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507) – 바른 길, 참된 지식을 추구하며
리우올림픽이 막바지로 접어드는 주말, 태권도 낭자들(김소희, 오혜리)의 금빛발차기가 불볕더위를 식혀주고 116년 만에 부활한 여자골프에서 박인비 선수가 2라운드부터 선두에 나서며 압도적인 스코어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환호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 신사적인 규칙준수 종목인 골프에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고가 은메달, 양희영 선수는 공동 4위에 오르는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 가운데 선두권에 포진한 한국낭자들의 선전이 흐뭇하다. IMF 위기로 나락에 빠질 뻔 했던 시기에 맨발투혼을 선보이며 국민들에게 희망의 빛을 안긴 박세리 선수가 감독으로 선수단을 이끄는 모습도 보기 좋고.
잠을 설치며 지켜본 올림픽여자골프에서 박인비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건 모습을 스마트폰에 담았다. 좌우에 은메달을 딴 뉴질랜드의 리디아고와 동메달을 딴 중국의 펑샨샨 선수가 서 있다. 박인비 선수는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 우승을 거머쥔 남녀 통틀어 최초의 골든 그랜드슬램 선수로 우뚝 섰다.
올림픽 기간 보여준 많은 감동스토리들이 땀 흘려 일하며 정직하고 소박한 삶을 가꾸어가는 시민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 태권도 8강전에서 진 후 눈물 대신 박수를 보내며 패자의 품격을 보여준 이대훈의 값진 동메달이 떳떳하고 남자 100미터, 200미터, 400미터 계주에서 3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딴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 선수의 대기록이 돋보인다. 400미터 계주에서 미국을 제치고 은메달을 딴 일본 선수들의 약진이 신선하고 축구 강국 브라질이 승부차기 끝에 독일을 제치고 우승하여 주최국의 자존심을 살려 다행이다. 경기 도중 넘어진 선수를 일으켜 세워 끝까지 함께 달린 꼴찌선수들의 발걸음이 아름답구나.
지구촌이 감동의 물결에 휩싸이는 동안 허술하고 답답한 국내사정이 안타깝고 짜증스럽다. 지난 월요일, 광복절 기념식을 TV로 지켜보던 중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유언을 남겼다는 내용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하얼빈에서 이또 히로부미를 저격한 후 체포되어 대련의 뤼순감옥에서 재판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행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잘못 언급하였다. 대통령의 사실인식이 정확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연설 원고를 작성하고 확인한 참모 중 누구도 이를 체크하지 못한 국정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 실망이다. 부실한 인사검증과 시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민정수석의 처리를 두고 벌어지는 대통령과 위정자들의 현실대저능력이 의심스럽다.
수십 년 애독하는 잡지 샘터 이번 호(9월)에서 흥미 있는 기사를 접하였다. 유정식이 쓴 과학에게 묻다 ‘메기효과와 진실게임’이라는 칼럼이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으로 믿고 있는 메기효과와 독수리의 창조적 파괴 등이 진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내용은 이렇다.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가 자주 애용했다는 ’메기효과’라는 말이 있다. 메기 한 마리를 미꾸라지 어항에 넣으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움직임이 빨라진 미꾸라지가 전보다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말이다. 안락한 환경에 안주하기보다 적절한 긴장감을 느끼고 분발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메기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전혀 없는 이야기다. 포식자가 존재하면 먹이동물은 건강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한다. 이스라엘 네게브사막에 사는 도마뱀은 천적인 때까치가 하늘을 맴돌면 움직임이 둔해진다. 천적의 눈을 피해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작은 먹잇감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토인비는 대체 어느 문헌에서 ‘메기효과’를 전해들은 걸까?
‘독수리의 창조적 파괴’라는 우화는 또 어떤가? 이 우화는 이렇게 전개된다. “일반적으로 독수리는 30년 가까이 살면 사냥이 어려워져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선다. lEo 두껍고 무뎌진 뿌리를 스스로 깨뜨린다. 그리고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면 구부러진 발톱도 뽑아내어 몸을 완전히 탈바꿈한다. 이렇게 환골탈태한 독수리는 40년을 더 살 수 있다.” 새로운 삶을 얻으려면 뼈를 깎는 혁신을 감행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 말이 사용된다. 하지만 독수리는 절대 자기 부리를 깨뜨리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부리가 깨지거나 발톱이 빠지면 먹이를 사냥하지 못해 그냥 굶어 죽을 뿐이다. 더욱이 독수리의 수명은 동물원에서 살 때나 40년을 넘길 수 있고, 야생에서는 20~25년 밖에 되지 않는다.
메기효과를 그럴듯하게 여겼고 독수리의 창조적 파괴는 내가 쓴 글에 직접 인용한 적이 있던 터라 이 글을 뜨끔하였다. 잘못된 내용을 사실인양 받아들이고 또 전한 것에 대한 자책감에서. 강단에서, 설교에서, 언론에서 이런 오류를 범하는 사례들이 많다. 특히 오늘날 전파력이 높은 소셜네트워크에 얼마나 많은 잘못된 지식과 정보들이 넘쳐흐르는가?
찜통더위를 견디며 빛고을노인건강타운 도서관에서 삶과 죽음, 종교와 철학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다. 일점 오류도 인정하지 않는 성서의 모순된 표현을 예리하게 지적한 글들이 가슴에 닿고 종교와 철학의 생성, 변천, 본질에 대하여 깊이 천착할 수 있음이 뿌듯하다. 원하기는 남은 때에 바른 길, 참된 지식, 온전한 삶의 터널을 뚫을 수 있기를.
첫댓글 메기효과나 독수리 우화를 심심찮게 들으면서 살아왔던 세대중 한 사람으로서...오늘 교수님의 이야기는 약간 절망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화는 우화일뿐...우린 그 안에 감추인 교훈을 받아 먹고바랄 수 없는 것들을 꿈꾸면서 오늘을 살지요. 교수님, 오늘도 화이팅 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