인다. 10Km 넘게 걸어다녔으니까...
#86. 이제 집으로 가자~ 역시 집보다 편한데는 없을꺼야~
#87. 수원역 전경
여기서 버스 한큐에 집까지
바로 간다. 아흠~ 피곤하지만 재밌었다.
첫댓글 여행기 잘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2년 전에 이 길을 2~3번 정도 답사한 적이 있지요. 참고로 사진의 하행선을 따라 계속 가면 화성교육청을 지나 터널의 반대편을 볼 수 있고, 계속 쭉 가면 오산대역이 나옵니다. 오산대역이 구선과 신선의 남쪽 분기점이지요(아직 구 철길 둔덕이 남아 있습니다). 참고로 세마역뿐만이 아니라 최근에 신설된 철도공사 소속 전철역 매표소(오산대,구리,양정 같은 역들)에는 매점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재밋게 봤습니다~
저도 지난 2001년 추석 연휴 당시 천안 고향집에 갔다가 엄마랑 무궁화호 타고 집에 오는 도중 그 구간을 지나쳤었지요. 수원역 도착하기 전까지는 100% 농촌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천안까지 전철이 개통되고 나니까 확실히 바뀌었네요 ㅎ
쟝 미셸 쟈르의 음악... 오랫만에 듣습니다 ㅋ
저 송골마을 아파트 열차 압박이군 3호선 배불뚝이를 떡 하니 붙혀놓니 .../.
정확히 언제 쯤이설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2000년 2월 즈음 까지만 해도 이설 하기 전이었는데.. 02년 정도 이후로 저 구간이 이설된 듯 합니다만..
아마도 2003년 말. 그러니까 천안까지 전철화가 완성되고 부터 철거 된듯 합니다.
6번째 사진 신동글이 처참하네요................-0-
병점역에서 일하면서 기지 갈때 입고선으로 순회를 자주 하는데 이때 이곳이 구 경부선 선로 아닌가 생각 했는데 맞나 보네요.그리고 기지안에서는 구 선로 자리를 알수가 없었는데 기지 울타리 옆으로 지나가고 있었다니..님 덕분에 확실히 알수 있었네요.
ㅎㅎ 병점 부터 시작하셨군요. 저는 오산대부터 했습니다. 거기서 부터 길이 잘 나있거든요. http://blog.naver.com/olha.do?Redirect=Log&logNo=30002861055 제가 갔었던 답사기입니다^ 그땐 터널 도색이 안 되어 있었지요 ㅎ
지금 가보겠습니다.
재미있게 봤습니다~ 걸어다니시느라 엄청~고생하셨어요... 살이 많이 빠시질듯 하네요... 영양보충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