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연임 대통령이었으며 억만장자 기업인인 세바스티안 피녜라(74)가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삶을 접었다. 그가 탑승한 헬리콥터는 라고 랜초란 남부 마을 근처 호수에 추락했는데 함께 탑승했던 세 사람은 목숨을 건졌다. 이곳은 고인과 가족이 해마다 2월이면 찾아 휴가를 즐기던 곳이었다.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에 따르면 칠레 해군이 시신을 수습했으며 해당 헬리콥터는 피녜라 본인 소유였는데 그가 손수 조종하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영국 BBC가 6일(현지시간) 전했다.
칠레 정부는 사흘을 추모 기간으로 설정하고 국장을 치르기로 했다. 그의 후임인 가브리엘 보리치 현 대통령은 따듯한 애도 성명을 밝혔다. 그는 "우리 모두 칠레이며 우리는 함께 꿈꾸고 그리며 건설해야 한다. 세바스티안 피녜라는 2018년 3월 11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약속했다.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겪는 유족과 사랑하는 이들을 꼭 안아주고 있다"고 추모했다.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극단적인 정파 대립 와중에도 좌우 진영이 모두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브라질의 좌파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도 엑스(X, 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놀랐고 슬펐다"면서 "우리는 어울렸고, 두 나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함께 일했다. 우리는 대통령이었을 때나 아니었을 때나 항상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애석해 했다.
아르헨티나의 보수주의 대통령이었던 마우리치우 마크리도 고인의 죽음은 "대체 불가능한 손실"이라며 "엄청난 슬픔"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콜롬비아의 우파 대통령이었던 이반 두케는 친구의 죽음에 커다란 슬픔을 느꼈다고 했다.
1990년 군부 통치를 끝냈지만 그는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보수 정치인이었다.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그는 이 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 미첼 바첼렛을 물리쳤다. 2014년까지 첫 임기 동안 빠른 경제성장을 일궜으며, 세계적으로는 2010년 아타카마 사막 아래 광산 붕괴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진두 지휘해 69일 만에 33명의 광원을 구조한 성과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2018년까지 두 번째 임기는 극심한 사회 소요에 시달렸다.
1949년 태어난 그는 칠레 최고의 부자 가운데 한 명이 됐는데 그가 일군 부는 대부분 1980년대 그가 창업한 신용카드 회사 반카드를 통해 일군 것이었다. 또 최대 항공사 란 칠레, 1부 리그 축구 클럽 콜로 콜로, 텔레비전 방송국에도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