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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부경고등학교 축구부 원문보기 글쓴이: 이승곤(39회)
부경고 對 경기 태성고
일시 : 08월 02일(목) 19시 00분
장소 : 함안공설운동장
결과 : 1 대 0 승
전반 : 0 대 0
후반 : 1 대 0<득점-한지원(08분,도움-박지민)>
출전선수
GK 임홍현
DF 김승주(후32.김태훈) 손기련 정준현 이상하
MF 정동윤 신일수 한지원 지언학
FW 이창민 박지민
2012년 고교축구...
여느해와 다릅니다...
춘계 방학중 1개대회...여름방학 중 1개대회...
전국의 고교팀들은 기껏해야 1년에 2개의 전국대회밖에 출정하지 못하는 상황...
나머지 전국체전과...왕중왕전은 선택된 팀들만 참가가 가능합니다...
우승의 의미가 그만큼 남다르다는 의미...
2관왕...2012년의 2관왕은 곧 고교축구 전관왕을 의미합니다...
2012년 고교축구 최고봉의 바로미터.....2관왕...
며칠동안 일이 손에 잡히질 않습니다...
머리속엔 온통 우리 부경고 축구선수들의 황홀한 플레이로 그득합니다...
오늘은 얘들이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판타스틱한 축구의 세계로 이끌어줄까!!!...
한창 결승 경기를 나름 구상해가며 푸른 그라운드를 직시(直視)하고 있을 즈음...
난데없이(?) 경기장에 까까머리의 시커멓고 건장한 학생들이 수줍은 모습으로 주섬주섬 모여듭니다...
똘망똘망한 한주석(롯데의 레전드 한문연의 아들이죠...중등시절 최고의 투수)이 얼굴이 보입니다...
떡대가 넘치는 어재혁이 환한 웃음으로 큼지막한 궁둥이를 좁은 의자에 걸칩니다....ㅋ
야구부 선수들!!!!
응원하러 왔구나...!!!!
내가 다니던 80년대...그리고 부경스포츠 황금기의 90년대 초...
야구부는 축구장에... 축구부는 야구장에...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용기를 북돋워 주던 정겨웠던 모습들이 최근들어 사라진 것 같아 내심 아쉬웠는데...
오늘...무학기 ...결승전 이 자리에 우리 '귀요미' 야구부가 고교최강 부경고 축구부를 응원하러 왔습니다....!!!
(야구부 박철수감독님!!...경기에 앞서 일단 감동먹고 들어갑니다...일단 감사표시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ㅋ)
전반전
7시...저녁노을이 햇볕 울음을 안고 서녘하늘을 붉게 물들입니다...
용광로처럼 뜨거웠던 무학기의 열기도 부경고과 태성고의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발갛게 물들입니다...
부경고의 포메이션엔 변함이 없습니다... (4.2.3.1전술)
태성고는 4.1.4.1의 기본포메이션으로 부경고의 칼날같은 패싱플레이를 대비합니다....
부경고의 선축...
시작부터 부경고의 화려한 공격이 작심한 듯 매우 저돌적으로 펼쳐집니다...
하지만 태성고는 이러한 상황을 미리 예측이나 한 듯 중원을 두텁게 세우며 부채꼴모양 대열을 정비합니다...
중앙 공격시에는 합죽선 모양 움츠려 들었다가...
양사이드를 활용해 공격을 펼치자 부채살 펴지듯 공간을 압박합니다...
부경고의 패싱플레이도 중앙보다 양 측면을 활용합니다...
이상하...김승주...양 윙백의 활발한 오버래핑이 태성고의 수비벽을 하나 둘씩 점령해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반면...태성고는 원톱(9번)을 활용한 포스트 플레이에 중점을 두며 롱패스에 의한 단순한 공격으로 부경진영을 흔들어 보지만 수적열세에 번번히 가로막히며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합니다...
자연히 부경고의 압도적 우세....
8분경...신일수의 23미터 프리킥이 수비벽을 맞고 크로스바를 헤어핀처럼 살짝 넘기며 아쉬운 탄성을 자아냅니다...
10분경...상대진영 우측 측면에서 김승주의 패스을 이어받은 이창민의 오른발 슈팅이 골키퍼 정면에 안깁니다...ㅠ.ㅠ
이후 정동윤...지언학..박지민의 중거리슈팅이 잇따라 터져나오지만 골문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부경고 축구에선 잘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중거리슈팅이 나온 건 매우 인상적입니다...
