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식의 雜想 <바람 같은 인연>
미국의 소설가 '너서니엘 호손'이 쓴 단편소설인
『데이비드 스완(David Swan)』이란 책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꽤 많이 읽혔던 단편소설이다.
이 단편소설은 스무 살의 스완이라는 청년이
고향을 떠나 보스톤으로 취직하러 길을 나섰다가
나무 아래에 누워 잠깐 단잠에 빠져 있는 동안,
그의 주변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스완이 깊은 잠에 빠져있는 동안
숲을 지나가던 마차가 바퀴 고장으로 멈춰 선다.
그 마차에서 내린 나이 지긋한 부부는
하인이 바퀴를 고치는 동안
햇빛을 피하기 위해 잠시 숲으로 들어온다.
그곳에서 평화롭게 잠이 든 스완을 발견한다.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스완의 얼굴을 본 부부는
한참 동안 잠자는 스완을 바라보다가,
부인이 남편에게 말한다.
“여보! 이 아이가 죽은 헨리와 너무 닮았어요.
우리 헨리가 살아서 돌아온 줄 알았어요.
아마도 하나님께서 이 아이를 헨리 대신에
우리 곁으로 보내주신 것 같아요.
이 아이를 우리의 양자로 삼으면 어떨까요?"
외아들을 잃은 탓에 이들 부부에게는
재산을 상속할 친척이라곤
조카 한 명 뿐이었지만, 조카에게
만족하지 못해서 고민하던 참이었다.
그 순간은 행운의 여신이
스완 위로 몸을 살며시 굽히는 순간이었다.
부인은 스완이 깨어나 주기를 내심 바란다.
그러면 스완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양자로 삼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하인이,
“마차가 준비됐습니다.” 하고 말한다.
그 말에 깜짝 놀란 부부는 스완을
깨우는 것을 포기하고 그 자리를 떠난다.
백만장자 부부가 그 자리를 떠난 후에
이번에는 어여쁜 소녀가 숲으로 왔다.
그러다가 잘 생긴 스완을 발견한다.
그리고 부끄러워서 도망을 가려는데,
벌이 스완의 눈꺼풀에 앉으려 하자
소녀는 손수건으로 벌을 쫓아낸 뒤,
스완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근방에서 번창하는 상인이었고
스완 같은 젊은이를 찾고 있었다.
잘 생긴 스완의 얼굴에 소녀는 마음이 흔들린다.
그렇지만 곤히 잠들어 있는 소년을 깨울 수 없었다.
행운이 다시 한 번 그의 옷에 닿을 뻔했으나
스완은 잠에서 깨지 않았고,
소녀는 아쉬운 마음으로 길을 떠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에 두 악당이 도둑질한
물건을 나누기 위해 숲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스완을 발견한다. 한 도둑이 말한다.
“저 녀석은 주머니에
넉넉한 돈을 가지고 있을 거야.”
악당들은 잠든 스완 곁에 다가왔다.
악당 한 사람이 섬뜩한 칼을
스완의 가슴에 대고
한 사람은 스완의 꾸러미를 뒤지는데,
그때 마침 개 한 마리가 스완 옆에 있는
웅덩이에서 물을 핥아 먹고 있었다.
“쳇! 개 주인이 곧 뒤따라 올 거야.”
라면서 악당들은 즉시 그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에 스완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가 잠들어 있는 동안에 그에게는
백만장자가 될 기회가 찾아 왔었고,
예쁜 처녀와 사랑을 할 기회가 왔었고,
죽음의 악마가 찾아왔었다.
그렇지만 그는 그러한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렇게 잠에서 깨어난 스완은 다시 길을 떠났다.
이러한 스완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알 수 없었기에 잡지 못하고
지나가버린 수많은 기회들...
그리고 누군가의 도움에 의해
나를 비켜간 수 많은 위험들...
너서니엘 호손이 쓴 소설처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수 많은 기회와 수 많은 위기들이
우리 곁을 지나갔을 것이다.
죽을 수도 있었던 위험들,
큰 고통을 겪었을 행동들,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기회들,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었던 기회들,
예쁜 여인과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기회들…
우리가 알 수는 없지만
우리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이러한 인연이나 기회들이
틀림없이 많았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것이 나에게
더 없이 좋은 기회였었는데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기회들은 모두 사람을
통해서 우리에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가버린 일을 붙들고
후회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우리에게 다가오는
인연들을 소홀히 대하지 말고
정성스러이 소중하게 맞이한다면
결국 좋은 인연으로,
좋은 기회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너서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 1804~1864)은
미국의 소설가로 그의 대표작인 『주홍글씨』(1950)는
세무서에서 근무하다가 실직한 호손이
배우자의 격려를 받아서 쓴 소설이라고 알려져 있다.
청교도 신자인 호손이 인간의 죄와 위선에 대한
통찰력이 담겨 있는 19세기 대표적 미국소설이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