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어체 양해 바랍니다.
아이버슨, 김진우, 스포츠, 은퇴
-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존경했던 'the Answer, Allen Iverson'의 은퇴 즈음에….
A.I. 혹은 'the Answer'라고 불리던 심장으로 농구를 하는 남자 앨런 아이버슨이 폭풍 같은 그의 커리어를 2009년 11월 26일 조용히, 정말 조용히 마감했다. 물론 그가 코트로 복귀해서 다시 농구공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미국 증시를 움직이던 마이클 조던의 복귀도 두 차례나 있었고, 미국 증시까지는 아니지만 AIDS라는 ‘불치병’을 안고 뛰던 매직 존슨의 마술과 같은 복귀도 있었기 때문이다. 근자에는 ‘제이 윌’의 복귀까지 있었으니, 아이버슨이 범법자나 리그와 큰 마찰을 빚어온 문제아가 아니기에 아이버슨 본인이 원한다면, 또 그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다면 NBA로의 복귀는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 본다. 일단 본인이 은퇴에 앞서 밝혔던 것처럼 여전히 체력과 기량이 녹슬지 않았다고 가정한다면 그는 여전히 리그 최상위 클래스의 스코어러다.
그의 팬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팬들이 회상하는 그의 커리어에 대한 복습은 하지 않겠다. 단순 스탯과 수상 경력, 그리고 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가 이끌었던 무적의 레이커스를 파이널에서 유일하게 흠집 낼 수 있었다는 것 하나만 보더라도 그가 범인들에게 들어야 할 평가는 ‘Loser’가 아닌 ‘Hero’ 혹은 ‘Winner’가 되기 충분하니까.
개인적으로 아이버슨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쓰면 그의 팬들로부터 욕을 먹겠지만, 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그러니까 10대 때와 20대 초반 나와 함께 농구하던 지인들로부터 나는 ‘아이버슨’같이 농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뭐 검증 할 길은 없다. 그 때가 참 묘하게 아이버슨의 커리어가 가장 빛나던 01년 파이널 즈음이었으니 나로서는 무한 영광이어야 했는데 주제도 모르던 나는 그 소리가 왜 그렇게 싫었던지…. 좋아하던 BJ 암스트롱의 커리어가 비참하게 막을 내리던 시절이었는지 몰라도 그 때가 내가 NBA에 흥미를 잃었던 시절이라 아이버슨이 파이널에서 레이커스를 상대로 얼마나 훌륭한 경기를 했는지 따위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 나도 그렇게 농구를 했나 보다. 겁 없이 나보다 10~20cm, 30cm나 더 큰 사람들 위로 플로터를 던지고 점퍼를 날려대고…. 패스도 벅찬 지금으로서는 정말 상상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들이다.
본래 사람은 자기와 닮은 것들은 싫어한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나 과거를 반추하면서 반성하면서 후회한다. 마치 아들이 아버지가 된 후 자녀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으면서 그렇게 저주 했던 아버지의 얼굴이 지금 자신의 얼굴인 것을 인정하면서 눈물 흘리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이유가 뭐든 아이버슨은 존경은 하지만 절대 내가 응원하는 팀에서는 뛰지 않았으면 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모르겠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내가 그를 그리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그가 매력적인 선수였다는 점은 지금도 인정하는 바이니까.
별로 공통분모는 없지만 오늘 생각나는 또 다른 한 명의 선수가 있다. 그것은 2000년 초반 한국 야구의 명가 타이거즈의 미래를 책임져줄 재목으로 급부상 했던 김진우. 나는 김진우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그가 잘 던졌을 때는 물론이고 그가 부진하고 방황할 때도 김진우를 지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김진우는 현재 내가 두 번 다시 타이거즈는 물론 어느 야구단 소속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는 모습 자체를 안 봤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선수다.
김진우와 아이버슨은 사실 같은 위치에서 비교할 성질의 선수가 아니다. 우여곡절 많은 말년이었지만 아이버슨은 미래의 명예의 전당 헌액자이고 김진우는 타이거즈 역사를 정리 할 때 아마 반드시 거론될 오점으로 남을 선수다. 이건 결정된 사항이고 앞으로 수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각자가 몸 담았던 프로 스포츠사에서 한 선수는 영웅으로 한 선수는 패배자로 남을 것이다.
