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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을 하지 않으면 집에 보내주지 않을 것만 같았다. 게다가 만약 이들과 계약을 하지 않는다면 내 커리어에 무슨 일이 일
어날지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데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방금 우릴 스스로 팔아넘긴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구나."
나중에 그의 정식 에이전트가 되는 빌 더피 등은 이 계약이 형식에 맞지 않으며 법적 효력도 없음을 알려주고, 야오는 즉시
이 계약을 무효화 시킵니다.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은 당시 중국 농구계엔 스포츠 에이전트란 제도 자체가 완전히 생소했기 때문입니다. 야오가 NBA로 갈
무렵 CBA(중국 농구협회, 중국 프로리그도 CBA입니다)는 "모든 선수는 중국인 에이전트를 고용해야 한다"는 규칙을 급하
게 만듭니다.
아무튼 에버그린을 만난 뒤 몇 개월 후 야오는 빌 더피를 만납니다. 그는 에버그린과 달리 돈 외에 선수로서 자신의 성장, N
BA에 가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는 더피에게 신뢰를 느끼게 됩니다.
2. 중국 최고의 자리에
점점 시간은 흘러 2000년대 초반, Bayi Rockets 소속의 최강선수 왕즈츠는 NBA로 떠나고 야오밍의 샹하이 샤크스는 드디
어 우승을 진지하게 노리는 입장이 됩니다. 왕의 부재, 점점 성장하는 야오, 비록 졌지만 전년도 결승에서의 분투 등, 이제
때가 되었다고 모두 느꼈죠. 시리즈 전적 1-1 상황에서 야오는 과감하게 선언을 합니다. "로케츠는 너무 늙었습니다. 우리
의 상대가 되지 않아요." 감독은 겁에 질려서 "괜한 소리를 하고 그래!"하고 타박했지만, 다음 두경기를 접수하며 대망의 우
승을 차지합니다. 이 후 야오밍은, "로켓츠는 사실 늙지 않았어요. 그들은 우리에게 많은 걸 가르쳐줬죠. 그런 말을 해서 죄
송합니다. 우리 선수들이 그들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라고 사과를 합니다.
2002 시즌이 끝나면서 야오밍은 명실상부 중국 최고의 농구선수가 되었고, 이제 야오의 앞길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습니다.
3. NBA 워크아웃
무슨 이유에서인지 샹하이는 결승전이 끝난 직후, "야오는 NBA에 갈 것이다"라고 선언해 버립니다. 이것은 CBA(협회/프로
리그)를 발끈하게 만들었는데, 리그가 신설된지 몇년밖에 되지 않은 만큼 일개팀에게 주도권을 뺏기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앞서 언급한 중국인 에이전트 룰은 만들죠.
그러자 빌 더피, 에릭장(야오의 먼 친척의 남편이자 야오의 친구)을 포함한 팀 야오(에이전트, legal advisor 등 야오밍의 N
BA행을 도왔던 인물들)은 NBA 팀들과의 워크아웃을 주선합니다. 일단 NBA사람들과 미국인들이 야오밍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 협회역시 이를 무시할 수 만은 없을 거란 계산이었죠.
워크아웃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CBA 결승전 이후 오랫동안 쉬었던 야오밍은 완벽한 컨디션은 아니었고, 생각보다는
아쉬운 기량을 선보입니다.
혹평과 호평이 번갈아 이어졌습니다. 당시 클리퍼스의 퀸튼 리처드슨은 야오가 '별 것 아니며, 우리팀에 있으면 번갈아 야
오밍 위에 덩크를 꽂을 거다.'라고 했고, 일각에서는 "포스트 게임이 없다", 혹은 "그래 슈팅력은 좋다. 하지만 6'9''짜리 슈
터가 있는데 7'5''짜리 슈터를 데려와서 어디다 쓰게?"라며 그의 기량을 폄하는 이도 있었죠.
반면 PJ 칼리시모는 "그의 능력 중 어떤 것도 감탄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는 슛, 패스, 달리기 등 모든 것을 할 줄 알며,
맞아, 게다가 7'6''에 300파운드나 나간다. 어떤 사람들은 워크 아웃이 끝난후 '쟨 이걸 못해, 저걸 못해'라고 트집을 잡던
데, 도대체 무얼 봤는지 (이해가 안 간다). 워크아웃을 보고 난 뒤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전화로 인터뷰 요청이 왔길래, '
(야오는) 올스타가 될거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인 GM중엔 제리 크라우스가 있었습니다. 야오는 친구이자 팀야오의 일원인 에릭 장이 사는 시카
고에 가고 싶어했는데, 크라우스랑 얘기 한 뒤 겁이 덜컥 났다고 합니다.
