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할 때, 지름길을 택하지 않고 작은 지방 도로를 이용하면 우연히 예쁜 길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몇년전 가을 밤에도 잠이 안와서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당진 근처의 왜목마을을 갔습니다.
밤 한시에 차를 달리는데 갑자기 네비게이트가 길을 놓쳐버립니다.
네비기능이 아직 에러가 많습니다.
넓은 지방국도였는데 갑자기 길이 사라지고 엉뚱한 곳을 가리킵니다.
황당한 마음에, '에그.. 네비를 이렇게 밖에 못 만드냐?' 중얼중얼하며
왜목마을 방향이라고 짐작되는 곳을 향해 작은 길로 빠져 나왔습니다.
한참을 달리다가 좁은 일차선 길을 만났습니다.
밤 한시, 시월 초순의 아무도 없는 시골 길에서 헤드라이트 불빛에 비치는
한적한 코스모스길이 얼마나 예쁜지 차를 세우고 한동안 밤에 핀 코스모스를 감상했습니다.
겁 많은 사람들은 무셔비~~ 하며 얼른 지나갈 지 모르지만
나는 겁이 없는지, 그런 길에서는 '야~~~ 선물처럼 이런 길을 다 만나네?' 그러며 좋아 합니다.
왜목마을보다 그 길이 더 좋았습니다. 한 밤중에 길을 잃고 찾은 예쁜 길이었습니다.
3년전 봄꽃이 남아 있는 토요일 낮에, 남해로 출발하였습니다.
지리산을 거쳐 남해로 갈 생각이었습니다.
일박이일의 짧은 일정이라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다가 지루하여 김천에서 국도를 이용했습니다.
햇빛이 부드러워지는 저녁이 다가오는 시간에 한적한 예쁜 산길을 만나면 기분이 묘합니다.
누구나 친구가 될 것 같고, 인정많은 시골집 주인을 만날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저녁무렵의 가야산 길을 혼자 달리는데 얼마나 한적하고 길이 예쁜지 모릅니다.
작은 계곡에 흐르는 물, 계곡 옆에 핀 봄 꽃, 드문 드문 있는 시골 집,
짙어지는 연녹색의 작물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천천히 운전하였습니다.
지리산 기슭의 등산객들이 많은 곳을 지나치며 잘 곳을 찾아 남쪽으로 차를 달리는데
집은 안보이고 깜깜한 산길만 이어지다가 급경사 아래에 집이 몇 채 보입니다.
사람사는 곳이면 잘 곳도 있는 법이라 차 한대가 겨우 지나는 급한 경사의 언덕을 내려가니
숙소가 있었습니다. 손님은 나 혼자 입니다.
다행히 식당을 겸한 곳이라 산채, 더덕구이, 담근 술로 피로를 풀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섬진강변길의 봄꽃을 구경하며 내려갔다 올라와서 재첩국을 먹고 남해로 다시 향하는데
길가에 '성주참외팝니다' 고 쓴 천막을 보고, 참외 한개만 먹자~ 며 차를 세웠습니다.
한개씩은 안팔고 박스로 판다네요. 그리고 첫 손님이니 꼭 사가지고 가야 된답니다~
한개만 깍아 먹고 갈려고 했다고 말해도
'인상 참 좋으시다~ 첫 손님인데 싸게 줄테니 한 박스 사라' 하네요.
'알겠습니다. 칼 좀 빌려주세요' 하곤 한 개를 깍아 먹고
혼자 생활하니 분명히 거의 다 버릴거지만 한 박스를 트렁크에 싣고 남해를 갔습니다.
바다를 구경하며 섬 '남해'를 두 바퀴쯤 돌다가 점심 먹을 식당을 찾았습니다.
늘 그렇듯이 사람이 많이 갈 만한 식당을 지나치다가 작은 마을을 발견하고
꼬불 꼬불한 길을 따라 바닷가 옆의 식당에 갔습니다.
작은 테이블이 네개 있는 작은 식당에 6살 남자애와 아주머니가 파리를 날리고 있었습니다.
매운탕 하나를 시켜 먹고는, 아주머니~ 참외 하나 먹을려다가 한 박스를 샀는데
너무 많으니 좀 드릴께요~ 그랬습니다.
두개만 덜고 나머지를 드렸습니다. 하나는 깍아 먹고 갈께요, 칼 좀 빌려주셔요~ 하니까
아주머니가 씻어 줄테니 기다리라 하시네요.
조금 있으니 포도를 한송이 씻고, 참외를 깍아서 가져오십니다.
그리곤 비닐봉지를 가져 오시더니 운전하며 먹으라고 따로 포도 한송이와 참외를 깍아서 넣어 주십니다.
식당에 들어갈 때는 손님과 주인이었다가 마음 편한 이웃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첫댓글 정감가는 글이네요. 여행의묘미를 아시는분같아 반갑네요. 저도 가슴답답하면 무작정떠나봅니다 가다가 작은인연으로 새로운사람들과 어우러져 한판술한잔한적도있고,,,ㅎㅎㅎ^^
반갑습니다~ 맛난 안주에 술한잔 할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여행이란게 사람의 가슴을 열게 만드는것 같애요..참 편안하고 열린 분이신듯...글을 읽으니 행복한 웃음이 지어지네요~^^
예쁘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글이 참 좋네요......내가 여행을 떠난 듯.....^&^
따뜻한 말씀 감사드려요~ 행복한 오후되셔요~
아직도 시골엔 인정이 넘치죠?
도시사람들이 나쁜 물을 들이는 경향이 있지만, 아직 시골엔 인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닉네임에서 나타난 것처럼 혼자서 여행을기시는군요여행의 참맛을 아시는분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31일 정모 준비로 수고 많으시죠? 카페 새내기입니다. 좋은 분들을 뵙고 싶은 마음인데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습니다. 참석여부가 결정되면 공지글에 댓글을 남기겠습니다~
참 이쁘고 마음 따뜻해 지는 글이네요~ 혼자만의 여행..부럽구요~~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따뜻한 말씀 감사드려요~ 희은님도 어제보다 더 좋은 일만 있는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
나눠먹는 우리네 인정...지짐 붙여서 옆집에 주면?? 그 소쿠리엔 밤이 가득 돌아오곤 했지요...^^
먹을 것이 오고 가면 마음도 오고 가는 것 같습니다. 행복한 저녁되셔요~
여행을하다보면 좋은사람 만나 쭉 인연되는 일도있어요^^
맞아요. 이미 주어진 사람들과의 부대낌을 떠나 자유롭게 만난 사람중에서는 오히려 더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