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민스 월드, 2년 연속 고진영 월드… 부활 마침표 찍었다
HSBC 챔피언십 17언더파 우승
4라운드 맹추격 따돌리고 환호
“데뷔 첫승 눈물과 비슷한 느낌”
한국 女골프, 19개 대회만에 정상
눈물 그리고 키스 고진영이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대회 정상에 오른 뒤 고개를 숙인 채 울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대회 2년 연속 우승으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고진영이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모습. 게티 코리아 이미지
고진영(28)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에서 2년 연속 우승했다.
고진영은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고진영은 2위 넬리 코르다(25·미국)를 두 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라 우승 상금 27만 달러(약 3억5000만 원)를 챙겼다. 2008년 시작된 이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선수는 고진영이 처음이다.
투어 통산 14승째를 거둔 고진영은 지난해 3월 이 대회 정상을 밟은 이후 1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고진영은 지난 시즌 중반부터 왼쪽 손목 부상으로 고전했다. 지난 시즌 후반엔 세 번이나 컷 탈락했고 기권도 한 차례 했다. 1위였던 세계 랭킹도 5위로 떨어졌다.
고진영은 지난해 11월 시즌이 끝나자 곧바로 연습을 시작하며 체력과 샷을 가다듬었다. 지난달 26일 끝난 투어 대회 혼다 타일랜드에선 공동 6위로 7개월 만에 톱10에 들며 부활 조짐을 보였다. 고진영은 HSBC 월드챔피언십 우승 뒤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했다. 흘린 땀과 눈물이 있기에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내가 거둔 14승 중 가장 중요한 우승인 것 같다. 마음을 치유받은 대회이기도 하다. 홀가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 최종 라운드를 2위에게 두 타 앞선 선두로 시작한 고진영은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3개를 잡으며 1위를 지켰다. 하지만 11번홀(파4)에서 보기를 해 위기를 맞기도 했다. 16번홀(파5)에선 갑자기 내린 폭우로 경기가 1시간 정도 중단됐다. 17번홀까지 세 타 차 선두를 지킨 고진영은 마지막 18번홀(파4) 그린을 향해 걸어가면서 힘들었던 지난 1년의 시간이 떠오른 듯 눈물을 흘렸다. 코르다가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두 타 차로 따라붙었지만 고진영은 파 퍼트에 성공하며 우승했다. 고진영은 이날 자신의 눈물을 두고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들었다. 프로 데뷔 후 처음 우승했을 때의 눈물과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또 “오래 걸렸다면 오래 걸린 우승이지만 그사이 두 단계는 성장한 것 같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고진영의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국은 투어 18개 대회 연속 무승도 끝냈다. 한국 골퍼의 종전 투어 마지막 우승은 지난해 6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전인지(29)였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김효주(28)는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8위, 지은희(37)는 9언더파 279타로 공동 11위를 했다.
신지애(35)는 5일 일본 오키나와 난조의 류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시즌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토너먼트에서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우승했다. 2월 호주여자프로골프투어 빅토리아 오픈에 이어 올해 2승을 거둔 신지애는 프로 통산 63승째를 올리며 자신이 보유한 한국 선수 통산 최다승 기록을 새로 썼다.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