야오밍:
그는 날 도와주고 싶어했다. 만약 시즌이 끝난 뒤에 내가 힘이 들면 언제든 말을 하라고 했다. 국가대표팀에서 뛰기 싫다면
자신이 손을 써서 쉬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뒤 겁이 났다. 이후로 시카고에 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국가
대표로 뛰는 것은 내가 바라던 것이었기 떄문이었다.
시카고 역시 몇몇 팀과 더불어 1번픽을 갖게 된다면 야오를 드래프트 하겠노라 약속했습니다.
헌데 조금 의아한게 시카고는 당시 바로 전년도의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챈들러-커리 고졸 듀오를 보유중이었습니다. 트리
플 타워를 세운다는 건 말도 안되고, 이들 중 한명을 트래이드하려고 했던 걸까요? 뭐 자신의 색깔에 맞춰 억척스럽게 팀을
꾸려나가는 제리 크라우스니 어떻게든 자기가 원하는 선수를 데려왔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이해가 안가더군요. 그렇다고
야오를 원하지 않은 것도 아닌게, 야오에게 엄청난 관심을 보이면서 몇번이나 접촉하고 연락하고 했다는 군요. 뉴욕 닉스와
시카고 불스가 다른 어떤 팀들보다 그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 하는 걸 보면 1번으로 뽑겠다고 한게 괜한 소리도 아닌
것 같은데, 아리송합니다.
4. 협상
에릭 장과 빌 더피 등 팀 야오는 샹하이와 CBA를 상대로 협상을 하기 시작합니다. 샹하이는 야오를 보내면서 최대한 많이
뭔가를 얻어내려는 입장이었고, CBA는 야오를 그리 보내고 싶지 않아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당시 중국 스포츠계는 한 선수
가 슈퍼스타가 되는 것을 꺼려했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있습니다. 국가입장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요) 90년대에 세계 랭킹 1위였던 한 중국 배드민턴 선수는 선수협회가 그의 후원단체를 조정하려고 하자 은퇴를 선택
한 적도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여기서 앞서 언급한 사이비 계약의 주인공 왕서방이 다시 등장합니다. 그는 에릭 장과 팀 야오가 돈만 밝히며 야오를 대변
할 만한 인물이 못된다고 중상모략을 시작합니다. 미국인, 중국계 미국인 에릭 장으로 이뤄진 팀 야오에 대해 부정적인 여
론이 일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왕서방은 에버그린 계약서를 다시 꺼내들게 됩니다. 야오는 이미 계약된 몸이니 너희들은 물
러나 있으라는 말이었죠.
하지만 에릭 장은 에버그린 계약서의 사본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걸 가지고 반격에 나섭니다.
당시 에버그린 계약서는, '야오의 수입 33%를 에버그린이 갖는다.' 고 되어있었고 에버그린과 야오밍의 서명만 있었습니
다. 물론 왕서방의 계획은 에버그린이 삼분의 일, 야오가 삼분의 일, 샹하이 샤크스가 삼분의 일로 나눠먹는 거였지요. 하지
만 서명이 없는 상태에서 이건 말도 안되는 것이었고, 결국 에릭 장은 샹하이 구단 경영진의 대표를 찾아갑니다.
에릭장 :
"공짜로 야오를 놔주려는 건 아니시겠죠. 하지만 이 계약서에 당신의 서명은 없습니다. 그리고 야오밍과 계약도 되어있지
않죠. 당신 몫을 어떻게 받으시렵니까? 이대로라면 대중들은 당신이 구단의 가장 소중한 자산을 아무 대가 없이 보냈다고
생각할 겁니다,"
"서명이 분명히 있을 거요. 왕서방이 서명이 있다고 했는데."
"사본이 있습니다. 한번 보시죠."
