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루카 12,15-21
제1독서
<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하리라.>
▥ 요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2,22-24.26ㄱㄴㄷ
22 들짐승들아, 두려워하지 마라.
광야의 풀밭이 푸르고 나무가 열매를 맺으며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도 풍성한 결실을 내리라.
23 시온의 자손들아, 주 너희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고 기뻐하여라.
주님이 너희에게 정의에 따라 가을비를 내려 주었다.
주님은 너희에게 비를 쏟아 준다. 이전처럼 가을비와 봄비를 쏟아 준다.
24 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하고 확마다 햇포도주와 햇기름이 넘쳐흐르리라.
26 너희는 한껏 배불리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사람의 생명은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15-21
그때에 예수님께서 15 사람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1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다.
17 그래서 그는 속으로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하였다.
18 그러다가 말하였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19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20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21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한껏 배불리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리라.”(요엘 2,26)
기쁨과 감사와 나눔의 축제
오늘은 우리 고유의 명절인 한가위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날에 조상들을 기억하며 감사드리고, 서로 기쁨을 나누며 화목하게 지낼 뿐 아니라,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오늘의 성경말씀은 그리스도인 삶의 종말론적 의미를 상기시켜줍니다.
제1독서는 바빌론 유배 이후 고향 예루살렘에 돌아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풍요로운 축복과 결실을 노래하는 내용입니다. "시온의 자손들아, 주 너희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고 기뻐하여라.”(요엘 2,23)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여라.”(26절) 삶이 고달프고 어려워도 끝까지 노력하는 이들에게는 언젠가 반드시 하느님의 축복이 주어진다는 가르침입니다.
이어 제2독서 묵시록의 말씀은 수확과 공심판을 분명히 연결 짓습니다. 주님을 섬기다가 “주님 안에서 죽는 사람은 행복하다.”(묵시 14,13)고 합니다. 한가위의 진정한 기쁨 또한 성실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열매입니다. 또한 한가위는 매년 주어지는 결실을 넘어 영원한 결실을 상기시켜줍니다.
한편 오늘 복음은 참된 부가 무엇인지를 깨우쳐줍니다. 어떤 부자가 많은 소출을 거두자 큰 곡간을 지어 재물을 쌓아두고 안심하지만, 그날로 그 부자의 생명은 끝을 맞이하고 말았다는 얘기입니다. 이 비유는 죽음 앞에서 재물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살고 있는지 삶의 근본의미를 분명히 깨달아야겠지요. 주님께서는 세상을 다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구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하십니다.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의 세상 재물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이요 기쁨이신 하느님입니다. 참된 부(富)는 재물이 아니라 재물에 담아내야 하는 하느님의 선과 자비입니다.
한가위를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려야겠지요. 왜냐하면 모든 것들은 주님으로 말미암아 존재하고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 감사드리려면 그분의 자비와 은총을 생생하게 떠올려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주님의 뜻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영혼을 살찌우는 사람들이 되어야겠지요.
다음으로 우리는 조상들과 부모님의 은덕을 기억하여 감사드려야 하겠습니다. 조상들께 감사드리며 하느님과 이웃 앞에 부끄러움이 없이 사는 것이 우리의 도리이겠지요. 이것은 단지 죽은 이들에 대한 인간적 존경심의 표현 그 이상으로 하느님 앞에서의 성실한 삶의 태도로 드러나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가위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결실을 공유하고 함께 나누도록 힘써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나눔이 없이 개인의 탐욕을 채우려 할 때 생명의 강은 메마를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이미 내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을 죽음으로 내몰고 말 것입니다. 이 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실향민들과 이주민들을 기억하고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뜻깊은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조상들을 기억하며, 주님께서 주신 크고 작은 열매들을 이웃과 나누고 서로의 아픔을 품어 안는 기쁨과 감사의 축제를 이어갔으면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첫댓글 아멘
오늘도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