19분...상대진영 우측 측면에서 정동윤의 아크서클 돌파가 빛을 발하며 반대편에서 중앙으로 크로스되어 달려오는 지언학에게 볼을 연결합니다...
지언학의 볼캐취....지언학은 수비수 1명을 앞에 두고 벼락같은 오른발슈팅을 작렬시키지만 볼은 크로스바를 맞고 아웃되어 버립니다...
절호의 득점기회를 놓치자 태성고의 대반격이 시작될 것 같았지만 여전한 '킥 앤 러시' 전술은 부경고의 두터운 수비벽에 길을 잃어 버립니다...
부경고도 정동윤과 지언학의 활발한 측면플레이가 살아나며 태성고 문전을 위협해보지만 마무리패스의 아쉬움에 득점없이 전반전을 마칩니다...
후반전
팽팽한 듯 하지만 힘의 균형은 이미 무너집니다...
개인기량과 팀플레이의 상대적 우위속에 부경고선수들의 자신감은 뭔지모를 호승심(好勝心을) 불러일으킵니다...
2분경..시작과 동시에 밀어부치던 부경고는 이창민...박지민의 콤비네이션 플레이가 빛을 발하며 슈팅까지 가져오지만
골키퍼 정면에 안기며 기회가 무산됩니다...
3분...태성고의 좌측측면에서의 슈팅이 골키퍼 임홍현 정면에 안기며 첫 위기를 무사히 넘깁니다...
이후...부경고의 물밀듯한 파상공세가 시작되며 첫골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어 갈 즈음...
드디어 고대하던 첫골이 '언남고전 영웅' 한지원의 발 끝에서 터집니다...
8분경....상대진영 좌측측면....
이상하의 패스를 이어받은 박지민이 골박스안까지 진입하며 이창민과 2:1 패스를 주고받으며 찬스를 엿봅니다....
수비벽이 빠르게 다가서며 접촉하려 할 즈음... 이선의 한지원에게 볼을 밀어주는 박지민....
아크써클 정면...한지원은 기다렸다는 등...강력한 아웃프런트 킥을 골문 모서리에 그대로 적중시키며 부경축구 최고의 히트맨으로서의 면모를 뽐냅니다....
첫골이 터진 후 부경고의 지칠줄 모르는 융단폭격에 태성고 진영에 선혈이 낭자합니다...
10분...좌측면에서 이상하의 땅볼패스를 이어받은 이창민이 회심의 오른발 슈팅을 날리지만 오른쪽 골포스트를 살짝비켜납니다....
12분...박지민...이창민...지언학으로 이어진 현란한 패스줄기가 역시 마무리 슈팅 미스로 무위에 그칩니다...
14분 ...이창민과 지언학의 환상적 호흡의 2:1패스 역시 좋은 찬스를 만들지만 슈팅이 부정확합니다...
첫골의 여유...
3골을 앞서고 있어도 불안한 경기가 있는 반면에...
1골차에도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경기가 있습니다...
오늘 태성고와의 무학기 결승경기가 아마 후자일 것 같습니다...
태성고는 롱패스와 숏패스를 적절히 섞어가며 부경고 문전을 위협해보지만 금강석같이 단단한 부경고의 수비벽을 좀처럼 넘지못하며 오히려 빠른 역습의 빌미를 제공합니다....
22분...상대진영 좌측면에서 이상하의 그림같은 크로스가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횡으로 흐르는 순간 반대편에서 정동윤의 슬라이딩 슈팅이 골키퍼를 맞고 앞으로 흐릅니다...순간 박지민의 슈팅이 재차 터져나오지만 아쉽게 수비수발 맞고 아웃되어버립니다....
우승을 확정짓기 위해선 너무나 절실한 추가골....
24분....이번에도 이상하의 좌측돌파가 숨가쁘게 이어집니다...
측면을 돌파한 후 골박스 안 이창민에게 패스를 열어줍니다...
이창민....수비수를 두명을 현란한 페인팅으로 순식간에 따돌린 후...
골문 각도 약 35도...사각지역에서 벼락같은 오른발 슈팅을 날립니다....골키퍼의 몸이 공중에 붕~~~뜹니다...
하지만 총알보다 빠른 이창민의 슈팅은 크로스바를 다시 때리며 지독한 골대불운에 얼굴만 감싸집니다...
이후에도 박지민의 통렬한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고....
시간이 점점 종착역을 향해 들어갈 즈음...부경고벤치는 김태훈을 투입하며...공수의 동시 안정을 꾀합니다...
막판에 몰리자 마지막 몸부림을 펼치는 태성고선수들...
