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에 빠지는 병, ‘부적응적 백일몽’이란?
정서적 불안 원인... 표정·동작 이상해져
자신이 지어낸 세계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도 정신질환의 일종일 수 있다. / 셔터스톡
상상은 때로 약이 된다. 동화같은 사랑, 낭만적인 휴가,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막막한 현실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된다.
그러나 때로는 독이 된다. 상상이 과도해지면 현실 도피는 물론, 일상을 망가뜨리는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병이 될 만큼 ‘과도한’ 상상인 것일까?
◇ 상상의 나래, 자주 펴면 병 된다?
과도한 백일몽(Excessive Daydreaming)의 명확한 진단기준은 없지만, 대개 하루에 몇 시간 넘게 자신의 상상 속에 잠겨 있는 경우 ‘과도하다’고, 즉 ‘병적’이라고 판단한다.
‘부적응적 백일몽’(Maladaptive Daydreaming)이라고도 불리는 이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책이나 TV, 또는 게임에 몇 시간 넘게 완전히 몰입되어 있곤 한다.
일견 ‘집중력이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들은 자발적으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마치 중독된 것처럼 그 자신의 통제력을 잃는다.
한편, 과도한 백일몽은 아직 정식질환으로 규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를 질환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과도한 백일몽 증상이 극단적인 부적응적 행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증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 우울감, 불쾌감, 죄책감 등이 원인
이처럼 환자들이 지나치게 상상의 세계에 빠져버리게 되는 원인은 다름 아닌 정서적 불안이라고 연구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불안감, 죄책감, 우울감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렸다는 느낌 등과 관련이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스라엘의 벤-구리온 대학교 연구팀은 과도한 백일몽을 악화시키는 요인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 백일몽에 허비하는 시간이 길수록 강박장애나 해리성 장애(이른바 ‘이중인격장애’), 불안증과의 연관성이 더 높았다. 이에 연구팀은 과도한 백일몽이 강박 장애의 특수한 유형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백일몽을 조현병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조현병 역시 자신의 상상에 빠져 지낸다는 유사점이 있지만, 조현병 환자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 표정 이상해지고 소리 지르면 의심해봐야
그렇다면,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상상하는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신체적인 변화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백일몽에 과도하게 빠져있는 사람들은 이따금씩 자신의 표정을 통제하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때에 맞지 않는 이상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
또, 반복적으로 특정한 움직임을 보이거나 갑자기 자신이 상상한 내용을 큰 소리로 말하기도 한다.
상상 속에 빠지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껴 거부하기 어렵거나, 이 때문에 일상 속에서 해야 할 일들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과도한 백일몽’을 의심해볼 수 있다.
한편, 불면증을 호소할 수도 있다.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를 방치할 경우, 자칫 현실 도피적인 성격과 낮은 자존감이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