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폐인'…알고 보면 부모 탓
선물로 게임 사주고 감독 소홀
시간 정해주고 스스로 지키게
#1 "한번은 새벽까지 게임을 하는데 잠이 안 오는 거예요. 겨우 잠들었다 일어나 학교에 갔는데 선생님이 칠판에 쓰시는 글자가 컴퓨터 화면에 뜨는 것처럼 보이고요…."(초등학생)
#2 "요즘에는 진짜 바퀴벌레처럼 생활했어요. 닦지도 않고, 속옷도 안 갈아입고 라면 먹으며 컴퓨터 앞에서 밤을 새우는 폐인 생활이죠. 눈 주위가 검게 변하고 손까지 떨리더라고요."(중학생)
게임 중독 상태에 이른 아이들의 고백이다. 이는 한국청소년상담원 장재홍.이은경.장미경 박사 등이 수행한 '청소년 게임 중독 예방 프로그램 개발연구'에서 드러난 생생한 사례.
어린이.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의 큰 걱정거리 중 하나가 자녀의 인터넷 게임 중독이다.
자녀가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외출할 때면 컴퓨터 자판기나 인터넷 연결선을 숨겨 놓고 간다는 엄마도 많지만 자녀의 인터넷 게임 중독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청소년상담원의 연구는 아이러니하게도 어린이.청소년의 게임 중독에 부모의 책임과 역할이 크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연구팀은 경기도 지역 초등학생.중학생 15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이와 함께 초.중학생 3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 조사를 했다. 대상자들은 매일 2~3시간씩 게임을 하는 등 중독 가능성이 큰 학생들이었다.
이은경 박사는 "면접 대상 대부분이 부모에게서 PC와 게임CD를 선물 받아 게임에 접했다"며 심층면접을 통해 나타난 게임 중독의 발생.심화 과정을 설명했다.
아이들은 집에 와도 마땅한 놀거리와 친구가 없고, 다양한 취미생활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점점 게임에 빠져들어갔다.
한 초등학생은 "공부해라 해라 그러면 짜증나잖아요. 하라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게임만 하게 돼요"라고 말했고, 다른 한 중학생은 "집에 아무도 없을 때, 학교 끝나고 나가 놀고 싶은데 친구는 학원 가느라 시간 없다고 하고, 그러면 저도 게임해요"라고 대답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게임에 빠져드는 이유는 단순하게 재미를 추구하는 외에 ▶지위 향상의 욕구▶현실도피의 욕구 등의 유형도 있었다.
한 중학생은 "게임 속에서는 하고 싶은 대로 하니까 내가 대장 같아요. 현실에서는 가능한 일이 아니죠"라고 대답해 지위 향상 욕구가 게임에 몰두하는 한 원인임을 드러냈다.
"동생이랑 싸웠을 때 문 잠그고 바로 컴퓨터를 켜요.그러면 잊어버려요"라고 말한 한 초등학생처럼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충동이 게임에 몰두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처럼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들 때 부모들은 제 역할을 못했다. 면접 대상 초등학생들은 게임에 대해 부모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았다. '하지 마라'고 야단칠 뿐 욕구를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게임의 중독성.위험성에 대해 말해 주는 부모는 거의 없었다.
"엄마는 가게 나가느라 바빠 컴퓨터 게임하는 거 잘 모르고요, 아빠는 2시간만 하라고 하세요."(초등학생)
"아버지는 아무 말 안 하실 걸요. 아버지도 게임하니까. 아버지 대신 제가 게임하기도 해요."(중학생)
인터넷 게임 중독 상담을 많이 해 온 '청년 의사 인터넷 중독 치료센터' 김현수 원장은 "중독된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가정 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생활수준이나 부모 직업.성적과 상관없이 가족 사이에 대화가 없거나 함께 여행을 가본 기억이 없는 등 한마디로 자녀에게 무관심한 가정에서 중독 사례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게임 중독은 마약.도박 중독에 비해 위험성이 작지 않으므로 상태가 심각해지기 전에 부모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강압적인 방법보다 아이가 자제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부모님께서 게임할 시간을 정하라고 하셔서 제가 주말에만 하기로 정했어요. 아빠가 절 믿으니까 스스로 절제하게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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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 교실 °♡……―
'게임 폐인'…알고 보면 부모 탓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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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5.2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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