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평소에 도를 배우는 뜻은 又
示諭에 鐘鳴漏盡之譏는 為君上盡誠而下安百姓이라 自有聞絃賞音者리라. 願컨대 公은 凡事에서 堅忍하되 當逆順境에서는 政好着力이러다. 所謂 將此深心奉塵剎이 是則名為報佛恩이라. 平昔에 學道는 只要於逆順界中에 受用인데 逆順現前에도 而生苦惱면 大似 平昔에 不曾向箇中用心이니라.
그대의 편지에서 “뭐 좋은 일이 있기에 늙어서도 날이 새도록 바쁘냐고 놀림 받았던 까닭이 위로는 임금을 위하여 정성을 다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편케 하려는 데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마도 저절로 그대의 뜻을 알고 진실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하시는 모든 일에서 참으시되 닥쳐오는 좋고 나쁜 경계 그 자리에서는 바른 힘을 부쩍 내셔야 합니다. 말하자면 나라를 받드는 이 깊은 마음이 나라의 은혜에 보답한다는 뜻입니다.
평소에 도를 배우는 뜻은, 다만 좋고 나쁜 경계에서 그 힘을 받아쓰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눈앞에 나타난 좋고 나쁜 경계에서 괴롭다면 평소의 화두 공부에서 힘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祖師에서 曰하시되 境緣이 無好醜어늘 好醜가 起於心하니 心若不强名하면 妄情이 從何起오 妄情이 既不起면 真心이 任遍知니라. 請컨대 於逆順境中에서 常作是觀則久久에 自不生苦惱니라. 苦惱가 既不生則 可以驅魔王하여 作護法善神矣이면 前此에 老老大大함이 着甚來由之說이 言猶在耳어니 豈忘之耶아. 欲識佛性義이면 當觀時節因緣이라.
사조 도신스님께서는 우두 스님에게 “인연 경계에는 아름답다거나 못생겼다는 차별이 없거늘 그 차별이 마음에서 일어난다. 그러므로 마음에서 억지로 분별하지 않는다면 허망한 분별이 어디에서 일어나겠는가. 허망한 분별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참마음이 두루 알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부디 좋고 나쁜 경계에서 언제나 이렇게 살피신다면 오랜 공부 속에서 저절로 고뇌가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고뇌가 생기지 않는다면 마왕도 바르게 법을 지키는 좋은 신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앞의 편지에서 “늙어서 벼슬하여 점잖게 출세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말이 아직도 귀에 울리는 듯합니다. 어찌 이 말을 잊겠습니까. 부처님이 성품에 대한 뜻을 알려면 마땅히 시절인연을 살피셔야 합니다.
以居士는 前十餘載間에 自有閑時時節이더니 今日은 仕權이 在手라 便有忙底時節이니라. 當念閑時에 是誰閑이며 忙時는 是誰忙인고 須信이니 忙時에 却有閑時道理이며 閑時에 却有忙時道理니라. 正在忙中에도 當體主上起公之意하고 頃刻에 不可暫忘이라. 自警自察하되 何以報之오 若常作是念則 鑊湯鑪炭刀山劍樹上에도 亦須 著向前인데 況目前些小逆順境界耶아. 與公과 以此道相契일새 故不留情하고 盡淨吐露하노라.
거사께서는 지난 십여 년 저절로 한가로운 시절이더니, 오늘날 나라의 힘이 손안에 있기에 어김없이 바쁜 시절입니다. 한가로울 때를 생각함에 누가 한가로운 것이며, 바쁜 때에는 누가 바쁜 것입니다. 모름지기 바쁜 때에 도리어 한가로울 때의 도리가 있으며, 한가로울 때에 도리어 바쁜 때의 도리가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바쁜 가운데에서도 임금께서 그대를 뽑아 쓰신 뜻을 바르게 알고 잠깐이라도 그 은혜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무엇으로 이 은혜를 갚아야 하나’를 스스로 타이르고 살피셔야 합니다. 언제나 이 생각을 갖는다면 끓는 물이나 불구덩이 지옥 몇 칼로 찢기는 괴로움의 지옥에서도 또한 당당하게 앞을 향하여 공부를 해 나갈 것입니다. 하물며 자질구레한 눈앞의 좋고 나쁜 경계에서야 무엇을 더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대와 이 도를 가지고 서로 들어맞는 뜻이 있기에 서슴지 않고 솔직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드러내는 것입니다.
☞ 평소에 도를 배우는 뜻은 큰 일을 당해서 그 힘을 받아쓰는데 있다. 수행자가 사소한 일도 슬기롭게 처신하지 못한다면 큰 일이야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시절인연을 알아서 자기가 서 있는 자리를 챙겨 보아야 할 것이다. 공부한 만큼 내가 내 몫을 하고 있는지를……
출처: 禪 스승의 편지, 대혜 종고 『서장』, 원순 옮김
첫댓글 앞의 57. 팽팽함과 느슨함이 알맞아야 편지와 이어진 것입니다.
앞의 57만 보았을 때는 어렵다 싶었는데 이 58을 보고 다시 57을 읽으니 훨씬 이해가 쉽습니다.
오늘 글은 쉬우면서도 중요한 내용들이 많은 것 같아 색깔을 많이 넣었습니다.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가득함과 제자를 사랑하시는 대혜선사의 마음도 넉넉히 보입니다.
명절이라고, 정초기도 한다고, 손자 돌본다고~
핑계는 많습니다. 그 와중에도 한 마음 한결같이 지내라는 말씀을 새깁니다.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