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노트
살아있는 전설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의 마지막 연기, 전설로 기억될 캐릭터
<그랜 토리노>는 배우이자 감독으로서 불후의 명작들을 만들어 온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카데미 수상작 <밀리언달러 베이비> 이후 다시 연출과 출연을 겸한 작품이다. 한국전쟁에서 활약한 퇴역 군인이자 고집불통에 고지식한 노인 월트 코왈스키 역을 맡아 이웃에 사는 아시아계 이민자들과 엮이며 자신의 오랜 편견과 마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밀리언달러 베이비> 이후 직접 연기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랜 토리노>가 본인 나이대의 이야기였고 자신에게 딱 맞는 역할이라고 느껴졌기에 출연을 결심했다. 그리고 <그랜 토리노>를 통해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작품에 월트 코왈스키라는 잊을 수 없는 캐릭터를 또 하나 추가했다.
과거에 했던 것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이스트우드에게 월트라는 역할은 그의 나이와 캐릭터에 맞을 뿐 아니라 ‘더티 해리’나 타협을 모르는 무법자로서의 과거와도 이어져 있으면서도 한발 더 나아간다. 좀 더 어두운 곳으로 인도하지만 구원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가장 빛나게 만들 의미 있는 만남
인간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
<그랜 토리노>는 이스트우드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인간 관계를 이야기한다. 언제나 인종과 종교, 편견에 대한 복잡한 문제들을 진솔하게 다루면서 진정성을 담고 있다. 이스트우드가 직접 연기한 월트라는 인물은 그의 이전 작품들의 주인공들을 관통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매력을 가진 인물이다. 어느 특정한 인물을 모델로 한 것이 아닌 선생님, 혹은 아버지 등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바로 그런 인물이다.
한국전을 거쳐 포드 공장에서 50년간 일해 왔지만 이제 전쟁은 끝났고 공장은 문을 닫았고 아내는 먼저 떠났고 자식들은 남처럼 소원하고 아버지를 내치려 한다. 아들과 대화하는 법을 모르고 손주들이 피어싱 하는 것도 절대 용납 못한다.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던 그는 이웃이 된 몽족들과 교류하면서 한국전에서의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에겐 아시아 사람이 다 똑같아 보이는 것이고 그들을 보면서 한국전에서 자신이 겪은 일들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월트의 이웃으로 이사온 몽족 가족 중 한 명으로 엄마와 할머니, 누나와 살고 있는 16세 소년 타오는 자신의 롤 모델을 월트로 정하고 그를 멘토로 삼게 된다. 월트는 마냥 철없던 소년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타오는 굳은 살 박힌 손을 보며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자각을 하게 된다. 월트는 단순히 일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한 남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월트는 이제 이 무기력한 소년이 직업을 얻고 위기에서 벗어나 자기 길을 개척하도록 힘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된다.
우연히 용기를 발휘한 뒤로 월트는 마을의 영웅이 되고 괴상하게 맺어진 이들 관계는 결국 월트를 변화하게 만든다. “자식들보다 이 사람들이 나를 더 잘 알고 있다”는 영화 속 대사는 그들의 관계를 대변한다. 그들은 월트의 가족이 하지 않는 이야기들, 그간 누구도 하지 못했지만 월트가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질문을 던진다. 월트는 생의 막바지에 자기 삶의 의미가 될 존재를 만난 것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가장 빛나게 만들 의미 있는 만남
인간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
한국전을 거쳐 포드 공장에서 50년간 일해 왔지만 이제 전쟁은 끝났고 공장은 문을 닫았고 아내는 먼저 떠났고 자식들은 남처럼 소원하고 아버지를 내치려 한다. 아들과 대화하는 법을 모르고 손주들이 피어싱 하는 것도 절대 용납 못한다.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던 그는 이웃이 된 몽족들과 교류하면서 한국전에서의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에겐 아시아 사람이 다 똑같아 보이는 것이고 그들을 보면서 한국전에서 자신이 겪은 일들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월트의 이웃으로 이사온 몽족 가족 중 한 명으로 엄마와 할머니, 누나와 살고 있는 16세 소년 타오는 자신의 롤 모델을 월트로 정하고 그를 멘토로 삼게 된다. 월트는 마냥 철없던 소년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타오는 굳은 살 박힌 손을 보며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자각을 하게 된다. 월트는 단순히 일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한 남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월트는 이제 이 무기력한 소년이 직업을 얻고 위기에서 벗어나 자기 길을 개척하도록 힘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된다.
우연히 용기를 발휘한 뒤로 월트는 마을의 영웅이 되고 괴상하게 맺어진 이들 관계는 결국 월트를 변화하게 만든다. “자식들보다 이 사람들이 나를 더 잘 알고 있다”는 영화 속 대사는 그들의 관계를 대변한다. 그들은 월트의 가족이 하지 않는 이야기들, 그간 누구도 하지 못했지만 월트가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질문을 던진다. 월트는 생의 막바지에 자기 삶의 의미가 될 존재를 만난 것이다.