그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왕서방을 협상전선에서 당장 빼리다"
샹하이 구단경영진의 태클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죠. 온갖 추측과 잘못된 정보가 날아다니기 시작
한 겁니다. 당시 로켓츠 GM이던 캐롤 도슨은 직접 전화해서 "야오가 휴스턴에서 뛰기 싫어하는 거 압니다. 하지만 우린 그
에게 관심이 많고, 직접 휴스턴으로 오셨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야오가 뉴욕, 시카고, 혹은 골든 스테이트에서 뛰고 싶어한다는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결국 팀 야오는 휴스턴으로 가
게 됩니다. 어처구니 없게 그들은 시카고 신문에서 "샤크스는 휴스턴에게 화가 나있다. 그 이유는 휴스턴이 야오의 대변인
으로 알고 협상하는 이들은 사실 사기꾼들이기 때문이다"란 기사를 접하게 됩니다. 휴스턴 구단주 레스 알렉산더는 "어떻
게 설명할 겁니까? 우리가 당신과 만나는 의미가 있긴 한 거요?"라고 몰아 세웁니다. 하지만 결국 휴스턴은 그들을 믿기로
결정했죠.
그 이후로 중국협회와 돈 때문에 실랑이가 있었지만 이 부분은 지루하니 넘깁시다 ^^
5. 문제
이제 모든 것이 대충 해결되었나 싶은 때, 로케츠의 변호사인 마이클 골드버그에게서 급한 전화가 옵니다.
"문제가 생겼어요, 지금 당장 내려와요"
그는 휴스턴의 의료진이 야오의 발을 찍은 엑스레이 사진을 살펴보았다고 했다.
"야오는 NBA에서 절대 뛰지 못할 겁니다. 물론 그를 드래프트 할 수도 없고요."
전에 불스 의료진이 그의 발을 검사한 적이 있었다. 난 골드버그에게 야오의 발이 부러지긴 했지만 완치 되었고, 문제는 없
다고 말했지만 그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 리포트는 봤습니다. 하지만 우리 의료진은 생각이 다릅니다. 야오를 드래프트 하기 위해선 일단 홍콩에 보내서 엑스레
이를 찍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야오를 홍콩에 보내고 싶지 않아했고, 우리(팀 야오)는 야오가 다시 검사받는게 좋은 일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결국
베이징에서 검사를 받기로 했고, 로케츠 사람들을 그곳으로 보냈다. 그리고 다시한번 야오를 검사한 의사의 소견을 받았다.
의사 왈, "난 수많은 NBA 선수들의 발을 봐 왔습니다. 발만 봐도 "문제가 있겠군." 혹은 "이 정도야 뭐"할 수 있죠. 야오의 발
보다 더 심한 케이스를 수두룩하게 봐왔지만, 멀쩡히 잘만 뜁디다."
그러고선 샹하이랑 돈 문제가 또 있는데, 생각보다 너무 내용이 많아서 정리하기 벅차네요.
아무튼 결론은, 1. 중국이란 폐쇄된 사회에서 야오를 빼내는데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개고생했다
2. 협회는 한국이나 중국이나 심하게 꼴통이다...
3. 야오밍 돌아와 ..ㅜ,ㅠ
첫댓글 3333 야오밍 돌아와 ㅜㅜ 글 잘 읽었습니다.
와 ... 대단하네요
야오밍...진짜 컴백하면 NBA우승할때까지, 은퇴할때까지 건강하게 플레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ㅠ
잘 읽었습니다! 이런 스토리가 있었군요- 야오 선수 몸 건강히 잘 돌아오길 바랍니다!
시드니 올림픽떄는 키만 멀대같이 큰 느낌이었는데,, 2002년 야오밍은 거대한 허벅지를 가진 그야말로 빅맨이 되어 있더군요 CBA랑 트러블이 있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지는 몰랐습니다 ㅎ
시드니 올림픽때 부실했지만 저는 몇가지 플레이에서 감탄했습니다. 일단 무진장 빨랐다는거...그리고 게리 페이튼의 플로터를 블록했는데 여지껏 그 어느 동양인 센터가 보여주지 못한 높이여서 제 자신도 중계를 보면서 감탄을 했죠. 그것도 드림팀을 상대로 나온 블록이었으니까요 ㅎ대회 직후 알론조 모닝도 그랬죠. 그 키에 그렇게 달리는 친구는 처음봤다고...
2번은 정말 수십만배 공감입니다
협회가 진짜 해당 스포츠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돼....ㅡㅡ;; 방해나 안하면 다행이지..
야오밍 돌아와~
지금은 상햐이팀 구단주 아닌가요?ㅎㅎ
중국 진짜... 무슨 가계약이니 사기 계약이니 진짜 전통적으로 너무 많아요....;;;;
대륙의 에이전트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