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시절 농촌마을에서 자랐다.
농촌지역이라 예나 지금이나 극장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으나
다행이 보따리 영화사가 심심찬게 찾아주어 시골마을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00면민 여러분.
바쁘신 농삿일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여기는 서울 화성영화사 서울 화성영화사 이동 상영반입니다.
오늘 밤 여러분을 모시고 상영하게 될 영화, 눈물과 감동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
서스펜스와 스릴넘치는 영화 “상하이 박”. 상하이 박을 가지고 여러분을 맞이 하겠사오니
저녁 진지 일찍 잡수시고 가족동반 하시와 손에 손을 마주 잡으시고 이곳 가설 극장까지 왕림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 하겠습니다."
중학교때 영화라면 제백사하고 보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던 나는
학교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설극장으로 달려가 극장내부를 한번 순시를 하고나서
그날 상영할 프로를 유심히 보곤했다.
그 당시 내가 좋아했던 남자배우는 신영균. 박노식. 최무룡. 김진규. 남궁원.
신성일등이었으며, 여배우는 조미령이를 가장 조아했다.
저녁을 먹고나서 우리 아부지 오시기를 기다리는 데,
이때 드디어 우리 아부지 그 모습도 늠늠히 등장하시다.
“아부지. 이제 오십니까? 와 오늘 이리 늦었십니까?”
나는 방갑아 사서.
보아하니 술 한잔을 하시고 기분이 매우 즐거워 보이신다.
“응. 오늘 그렇게 됬다.그런디 와 나와 있네?”
“야가 이녁(당신) 오기만 기다리고 있거마는.”
“와?”
“아부지다. 내 오늘 지난번에 시험친 것 통신표(성적표) 받았십니다.”
“들어가 보자.”
“예”
나는 어서 초대권을 받기위해서
성적표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부지 양복 저고리 이리 주시다.”
하고는 옷을 벗겨서는 바깓주머니에 손을 살짝 넣어 초대권이 있는 지를 먼져 확인했다
초대권이 두장이 있지 않는 가.
기분이 훨훨 날것 같구나
“여기 통신표 있은께 보시다.”
아버지는 통신표를 펼쳐보시더니 과목별로 성적을 쭉 흩어 가시다가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신다.
“야 이놈의 자석아 니는 오찌 음악성적이 이 것 뿌이 안되네? 음악이 그리 어렵나?”
“우리 음악 선생님이 안있십니까 필답고사는 안치고 노래를 불리갖고 시험을 치는 바람에 망치비십니다.
노래는 부전 자전 인가십디다“
“맞다. 니말이 딱 맞다. 너아부이(너 아버지) 노래 못하는 것은 면민이 다 안다.
그만 초대권이나 한 장 조서 영화보로 가라커이소. 가가 지금 초대권 얻을 기라고 이제거정 이넉 오기만을 기다렸거마.“
역시 우리 어머니는 이 놈을 끔찍이도 애껴주었지요.
“보자 내가 너거 아부지 초대권 가져 왔는 가 볼게.”
양복주머니에서 초대권 두장을 꺼내어 나하고 누나에게 한 장씩 나누어 주신다.
그래서
날듯이 극장으로 달려가니 영화가 막 상영이 되려는 순간이다.
“상하이 박”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담배연기의 멋과 매력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때가 사춘기였기에 남녀간의 사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그런 나이였다.
그 멋과 매력은 영화속의 불과 두 서너 장면에 불과 했지만 그 장면이 나에게는 그 영화의 압권이었다.
때는 바야흐로 일제시대
나라를 송두리째 왜놈에게 빼앗긴 설움을 달래며 저멀리 이국땅 상해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와신상담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고군 분투하는 한 독립투사의 활약과 사랑을 그린
애국영화이며 애로틱한 영화였다.
밤이 이슥한 상해의 한 카페를 나카오리 모자를 약간은 비스듬히 쓰고 검은 래이밴을 낀 멋진 사나이“상하이 박”(박노식 분)이 찾아든다.
실내는 조명발이 약하여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사나이는 한쪽구석의 어두침침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주위를 살핀다.
이 때 이 카페의 여주인(문정숙분)이 색씨한 옷차림으로 다가간다
그녀가 사나이 앞에 살며시 다가가 앉는 순간 갑자기 권총을 빼어 들고 사나이의 얼굴에 들이 대는 게 아닌가.
사나이는 태연한 자세로 여인을 응시하며 담배 한 대를 입에 문다.
이때에 여인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나는 사뭇 긴장을 하다가 어안이 벙벙했다
권총에서 찰깍하는 순간 라이타가 캐지는 것이었다.
여인은 얼굴에 약간 상기어린 표정으로 사나이를 주시하면서 담뱃불을 당겨주는 것이었다.
사나이는 말없는 표정으로 태연히 담뱃불을 붙이더니 한모금 길게 들이 마신 다음 여인을 향해 담배연기를 내 뿜는 것이었다.
삼색등의 조명아래 요염한 여인의 자태가 담배연기에 휩싸이는 장면이다.
서로의 시선이 맞추치고 붉고 파란 담배연기가 여인의 얼굴을 감싸는 장면이 클로즈업 된다.
담배연기가 만드는 환상적인 분위기.
그기엔 말할 수 없는 사랑의 밀어가 풍겨나고 있었다.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의 극치를 자아내는 담배연기의 마력과 멋!
나는 이때에 이미 담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 영화를 보고 나서
나도 언젠가는 저런 장면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출하고 싶은 마음을 품게되었다.
내가 담배를 피운 시기는 군 복무 시절부터다.
담배를 피우면서 나는 박노식의 흉내를 많이 내어 보기도 했는 데
역시 담배연기의 품어내는 분위기는 마도로스 파이프가 제격이라는 생각을 했다.
화랑담배는 영 분위기가 나질 않았다.
담배.
내 젊은 시절은 담배가 있었기에 담배연기속에서 낭만을 만끽하며 흥겨운 추억을 만들어 간 시간들 이었다.
담배를 끊은지 30년이 되었다.
첫댓글 파사님~
답배의 낭만을 멋지게 적어주셨네요.
옛날 시골에서 영화가 들어올 때
흑백 영화 추억이 그립습니다.
샛별사랑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담배의 <낭만>....은 커녕
연기...담뱃재...재떨이...
30년전 금연하셨다니
다행..참 잘 하셨습니다. ㅋ
매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
처녀적엔 담배피우고 멋지게 굴곡있게 연기 내뿜는 사람이 멋저보였어요
지금은 저쪽으로 피해가요 냄새도 왜그리 나는지!.ㅎ
찬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
평생 담배는 안피워봐서 담배의 맛과 멋을 잘 모르네유~ㅎ
청죽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
철이 늦게 들어 못끊고 있다가
60이 되어서야 금연했네요
그래도 환갑넘어 제일 잘한일인듯해요
근래 안중근의사를 그린"하얼빈"영화를 보았는데
영화내내 전편에 흐르는 담배연기속이 좀 그렇더라구요
독립군들은 줄창 담배를 물고 생활하는걸로 묘사되었는데
사실인지가 궁금하네요~~~~
상상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