조화와 융합의 미덕
자율성을 중시하는 이스트우드 작업방식
원래 시나리오에서의 배경은 미네아폴리스였지만 극중 월트가 50년 세월을 자동차 공장에서 보낸 설정에 맞춰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로 장소를 변경, 로얄 오크, 워렌, 그로스 포인트를 비롯해 하이랜드 파크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제작 전반에 걸쳐 몽족 출신의 고문이 그들의 언어와 전통, 미술에 대해 조언했고 이스트우드는 많은 몽족 기능인들을 스탭으로 고용했다.
이중 몽족 의상은 엄마가 딸에게 전통 의상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는 몽족의 방식에 따라 배우들이 직접 만든 옷을 입고 나오기도 한다. 다양한 전통 의상이 등장하는 데 매우 화려한 색상과 디자인 등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그랜 토리노>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로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이스트우드는 촬영하는 동안 기본 멜로디를 생각한 후 영화에서 중요한 곡을 직접 만드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음악이란 영화의 질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영국 재즈 가수이자 피아니스트인 제이미 칼럼과 돈 러너가 연주하고 부른 <그랜 토리노>의 주제곡 역시 이스트우드가 참여했다. 그의 아들이자 오랜 파트너이기도 한 카일 이스트우드와 제이미 칼럼, 마이클 스티븐스의 합작품으로 골든글로브 주제곡상 후보에도 올랐다.
주제곡 외에 사운드트랙에는 캐릭터들이 듣는 음악으로 몽족과 라틴 랩도 등장하는데 이 중에는 출연배우인 엘비스 타오의 랩 그룹 RARE의 곡도 포함돼 있다.
이스트우드의 영화는 늘 함께 하는 협력자들의 존경과 충성으로 빛이 난다. 그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액션’이라 외치지 않으며 자율적으로 참여하게 한다.
“나는 영화 안에서 많은 마법을 보여주는 스타일은 아니다. 설령 영화의 마법을 쓴다 해도 잘 드러나지 않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고 이는 아주 재미난 과정이다. 재미가 없어지면 더 이상 영화를 하지 않을 것이다.”
씨네21 리뷰
synopsis 월트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미국 남자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뒤 포드 자동차에서 일하다 은퇴한 그는 요즘 세상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남편 좀 참회시키라는 죽은 아내의 유언 때문에 어린 신부(크리스토퍼 칼리)가 매일 성가시게 찾아오고 버릇없는 손녀는 월터의 보물인 72년형 ‘그랜 토리노’를 노린다. 이웃들은 슬럼화되는 동네를 못 견디고 교외로 이주했다. 빈집을 채우는 건 시끄럽고 말도 안 통하는 몽족 이민자들이다. 그런데 이웃집 소년 타오(비 방)를 갱단의 협박으로부터 구해준 것을 계기로 몽족 이웃과 월터는 별난 우정을 쌓아간다. 문제는 여전히 타오의 가족과 월터를 노리는 갱단들이다.
그랜 토리노는 1972년도에 포드가 생산한 자동차다. 크다. 시끄럽다. 기름도 많이 든다. 미국의 도로를 점유한 일본과 독일의 날씬한 자동차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랜 토리노는 미국적인 자동차다.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 과거의 영화다. 월터 코왈스키도 마찬가지다. 그는 미국적인 가치를 믿고 살아온 미국 남자다. 그는 폴란드 이민자 출신이다. 하지만 그 시절 이민자들은 지금의 이민자들과 다르다. 그들은 미국이라는 대륙에 완벽하게 스스로를 동화시켰다. 이탈리아인 이발사도, 아일랜드인 건설업자도, 폴란드인 포드 직원도, 모두가 미국인이었다.
월터 코왈스키가 사랑했던 미국적인 가치는 끝났다. 이 남자에게 그건 견딜 수 없는 고통이다. 왜 좋았던 옛날은 사라져버린 것일까. 그는(그리고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그랜 토리노의 엔진처럼 낮게 으르릉댄다. 월터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것은 기묘하게도 이웃집 몽족을 만나면서부터다. 영어도 모르는 야만인들에게 경멸을 날리던 그는 어느 순간 깨닫는다. “자식들보다 이 사람들이 나를 더 잘 알고 있어.” 월터는 미국인 아들에게도 가르쳐주지 못한 ‘남자가 되는 법’을 몽족 소년 타오에게 전수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한국전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고 생애 처음으로 변화의 조짐을 받아들인다.
<그랜 토리노>는 이스트우드가 늘 말하듯 “마법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다. 작고 소박하다. 그러나 영화는 실재보다 더 거대하게 느껴진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얼굴이라는 스펙터클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얼굴은 뒤뜰에 세워진 그랜 토리노만큼이나 단단하게 굳어 있다. 그가 갱단을 향해 “네 얼굴에 구멍을 뚫어버린 다음 집에 가서 편히 잘 거야”라고 말할 때조차 “한판 해볼까”(Make My Day)라고 하던 해리 캘러한처럼 이글거리지 않는다. 이스트우드의 얼굴은 러시모어산의 조각에 가깝다. 굳건한 기념비다. 그런 얼굴을 하고서 이스트우드는 내일을 은유한다. 인간은 인간을 구원해야 한다. 그 옛날 미국의 이상처럼, 모든 인종은 모든 인종에게 가슴을 열 것이다. 그랜 토리노의 351마력 엔진은 심장을 울린다. 글 김도훈 2009-03-18
출처: 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