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교과서의 내용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소위 ‘10월 유신’이 그랬었고, 신라의 ‘삼국통일’, ‘태백산맥, 소백산맥’이 내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 생각과 달라 갈등을 일으키는 내용 중의 하나였다.
‘10월 유신’은 학년 말에 나오는 내용이라 아예 무시해 버렸지만, 삼국통일이나 산맥의 이름은 안 가르칠 수도 없으니, 교과서의 내용과 함께 재야 학자들의 주장도 나름대로 피력하는 선에서 갈등을 봉합해 왔다. 중국의 정사에 기록된 내용도 우리나라 책에 없다고 깡그리 무시하니 저들이 아는 것을 우리만 모르고 대륙은 남의 것이 되었다.
젊은 산악인들이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백두대간, 호남정맥을 탐사한 지 20년 가까이 되었건만 아직도 일제가 맞추어준 머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라남도는 동으로 소백산맥이 경상도와 경계를 이루고 북으로 노령산맥이 전라북도와 경계를 이룬다고 배워 왔다. 그러면 그 사이에 있는 무등산은 어디로 갈까? 또 월출산은 어디로 줄을 설까?
참고로 백과사전에 따르면 소백산맥은 ‘태백산맥의 태백산 부근에서 갈라져 경상북도의 북서쪽, 경상남도의 서쪽 도계를 따라 달리다가 여수반도에서 끝나는 산맥’이고, 노령산맥은 ‘소백산맥의 추풍령 부근에서 갈라져 남서방향으로 무주·진안·임실을 지나 전라남·북도의 경계를 지나 전라남도의 무안반도에 이른다.’고 기술되어 있다.
그래도 줄을 세우기 어려울 것이다. 정답을 보자. 무등산은 소백산맥에 속한다. 월출산도 소백산맥의 끝단이다. 더 나아가 해남의 두륜산도 소백산맥의 끝이다. 여수반도에서 끝난다던 소백이 불끈 일어나 되돌아 와서 무등을 일으키고 월출산에서 죽으려다 다시 살아나 두륜산까지 달렸다는 말인가? 같은 백과사전에도 이리 모순투성이 내용이 버젓이 올라있어 우리의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다.
최근 국토 연구원은 우리나라 산맥지도를 완성했다는데 이는 이미 200년쯤 전에 만들어진 ‘산경표’의 백두대간과 정맥, 그리고 발로 걸어서 그린 ‘대동여지도’와 거의 일치한다. 그러자 대한지리학회는 이를 사기라고 몰아세운다. 지리학의 학문적 논의와 배경을 갖추지 못한 비전문가에 의해 수행된 사업이라는 것이다. 논의는 해보아야겠지만 만약 교과서가 바뀌게 된다면 지금의 전문가들은 100년동안 사기를 쳐온 셈이다.
분명한 것은 소백, 노령은 학자들에게 필요할지 모르나 직접 산과 물을 찾는 우리에게는 백두대간 호남 정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검은색 직선의 매직자국을 대신하여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백두대간이 부활하고 있다. 가슴 벅찬 일이다. 홍철희(영광 불갑 초등학교 교사, 광주 전남 숲해설가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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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생님의 글에서 대간과 정맥들이 꿈틀꿈틀 부활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다음주부터 호남정맥 3차 환경탐사 내장산으로 들어갑니다. 생동감 있고 느낌이 있는 따뜻한 글 감사드리며...건강하세요!^^
'산경표를 찾아서'의 저자인 조석필은 나와 초중고 동창이다. 그의 책을 읽고 석필이답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환경영향평가에 종사한 지 4년인가 지나 김영삼시절 청와대 비서관으로 있었다는 대학 후배를 만났다. 우연히 만난 자리였다. 이야기 도중에 백두대간 이야기가 화제로 나왔다. 물론 소설 백두산맥과 영화
백두산맥을 둘다 보았고, 산경표를 찾아서도 읽었다. 그가 대통령에게 대간체계를 설명했다고 한다. 와이에스 왈. "씰데없는 소리!" 난 영삼이를 몇 번 보았고 한 번 짧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와이에스가 어떻냐고 물었다. 후배 왈. "한 마디로 무식의 극치랍니다."
말바우님의 친구분이신 산악인 닥터 조석필님의 <태백산맥은 없다>책을 구입해놓고 바쁘다는 핑계로 아직도 제대로 못 읽어보았어요. 말바우님도 건강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