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오래전에 예약된 약속 시간을 기다렸다.
아니어도 재즈 음악에 취할 생각을 하니 절로 기분이 젖어드는데 비님까지 감성마인드를 자극해 주신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어떤 사람의 재즈를 듣게 되고 어떠한 연주를 대면하게 될지 알지 못했던 터라
과연, 원하는 만큼 재즈 음악에 심취하는 시간이 될까 싶어 사실은 염려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기우는 없었다.
그러니까 약속 시간에 제때 모임 장소에 모인 일행들의 열정만 보아도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었고
그야말로 쓸데 없는 근심을 하였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만족, 대만족의 재즈파티에 다녀온 기분은 굿굿굿이니까.
정확한 시간에 여유있는 만남을 갖게 된 우리 일행은 천안 예술의 전당에 가기 전에 미리 저녁 식사를 하고자
목천 나들목을 나가 병천순대 골목을 찾아들어 그야말로 줄서서 기다려 먹는다는 박순자 순대국을 먹으면서
참으로 오늘의 재즈 컨셉과는 어울리지 않으나 비 내리는 분위기와는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을 하며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운 국밥도 굿굿굿.
다시 길을 되돌아나가 천안 예당으로 들어서는데 제법 사람들이 많이 찾아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과연 안성에 문화예술 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건립될 복합문화예술센타는 어찌 탄생하게 될지 그것도 궁금했다.
와중에 제발 부탁인데... 돈이 모자라다 는 누명을 씌워 엉망진창의 형편무인지경 복합공간을 탄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슬며시,
또한 기대치만큼의 공간이 제대로 탄생하게 될지 개인적으로 그것이 의문이기도 했다는 말이다.
물론 공간만 덜렁 만들어 놓고 공연 기획이 형편 없거나 그곳을 이용할 시민들의 자질이 부족하다거나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예산만 낭비하는 기가 막힌 난감중에 난감할 일이겠지만서도....
좌우지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머릿 속으로는 복잡한 생각이 교차되면서 커피 한잔의 쌉쌀함은 보너스요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딱이었고 그렇게 시간을 기다려 천안 예당의 소극장으로 들어갔다.
대극장이 아니라고 서운할 필요도 없고 당연히 재즈 콘서트같은 것은 가까운 거리에서 연주자와
연주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눈을 맞추며 동시다발로 서로가 즐겨야 하는 법이니 소극장 공연이 딱 안성맞춤이라는 말이다.
드디어 공연을 알리는 진행자가 입장을 하고 프로그램의 예정에 없었지만 첫 시작은 일본 후쿠오카에서 너무나 유명하다는
피아니스트 이와사키 다이스케의 피아노 연주로 먼저 재즈파티의 문을 열게 되었다.
눈으로 보여지는 이와사키상의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세심한 터치와 힘있는 페달의 균형이 절묘하게 밸런스를 맞춰가며 연주되던 그 시간.
청중은 숨죽여 가며 그의 연주를 들었음이요 쥔장 또한 역시 피아노의 선율은 감동의 가장 기본요소를 갖추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누구나 연주할 수 있다고 자부하면서 외면하고 홀대하지만 사실은 가장 어려운 것이
또 음악의 기본인 피아노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되어 오늘의 주인공이자 보컬리스트 박라은의 등장으로 무대는 이미 감성마인드가 죽죽주욱 올라가기 시작하였으며
그 작은 체구에서 가녀린 듯 하지만 리드미컬하고도 절제감이 눈에 보이다가 다시 분위기를 쥐락펴락이니
모르쇠로 그냥 있고 싶어도 절대 그럴 수 없는 그녀의 마성의 목소리에 홀려 재즈에 빠져 들고
몸을 들썩이며 박수를 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녀의 목소리에 푹 빠져버리긴 했다.
더러 재즈 보컬이라고 하면 대체로는 체격이 좀 있고 묵직하게 음이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것도 편견이요
그 통념을 확실하게 깨준 보컬 박라은의 섬세하고 사랑스럽고 더러는 터프함을 드러내는 목소리와 감칠맛 나는 목소리까지.