둘의 공통점을 굳이 찾자면 이제 ‘은퇴’했다는 것이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라지만 이제 팬들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일도 없겠지만, 또 독사 같은 미디어의 집중적인 추궁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아이버슨은 다르겠지만….(본인의 행동거지에 따라 분명 다를 것이다.) 그런 이 두 명에게 내가 바라는 것은 스포츠 선수로서의 삶이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가에 관계없이 이제 한 인격체로서의 삶을 아름답게 써내려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생의 원리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도식이나 기계적 원리는 아니라 하더라도 오늘 나의 행동이 반드시 미래에 어떠한 형태로든 열매를 맺는다. 이것은 참으로 두려운 것이다. 아이버슨이 학창 시절 눈물과 함께 던졌던 한 개의 점퍼가 프로 입성 후 그를 ‘the Answer’로 만들어 줬고, 프로에서 불성실한 자세로 임했던 그의 연습시간 때문에 명예로워야 할 그의 은퇴 발표날 ESPN 홈페이지에는 ‘아이버슨은 훗날 어떤 모습으로 당신에게 기억되겠는가’라는 설문과 함께 보기항목에는 ‘명예의 전당 헌액자’와 ‘연습에 불참한 선수’가 나란히 올라와 있다.
김진우가 학창시절 던진 묵직한 직구와 폭포수 같은 커브가 그에게 ‘타이거즈 10년의 미래’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면, 여전히 복귀하고 싶다면서 언론 플레이나 해대는 그의 작태에 팬들은 ‘쓰레기’라는 참담함 비아냥으로 반응하고 있으니 인생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흔히 사람들은 운동선수나 연예인으로 성공할 자신이 있거든 이 세상에서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다. 그러나 긴 시간은 아니더라도 평범하게 오늘 이날까지 살아 본 결과 일반인이 지고 가야 하는 인생의 무게 역시 가볍지 않다.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평범해 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조금 특별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역시 그에 걸맞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위대했던 농구선수 앨런 아이버슨이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쉽겠는가? 돈이 있으니 편할 것이다? 천만의 말씀.
그가 은퇴문에서 밝혔듯이 그는 앞으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20대와 30대의 절반 이상을 농구코트 위에 헌신했던 아이버슨이 평범한 아버지로서 아내와 자식들 앞에 서는 것은 이제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다. NBA에서 작은 신장을 심장의 사이즈로 극복했던 그가 이제 가정이란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것은 단순히 주말에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디즈니 월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찾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김진우는 참 불쌍한 친구다. 그는 자신의 정신적 지주였던 어머니를 잃고 인생이 망가졌다. 결혼까지 한 친구가 30이 넘은 지금도 정신 못 차리고 정신적 방황을 하고 있는 듯하다. 수많은 이들의 기대를 꺾었다. 좋다. 많은 타인의 기대를 좌절 시킨 것으로 인간 김진우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비난 비판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야구 선수 김진우기 때문이다. 나는 진심으로 진심으로 인간 김진우는 부디 성공한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여전히 그렇게 응원한다. 야구선수로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모두 승리자로 영웅으로 'the Answer’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프로에 입문하고 언젠가는 은퇴한다. 팬과 운동선수의 인연은 여기까지다. 물론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면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고 추억할 수 있다. 악연의 경우 조금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운동선수와 팬이 헤어지면 그 다음에는 운동선수, 팬 모두 똑같은 크기의 인생을 무게를 지고 살아가야 한다.
이렇게 농구와 상관없는 이야기들을 아이버슨의 은퇴와 함께 주절주절 임팩트 없이 써내려가고 있는 이유는 내가 그의 은퇴 후 인생이 제발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한 때 내가 정말 아꼈던 야구 유망주의 앞으로의 인생 역시 조금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또한 최근 깨달은 모든 이가 짊어지고 가는 인생의 무게는 근본적으로 동일하다는 아주 기본적인 지혜 덕분이기도 하다. 농구 선수든 정치인이든, 재벌이든, 나 같은 소시민이든….
