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468 --- 버릴 것은 미련 없이 버린다
꽃이 진다고 지나치게 서운해할 일이 아니다. 생명체로서 본능적 과정이다. 종족 보존이라는 가장 엄숙하면서 존엄한 임무를 성실하게 실행하는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봄은 생명력이 꿈틀거리며 축복을 받은 계절이다. 추위에 떨던 겨울이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는 단순한 해방의 기쁨에서 안도하며 들썩거리는 것은 아니다. 반복되어 오가는 봄이지만 생명력을 돌아보며 살아있음에 감사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주어진 환경이 아무리 열악해도 무작정 버리며 옮겨가려고 발버둥 치지 않고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이겨내고 본분을 다하며 살아간다. 나무 한 그루도 혼자가 아니라 함께 어울려 조화를 이루면서 더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어내고 있다. 땡볕으로 대지를 달구던 여름도 가을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면서 아침저녁이 쌀쌀해진다. 한낮에는 여전히 따스한 햇살이 퍼지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어 온몸에 수분이 빠지며 하루가 다르게 나뭇잎이 곱게 물들어 간다. 아직 늦장에 더듬거리던 초목도 가을걷이할 틈은 주어야 가뿐히 떠날 명분과 준비할 여유가 생긴다. 산자락마다 울긋불긋하게 불 피우면 열기를 피하던 하늘은 더 높아져 파랗게 질린다. 철새의 날갯짓이 바빠진다. 이따금 흰 구름 몰려와 하늘을 덮어주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밀쳐낸다. 이제 마음을 내려놓으며 놓아줄 것은 놓아주고 버릴 것은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참고 참았던 눈물이 쏟아지고 나면 한결 편안해지듯 지나는 바람에 단풍이 우수수 낙엽으로 쏟아지면서 나무는 자유로워 보인다. 어차피 보내야 할 것 기분 좋게 보내면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설레도록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새봄이면 지나간 겨울을 이미 까맣게 잊고 벅찬 가슴에 새싹이 움트고 꽃 피운다. 과일나무는 열매가 다닥다닥 너무 많이 달리면 안쓰러워도 매정하리만치 침착하게 솎아내야 한다.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 남아 있는 것들이 버려진 것의 몫까지 통통해져 농심의 흐뭇한 웃음을 지켜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