하지만 준결승...과천고와 격전을 치르고 올라온 그들에겐 마지막 쏟아부을 힘이 너무도 미약한데 자조하며 힘없이 미소만 짓습니다....
부경고의 우승을 알리는 주심의 종료휘슬소리가 잠든 가야의 영웅을 깨우듯 청아하게 함안벌을 훑으며 지나갑니다....
마무리하며
스코어는 1대0 이지만 경기내용에서는 완승입니다...
전문가들 예상대로 언남고와의 준결승이 사실상 결승전이었음이 실감나는 경기였습니다...
태성고와는 무학기에서만 두차례 만났습니다...
2006년 무학기(합천) 예선 1차전...2대1 승리...
2010년 무학기(창원) 32강전...1 대 0 승리...
두번의 승리경험이 우리에겐 또다른 자신감의 발로였다고 믿고싶습니다....
처음 무학기를 지칭할 때 '애증(愛憎)의 무학기'라 이름하였습니다...
2006년...이재훈,윤빛가람,김용찬등 초호화멤버를 앞세우고 첫 출장한 대회에서 우리는 1차전 승리에도 불구하고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하지만 그 대회에서 전력이 처지다는 개성고는 일약 준우승...(우승은 과천고...)
부경고의 야심찬 투자가 무색해지게... 스타일을 구긴 대회가 바로 무학기입니다...
2010년...남승우,안진범,최봉진,염호덕.이제석,최치원,김용진 등 청소년 대표급의 부경고 축구부....
하지만, 그 해 첫 대회....준결승에서 과천고에 5대0의 믿을 수 없는 참패를 당하며 급기야 고교최강이라 자부했던 부경고를 초슬럼프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대회가 바로 이 무학기입니다...
미워도 미워도 이렇게 미울수가....ㅠ.ㅠ
하지만 그 오만한 자만심을 우리에게 일깨웠기에...종국에는 왕중왕전 우승이란 금자탑을 이룰 자양분이 되었던게
또 무학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밉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대회...
그 '애증(愛憎)의 무학기'가 드디어 우리에게 그 빗장을 열었습니다....
두드려라!!...그러면 열릴것이다...!!!
뚝심의 안선진감독....최정예의 2012 부경군단을 이끌고 미지의 무학기를 드디어 부경고 품으로 가져옵니다...
여기서 잠깐...
1998년....박세리가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를 석권하며 골프의 대중화를 알리는 시기...
해설가의 멘트가 기억에 남습니다...
"박세리로 인해 대중들이 골프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
저도 걱정이 됩니다...
우리 부경고 동문들이 부경고 축구부의 승리를 너무도 당연시 생각하는 건 아닌지...
고교축구부는 현재 약 130여개팀이 있습니다....
그 중 지원이 좋고 진로가 비교적 뚜렷한 클럽유스팀이 16개팀...사실...프로유스팀이 좋은 선수를 싹쓸이합니다...
학원 축구에서는 우리 부경고를 비롯해 보인고,언남고,과천고,중동고,신갈고,백암고,이리고, 전주공고, 유성생명과학고,강릉 문성고,수원공고,학성고등이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립니다...
그러나 축구에서 실력차이는 그야말로 종이 한장 차이입니다...
130여개팀중 언제나 우승권에 도전할 저력이 있는 팀은 30여팀이 넘는다고 보는게 아마 객관적인 수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우리 부경고의 2012년 전국대회 2관왕은 정말 위대하고도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쩌면 역대급 고교최강이라는 이천수,최태욱,박용호가 활약하던 '1999년 부평고'를 능가하는 멤버가 아닌지...)
승리는 당연한게 아닙니다...
물론 우승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는 거겠죠...(원한다고 되는게 아님을. ...)
정상은 오르기보다 지키는게 몇배는 힘듭니다...
우리에게 승리의 기쁨을 ...우승의 영광을 안겨주는 우리의 자랑 '부경고 축구부...'
동문과 후원회..코칭스태프와 선수들...그리고 학부모...
이 오륜마차가 한덩어리가 되어 삐걱거리지 않고 나아갈 때...
우리 부경고 축구부는 더욱 더 힘찬 전진을 해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캡틴 이창민선수가 결승전을 앞두고 카톡으로 보내왔습니다...
"선배님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그리고 응원...
저희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감사합니다...
저희들도 10년...20년 후...선배님들처럼 모교에 조그마한 역할이라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첫댓글 그저 부럽네여.
부모님의 열정도 대단하신 것 같네요~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