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직장 동료들과 삼겹살에 쇠주 한 잔 걸치고 느지막한 시각에 절간 같은 집으로 돌아온 늦은 밤.
거실 쇼파에 기대 입가심으로 맥주 한 캔 들이키며 티브를 보는데 핸드폰 문자가 울린다.
띵띵~~
"오랜만이네....잘 지내?"
6년 전 이별의 상처를 남기고 "홀연히 도망가버린 그녀"의 문자다.
순간 가슴이 뛰며, 묘한 감정이 흐른다.
{그녀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와 시작한 8개월의 교제 기간.
성격이 좀 급한 그녀와 느긋한 타입인 나와 묘한 조화를 이루며 살갑게 지내다 "합치는 문제"와
관련해 그녀가 서서히 압박을 가해 왔다.
그땐 내 딸애가 학생이라 난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싶었는데, 그녀는 나와 달리 서두르는 입장이라
언제부터인가 재혼 문제로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찰이 조금씩 잦아지던 와중에.... 봄비 내리는 5월 어느 날 그녀가 쇠주 한 잔 하고 싶다고 동네
상가 실내포차에서 만나게 됐다.
술이 약한 그녀가 쇠주를 연거푸 들이키더니...
"J씨 그동안 고마웠어요..."
헉!!...뭐지 지금 이 싸한 느낌... 그리고 몇 번 경험했던 이 익숙한 기분.
그랬다...그녀의 이별 통보였다;
처음엔 연애만 고집하는 나를 압박해 보려는 줄 알았지만, 얘길 들어 보니 그녀는 이미 맘의 정리를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난 마음에 아무런 준비 없이 만났지만, 그녀는 내 감정은 아랑곳 않고, 융단 폭격하듯 한 방에 내리
꽂는 이별 통보를 하고 홀연히 떠나가 버렸다.
그런데 생각보단, 그녀의 일방적 이별 통보가 그리 충격이 크지 않았던 것 같다.
몇 번 처절하게 차였던 경험이 "완충 작용"을 한 이유도 있었지만...
그 당시 난 "가는 여자 안 잡고, 오는 여자 반갑게 맞는다"는 엉뚱한 자존심 같은 마인드 때문인 듯 싶다}
그렇게 아련한 추억만 남긴 채 떠나가 버린 그녀가 6년 만에 문자를 보낸 것이다.
반가움인지, 미운 감정인지 좀 헷갈렸지만, 캔맥주를 원샷하며 잠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애틋하고 좋았던 추억...어느 날 이별을 통보하고 도망가 버린 미운 그녀의 표정.
두 장면이 교차하며 크로즈업 되는데...
그녀는 6년이 지난 지금 뜬금없이 "왜 문자를 보낸 걸까"
답장을 보낼까...아님 그냥 무시해버릴까. 아....어떡하나.
예전에 이별한 상대가 "뜬금없는 문자를 보내는 심리"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어 한 번 찾아봤다.
오래 전 나 역시 헤어진 한 여인에게 한 참 세월이 흐른 후 뜬금없는 문자를 보낸 적이 있어 "남자의
심리"를 글로 담았었다.
헤어진 후 몇 달, 몇 년 뒤에 뜬금없이 연락을 취하는 "남자의 심리"는...
"이 여자 아직도 혼자일까"...호기심도 생기고, 날 아직도 그리워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고, 혹시 이 여자 내 문자 보고 무척 반가워할 수도 있을 거란 혼자 만의 "이기적 생각"에
살짝 찔러 보는 경우다.
또는, "늦은 밤 잔뜩 취해" 헤어진 그녀와 달달했던 추억이 떠올라 "술김에 자제 못 하고" 슬쩍 던져본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도 있다.
건강이나, 사업, 또 다른 이별 등 이 남자의 "신상에 뭔가 안 좋은 변화"가 생겨 위안 받고 싶은 욕심과
"심리적 회귀 본능"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는, 그녀와 끈적했던 "육체적 소통"에 대한 좋은 기억들이 발동했을 때다.
이렇듯 여러 가지 심리가 발동해 뜬금없는 문자를 보내기도 하는데, 내 경험으론 아마 이 부분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외로움" 때문일 것이다.
한창 그녀와 연애 할 때와 지금 혼자 뚝 떨어져 지내는 거에 대한 확연히 차이 나는 "심리적 공허감"과
"사회적 고립감"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간혹 이런 상황에서 마음이 약해져 헤어진 그 남자를 다시 만나려는 여성도 있는 것 같다.
정에 약해...마음이 연약해...자신도 그 남자처럼 지금 외로움에 힘들어할 때...
그 남자의 뜬금없는 문자 한 통에 그냥 무너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50대 이후의 싱글은 상대와 헤어진 후 한창 연애 할 때의 감정을 다시 살려낸다는 건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다는 생각이다.
서로 행복했던 "정서적 공감"과 열정적 "사랑의 감정 세포"는 다시 살리기엔 무리라고 본다.
2, 3십 대가 아닌 쉰을 넘긴 중년이 지닌 사랑의 "감정 세포"는 지나간 인연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기엔
쇠약해져 어렵다는 것이다.
