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화) 저녁
밤 비행기 타고 아침에 내린 뒤 샤워하고
사무실 나가 몇가지 정리하니 저녁 때가 다 된다.
바로 술 퍼 마실 상태는 아니어 집에 가려는 데,.
누가 전화해 딱 한잔만 아주 가볍게 하잔다.
아무리 고단하다고 한들 이런 정도까지 뿌리친다면
인정이 없는 것이며 그것은 나의 신조가 아니다 ^^
이런 뎐차로 저녁 6시경 양재역에서 만난 지인(知人)은
원래 맛에 대하여 일가견이 있는 있는 인물이다.
(바꾸어 말하면 먹는 것 어지간히 챙긴다는 뜻)
이리하여 양재역 부근에 뭐 좋은 집 없나 하고
이 골목 저 골목을 두리번 거리던 중
'순천식당' 이라고 쓴 허름한 간판을 보게 되었다.
순천 이라....
전라도 란 단어는 단순한 지역이름이 아니라,
'맛' 계(界)에는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왜 ? 그런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그러다 보니 남용되는 면도 있어....
횟집은 뻑하면 군산횟집이다.
군산상고 나온 졸업장이나 동창회에서 보낸 거울이나
동창사진을 사방에 걸어 놓는 집 마저 있다.
횟집하는데 고등학교 졸업장이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
확실히 군산 출신이 하는 집이니 들어 오시라 !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지.
전라도 하고도 순천이라....
순천사람들도 맛난 것 챙기는 데 만만찮지 않은가 ? ^^
건물제목이 양재시장인데 그냥 허름한 상가건물 생각하면 된다.
양재시장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 괜히는 아니고
그 옛날 양재역 부근 한산했을 때는 시장기능을 했을지도 모르지.
지금도 안에는 떡집이랑 야채를 파는 가게가 여렀 있다.
순천식당 간판을 본것은 이 건물 뒷편인데...
햐.... 21세기 서울을 대표하는 강남에서
뭐 저런 간판을 다 붙이고 있나 싶을 정도로 심란하게 생겼다.
(나중에 보니 앞쪽은 그보다는 낫다)
(사진 : 양재시장 건물 앞쪽)
허름한 건물에 꾀죄죄한 간판이 더욱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왜냐하면 말쑥한 건물 , 간판은 강남에 널려 있으나
정작 맛 있는 집은 드물지 아니한가 ?
이래서 들어 가 자리 잡은 집이 순천식당이다.
(사진 : 양재시장 상가 안 -순천식당)
전어, 쭈꾸미, 하모, 꼼장어 붕장어, 도다리 광어 등
메뉴를 그 흔한 컴퓨터 출력도 하지 않고
지렁이 기어 가는 글씨로 써 놓았다.
으음... 요즈음 숭어가 제철이라
숭어 있어요 ? 하고 물으니
전라도 말 진하게 쓰는 아줌씨가
'참숭어' 있다는 대답이 바로 나온다.
허어... 그냥 숭어도 아니고 ...참숭어 라...
이 아줌마 뭐 좀 아시네....
(이하 : 아일랜드 가이님 이론 인용)
숭어는 참숭어와 개숭어(보리숭어)로 나누는 데
구별법은 참숭어는 눈 주위에 노란 테두리가 있다.
(사진 : 참숭어)
참숭어는 한 겨울이 제맛이며(11월-3월)
4-6월 되면 맛이 없어 고양이도 안물어 간다는 설이 있다.
개숭어는 보리가 피기 시작하여 벨 때까지(4-6월)가
제맛으로 이런 이유로 개숭어를 보리숭어라고도 한다.
(사진 : 개숭어=보리숭어 : 이상 아일랜드 가이님 이론 인용끝)
펄떡펄떡 뛰는 참숭어를 주인 아저씨가 바로 잡는데
과연 눈 주위에 노란 테가 있지 아니한가 ?
(아쉽게도 이 사진은 찍지 못했다)
멍게, 생두부 메추리알등 쯔께다시를 먹고 있으니
이윽고 참숭어 회가 씹는 맛 내기 알맞게 두텁게 썰려 나온다.
한 젓가락 들어 입에 넣어 씹으니 쫀득쫀득 감칠 맛이 난다.
이 펄펄 뛰는 숭어 한 마리면 둘이 아니라 넷이 먹어도 괜찮으니
둘 보다는 넷이 가서 다른 접시 더 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고기를 어디서 사 오세요 ? 가락시장 요 ?
아뇨
그럼 노량진 ?
아뇨... 저희는 그렇게 소매만 하는 데 가지 않고 큰 데 도매 하는 데 가요 !
그런데가 어디 있는데요 ?
미사리 요 !
아니 미사리에 그런데가 어디 있어요 ? 구리 있는 수산시장 말입니까 ?
아니 미사리에 있어요 !
흐음... 미사리에 그런데가 어디 있나 ?
하여간 이것은 none of my business.
나야 먹고 돈 내면 되는 것이지 !
이 집은 숭어에는 원래 매운탕을 내지 않는 데
처음 오는 점잖은 (? ^^) 손님이 부탁하니
회 뜨고 남은 이 고기 저 고기로 끓여 내주는 데
회 맛에 비하면 별루다.
한참 먹는 도중 누가 야 해서 돌아보니 학교 동창이다.
여기 어떻게 왔어...
그냥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렀어 하니
여기 벌써 5-6년 단골인데 정말 괜찮은 집이라고 강추를 한다.
동창이 가지고 온 시바스 리갈 두잔을 연거퍼 받으니
시킨 소주 두번째 병은 다 비우기가 어렵다. (워낙 고단해서리...)
으음... 청계산 갔다 오는 길에 들리기 좋다
는 생각을 하며 술병을 반쯤 남기며 일어서니
소주 두병에 회하고 해서 4만원이 채 나오지 않는데
이 마저 한잔 함이 여하(如何)하냐 고 제안한 지인(知人)이 다 계산을 해 버린다.
뭐 한국에서는 마시자고 먼저 말 꺼낸 사람이 내는 것이 관례니까 ^^
첫댓글 캬~~군침도네요.. 숭어회,한접시에 시바스 리갈한테 디지게 맞고파요..ㅋㅋ
흐미~~무쟈게 맛난걸 혼자 다드셔 버렸네요..ㅎㅎ 그렇죠 맛함 전라도 맛이죠...저두 먹고샆어요..ㅎㅎ이슬한잔이랑 아니 두잔~~ㅎㅎ
멋진 분이라 생각 하고 있었는데 역쉬 멋을 아시는분 같습니다.~~멋진 글 입에서 침이 절로 동합니다..*^*
우와~~구룡산님~~군침이 꼴깍~요..ㅎㅎㅎ좋은정보 고맙습니다..
사진보구 쓴술 한잔 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