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극단 희래단과 H and B 스튜디오의 황성은 작 연출의 경섬 鯨銛
공연명 경섬(鯨銛)
공연단체 극단 희래단 H&B 스튜디오
작 연출 황성은
공연기간 2020년 8월 14일~30일
공연장소 씨어터 쿰
관람일시 8월 15일 오후 4시
혜화동 씨어터 쿰에서 극단 희래단과 H&B 스튜디오의 황성은 작 연출의 <경섬(鯨銛)>을 관람했다.
황성은(1981~)은 동아방송예술대학 출신의 배우이자 작가 겸 연출가다. 룸 넘버 13, 나는 배우다. 시나리오, pray, 수, 우리가 있는 곶 등에 출연하거나 대본을 집필하고 연출한 발전적인 장래가 기대되는 훤칠한 미남 연극인이다.
연극 '경섬'은 울산 장생포 앞 바다 포경선 선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경섬(鯨銛)은 한자로 고래작살을 뜻한다. 인간은 고래를 잡기 위해 작살을 실은 철갑선을 만들었다. 1970년대, 우리나라도 고래를 잡는 신명난 '도전의 시기'가 있었다. 포경(捕鯨, whaling)는 대형 고래를 잡는 작업을 말하며 기원전 6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의 포경업은 주로 해안가에서만으로 한정되었다. 대대적인 포경산업 개시 이전에는 경제적 영향을 크게 끼치지는 못했지만, 19세기에 들어서 효과적인 포경법이 만들어지자 고래 기름의 수요가 급증했으며, 20세기에 들어서는 그들의 고기에 대한 요구 또한 생겨났다. 19세기와 20세기에 전 세계 바다에서 산업적 목적으로 대량 학살되었다. 대형 고래는 수명이 길고 번식률이 낮아 대규모 상업포경 때문에 많은 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1982년 국제포경규제협약으로 상업적 포경을 금지시키려고 했을 때 일본은 공식적으로 반대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수산물 수입 쿼터 축소 압력에 의해서 결국 1987년에 반대 입장을 철회했다. 하지만 일본은 최근에는 포경을 다시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로 고래에 관한 소설은 미국 소설가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1819~ 1891)의 모비딕(Moby Dick)이다. 영화 백경(白鯨)의 원작소설이다. 1958년에 할리우드의 베테랑 감독 존 휴스턴은 스튜디오에 거대한 바다 세트장을 차려 고래 사냥을 연출했다. 매우 스펙타클하며, 흰 고래에게 물려 다리를 잃은 에이합 선장이 복수의 일념으로 모비딕을 쫓아 항해하다가 고래와 최후의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 속에는 성경에서 따온 알레고리가 많아서 단순히 고래사냥 얘기가 아니라 다분히 인간의 한계 상황을 비유하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무엇보다 선장역의 그레고리 팩이 보여주는 전율적인 연기가 관객을 사로잡는다. 또한 위대한 거장 오손 웰즈가 신부로 출연하고 있어 이채롭다. 고래 등에 작살을 꽂은 채 시체가 되어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그레고리 팩의 마지막 장면은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경섬(鯨銛)은 고래잡이 36년차, 필승호 선장 김성남. 울산 장생포의 포경선 선주다. 선원 용팔이가 늘 그의 주변에 함께 있다. 국제해양협약으로 고래를 못 잡게 하니 선장과 선원은 장생포 술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게 일이나 다름없다. 술집 마담은 꽃보다 더 예쁜 여인이기에 선원 뿐 아니라, 관객의 시선까지 끌어들인다. 또 한 명, 선장과 가까운 박 씨 아저씨는 한쪽 다리를 절며 늘 상 선장 곁에 나타나 고언을 한다. 고래는 바다의 신, 해신이니, 건드려서는 아니 된다고 충고를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선장을 찾아온 황두치라는 인물이 오대양수산의 명함과 함께 거액의 선금을 건네며, 장생포 앞바다의 바다의 신이라 불리는 거대한 고래를 잡아오면, 고래로 박제를 해 해양박물관에 전시하겠노라며 그때는 선금의 세배를 지불하겠노라 유혹한다. 선장은 현재 대학진학을 눈앞에 두고 있는 벙어리 아들의 장래를 생각하며, 고민 고민 하다가 포경선을 출항시킨다. 바다 한 가운데에서 천둥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며 바로 거대한 고래가 나타난다. 선장은 고래를 향해 작살을 꽂는다. 몇 차례 반복을 한다. 마지막으로 작살, 바로 경섬(鯨銛)을 고래 등에 제대로 꽂히자 선장은 밧줄을 끊고 고래와 함께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장면이 바뀌면 선원 홀로 포경선을 끌고 입항을 한다. 선장은 죽은 것으로 전해진다. 마지막 장면은 벙어리 아들이 포경선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다. 화광의 충천하면서 무대 한 부분에 조명이 들어가면 선장이 이 광경을 지켜보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무대는 포경선의 선체가 자리를 잡고 중앙에 사다리를 놓아 갑판으로 오르내린다. 선체에 장생포 주점을 나타내는 글씨와 안주 이름을 붙여 놓고, 주점은 탁자와 의자 그리고 탁자 위에 화장거울, 축음기 전화기를 올려놓았다. 소극장 연극에 시도되지 않은 ICT 기술을 더해 넘실대는 파도의 영상투사 같은 다원적 연출로 생동감과 현장감을 더해 관객을 극에 몰입을 시킨다.
출연진으로는 20여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 탤런트 송경철(MBC 공채6기)과 함께 박형준(MBC 공채19기), 도유정(MBC 공채21기) 그리고 노련한 연극배우 김도신, 이원준, 이현승, 김찬규, 이한별이 열연을 펼쳐 관객의 환호와 갈채를 받으며, 극단 희래단과 H&B 스튜디오의 황성은 작 연출의 <경섬(鯨銛)>을 창의력과 연출력이 돋보이는 한편의 괄목할만한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8월 16일 박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