괜히 예전의 감정을 되살리고 싶어 무리하게 애쓰다가, 또 한 번의 마음고생, 혼란스런 기억만 더 쌓일
수 있다.
그나마 한때 달달했던 추억마저 "찝찝한 기억"으로 바뀔 수도 있을 거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그란 속담"은 우리 나이대 연애, 사랑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중년이 된 지금은 지나간 연애, 사랑은 그냥 내 삶에 있어 "기억에 남는 연애"..."사랑 한 번 더 해봤다"는
"뿌듯한 추억"으로 간직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오래 전 썼던 뜬금없는 문자에 대한 글을 읽으며, 잠깐 흔들렸던 마음을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유행가 가사처럼 "그냥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주 오래 전 첫 실연의 충격에 "밥 숟갈 떠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이젠 제법 성숙했는지 포차에서 닭똥집에 쇠주 한 잔이면 충분히 상처는 아무는 것 같다....ㅠㅠ
첫댓글 느닷없이 많아진 시간때문에 흰님들이 올린글을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몰입할 수밖에 없는 내용의 글을
쓰는 걸 즐기는 타입입니다...ㅎㅎ
넉넉한 시간에 재밌게 볼 수 있는 내용으로 가끔 찾아 뵙고 싶습니다...~~
완전
엣세이집을 읽은것 같은. 느낌으로 그 감정에 올입하며 잘 일었습니다
다시 그여인과의 시작은. 어렵단결론 산뜻해서 참 좋아 보입니다
한번 떠난 사랑은 추억으로~~
글을 쓸 땐...
항상 읽는 분들이 감정 몰입이 될 수 있게 꽤 신경쓰는 편입니다.
그래야 쓰는 이도, 읽는 분도 흥미롭고 시간 낭비가 아니 될 것이란
생각 때문이지요.
지나간 여인이 그리워, 또 그 인연 찾는 것보단, 다시 새롭게 출발하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올해 안에 여기 카페에서 그 인연 만나고 싶습니당...ㅋㅋ^^
혹 작가신지요..ㅎ 늘 건강요..
변두리 삼류 아마추어 작가 지망생 입니다ᆢㅎㅎ
얼굴은 못 생겼지만, 글은 곱다는 얘길 종종 들어요..^^
@세븐힐스 아 역시 ..ㅎ 늘 건강 하시길..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그라는 속담에 동감합니다~
올해 안에 인연 꼭 이루길 바래용~^^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그자고 표현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세월이 쏜살처럼 순식간에 흐르는 걸 느끼며
불안감이 막 생기네요...ㅎㅎ
여하튼 올해 안에 심신이 튼실한 인연 찾으러 댕겨 보렵니다....^^
올해 꼭 만나야 할 절박함이 느껴지네요...꿈꾸던 이상형을 만나시기를^^
제 이상형은 특별한 건 없답니다.
성격, 성향은...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은, 고른 타입이면 좋겠고
똥 꼬집 안 부리는, 부드러운 성격이면 무난하다고 생각해요.
저처럼...여행 좋아하고, 운치 낭만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타입이면 굿입니다.
취향은...회나 참치 좋아하고, 음식이나 카푸치노 마실 때, 가끔 입 주변에
"묻히고 먹는 순박미"가 제법 남아 있는 여인이 끌리더군요...ㅎㅎ
"나이는"...
위로 셋, 아래로 다섯 정도.
"재력 환경은"...
재산 전혀 없어도 상관 없지만, 빚 역시 없으면 좋겠습니다.
"외형, 이미지는"...
보통 키에 보통 체형이면 괜찮다고 보며, 얼굴 모습은 그냥 동네 마트서
흔히 보는 평범하면 더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ㅎㅎ^^
아직 아쉬운것이 없어서
그런가보군요.
또다시. 사랑이. 찾아오면
또만나고. 또헤어질수도 있는것이
남녀관계 이겠지라 ^~^
늘.
절박함에
30년 살아도
여기. 이 호부월선은
혼자 입니다 ^~^
이젠...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며...또 이별하고 실연의 상처로 힘들어 지는
상황이 두렵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인연은 욕심 다 버리고, 가장 편하게 느껴지는 상대를
만나고 싶습니다.
친구 같이, 애인 같이, 부부 같이 느껴지는 푸근한 상대를...
욕심이 너무 큰가요?...ㅎㅎ
읽으면서 조마조마 했는데
역시 현명한 선택을 하신것 같아
짝짝짝!!!
현명한 선택이라기 보단....
뭔가 남자의 자존심 같은 거라고 표현하고 싶어요...ㅎㅎ
읽으면서 조마조마 했는데
역시 현명한 선택을 하신것 같아
짝짝짝!!!
읽으면서 조마조마 했는데
역시 현명한 선택을 하신것 같아
짝짝짝!!!
내가 편하게 대하면 상대도 편하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예민한 모습 보이면 상대도 예민해지듯요.
상대의 심리를 잘 아시는 분이군요...ㅎㅎ
언제 기회가 주어진다면...한 수 배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