아마, 2001년 여름 샤킬 오닐이 버티고 있던 골밑으로 거침없이 돌진하던 용기라면 그는 뭐든 잘해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주위 선배들 보면 샤킬 오닐 위로 인유어페이스 작렬시키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게 애 키우는 거더라고…. 부디 건승하게, A.I. Good Luck!
그리고 자네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자네의 필리 시절 빨강, 하양 반토막 어센틱 져지는 여전히 좋아한다네.
첫댓글 저도 김진우 선수 처음 등장했을때 기대를 많이 했었습니다. 뭐, 전 라이온스팬입니다만...ㅋ 오랜만에 보는 젊은 완투형 투수에다 배짱과 구위도 마음에 쏙 들었었구요. 마인드 문제로 이제 잊혀져가는 선수가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이닝이터형 선발을 좋아하기에 아쉬운 마음이 더욱 크더군요. 류현진 선수의 등장이 그래서 더 반가웠나 봅니다.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아 ... 농구를 접하게 해주신분....... 이제 농구 누구보면서하냐
저 근데 혹시 아이버슨 문신 의미를 아시는 분?
잘 읽었습니다. 저는 제 마음 속의 최고의 영웅 크리스 웨버가 쓸쓸히 은퇴했을 때가 다시 생각이 나네요. 그때의 심정을 생각하면 아이버슨 팬분들의 기분이 어떠하실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대로 전설 속의 선수로 남게 될지 혹은 다시 코트로 복귀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아이버슨의 앞날에 무한한 영광이 있기를 바랍니다.
아, 방금 확인한 사실인데 김진우가 83년 생으로 아직 30이 되지 않았군요. 김진우가 프로생활을 일찍 시작해서 전 저랑 비슷한 나잇대인 줄 알았는데... 이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더 안타깝네요.
아직 27 창창한 나이인데...참 운동이라는게 마인드가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네요..
ㅋㅋㅋㅋ제목 보고도 놀라서 들어왔는데....이 댓글 보니까 B.J님ㅋㅋㅋ 제가 83년생인데 김진우입니다.ㅋㅋㅋㅋ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저도 언제가 됐건 앤써는 결국 NBA에 복귀할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일단 은퇴를 선언했으니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네요. 근데 이 사람도 워낙 파티,밤문화를 좋아해서 미디어 사회란을 장식하지 않을지 걱정도 됩니다 -_-;
글 잙읽었습니다.. 정말 님 말씀대로 모두가 앤써나 영웅이 될 수 는 없는거죠~ 한때의 영웅을 지금은 어떤 팀도 찾지 않는 선수라고 너무 쉽게 폄하하는 것 같아 아직도 아쉽네요
개인적으로는 타이거즈 팬이면서 아이버슨 팬은 아니지만 김진우 같은 포텐셜만 있고 음주등으로 문란한 선수와 비교되는 아이버슨이 불쌍합니다. 아이버슨은 언터쳐블한 선수였습니다. 팀의 승리를 위해 투지를 다했던 선수였고요. 지금의 모습은 저도 불만입니다. 장성호선수가 생각이 나네요. 아이버슨은 리그 최강의 선수이지만 지금은 주전을 보장할 선수는 아닙니다. 어느 팀이 어느 감독이 주전을 보장하겠습니까. 주전은 실력으로 따는 겁니다. 득점력, 수비력, 발전가능성, 다른 선수와의 시너지 효과등을 따져서 팀을 위해 주전을 정하는 것이지 이름보고 주전을 정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잘하면 알아서 주전으로 쓰겠지요.
당연히 아이버슨과 김진우가 비교대상은 아니지요. 글을 잘 보시면 비교하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아실겁니다. 그냥 생각이 난 것 뿐이에요. 제가 언급했자나요, 둘 중에 공통분모는 '은퇴' 했다는 것 뿐이라고...
네.. 괜히 김진우만들으면화가 나서요
나이가 들어도 죽을듯이 연습을 하는 선수들을 보면 김진우는 강한 어깨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었던것으로 밖에 생각이 안나네요. (근데 야게에도 안썼던 김진우 비평을 왜 여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