그녀의 목소리에 빠져 들고 또 빠져든 시간은 정말 환상적이었으며
마이크를 가지고 놀며 자신의 음역을 조절하는 능력 또한 탁월하여 절로 와우,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티켓 예매를 해준 우리의 pinks님은 재즈 선율을 듣다가
무대로 달려나가 그녀를 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고 했다.
왜 아니겠는가...객석 여기 저기서 열렬한 박수와 환호가 터졌음이니 그야말로 무대를 꽉 채운 그녀의 음색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독특한 매력덩어리 재즈 자체였다.
또한 무대매너 역시 뛰어난고로 손으로 박자를 맞추며 연주자들을 리드해나가는 능력은
타의 투종을 불허할 정도로 앙증스럽고 귀여웠으며 연주자들의 개인 연주가 끝나면
슬쩍 연주자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박수 치기를 권하는 제스처 또한 매력 만발이었으니 사랑스러운지고.
게다가 어디서 박수를 쳐야할지 혹시 맘에 들었다고 흥겨움을 표시해도 될지 난감해 하는 청중들을 위해
재즈란 본래 어느 때 어느 순간에 상관없이 자신이 느끼는 감성을 그대로 표출해도 된다는 말을 또 슬며시 건네니
그뒤로부터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객석의 청중들이 더욱 신이 나서 재즈를 즐기더라 뭐 그런 말씀.
더불어 박라은 보컬을 빛나게 하기 위해 함께 연주를 하여 주었던 연주자들 역시 누구보다도 빛난 존재였음이니
섹소폰의 홍순달님은 재즈계의 거장이요 고향인 천안을 위해 나머지 인생을 바치기 위해 그곳에 자리를 잡고
천안에서의 문화 예술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음이요
재즈의 부흥을 위해 혁혁한 노력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더불어 콘트라베이스를 분위기 있게 연주해 낸 정영준님은 또 쥔장이 좋아하는 장사익 소리꾼과 함께 판을 이끌어가는 훈남이요
다이나믹한 드럼을 연주해준 허여정님은 체구에 비해 순연한 드럼 소리를 이끌어내는 재주가 탁월했다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이번 재즈파티는 연말을 맞이하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연주되었고
각자 개성이 확실한 사람들이 헤처모여를 결성하여 완벽한 화합을 이룬 재즈파티였으니 더 이상 뭐라 말을 하겠는가.
당연히 앵콜곡도 넉넉하게 준비하여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였으므로
그동안 피로도가 싸악 가셔버리는 느낌이었다는 것은 함께 한 일행들의 공통의 대답이었다.
비 오는 날, 비가 와서 더 좋았던
운치는 말할 것도 없고 그야말로 감성이 풍부해지면서 차오르는 좋은 시간을 재즈파티를 통해 가졌다.
일상이란 늘 똑같이 흘러가게 마련이지만 가끔은 이런 문화의 일탈를 거머쥔다는 것은 팍팍하기만 하고 힘들고 거칠며
피로도를 높이는 일에서 한 발 물러나 잊어버렸던 혹은 잊혀졌던 감성을 일깨우는 일도 되겠다.
간만에 그야말로 홀가분하게 감성마인드를 충족시켰다.
친구란 어느 때 어느 순간에도 그 마음을 안다.
무엇이 그 즈음에 필요한 것인지를...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비 내리던 그 하루가
재즈파티라는 이름 앞에 이렇게 행복하고 소중하며 즐거운 시간으로 마무리 되었다.
첫댓글 ㅎㅎ 그렇게 풍성한 감성으로 즐겨주니 손가락 수고한 보람이 있네 그려~!
남편은 일정 때문에 함께 하지 못했던걸 무척 아쉬워하더라구~! ^ ^
함께여서 더 즐거웠네요~!
정말 좋았습니다요.
어제까지도 그녀의 목소릭와 표정이 눈에 삼삼하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