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
잠을 늦게 잔 탓에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찌부둥합니다. 아침에 일찍 가자고 굳게 약속한 동무 바람에게 전화를 합니다. '야! 나 오늘 늦게 가면 안 되냐?' 대뜸 '안 돼!! 애들밖에 없을 텐데 안 가면 어떡하라고?' 하는 소리. 볼멘 소리로 '알았어 씨~이!' 대답하고는 김치를 통에 담고 나갈 준비를 합니다. 바람 동생이 대학로까지 우릴 태워다 줬어요. 아! 동무 하나 더. '날으는 식칼'도 함께 만나 갔습니다.(광명에서 동화읽는어른모임을 하는 남경화 씨가 바로 ‘날으는 식칼’입니다) 셋이서 타블라로 들어가니 벌써 부엌일 하실 분들이 와서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계시네요. 조혜욱, nan느티나무님, 로테와 루이제, 그밖에 마당쇠 여러분과 파니도 보여요. 이것저것 붙일 것 준비하는 어여쁜 처자들도 있고요.
<준비와 연습>
야무진 로테는 이것저것을 막 시키고 있어요. ‘날으는 식칼’이 척 나서더니 이것저것 막힘없이 해냅니다. '오~오! 저럴 수가!'. ‘고추당추 맵다더라’는 시집살이가 옛말이 아닌가 봅니다. 시집살이를 오래 하면 저렇게 칼이 날아다니는구나! 칼질이면 칼질, 음식이면 음식, 셋팅이면 셋팅! 못하는 게 없습니다. 썰고, 자르고, 볶고, 양념하고, 시간은 쉴새없이 흐르고~. ‘제육볶음’을 조혜욱 씨와 nan느티나무님이 양념을 합니다. 축산협회 회장님이 공짜로 주셨다는 그것. 회의중 어머니는 함박스테이크, 돈까스, 오징어볶음을 해 보내시고, saba어머니는 골뱅이 무침을 해 보내셨습니다. 아! 사이사이 모자라는 양념을 사러 보내고 또 보내고 그리고 다시 보내고. 마지막으로 차림표에 내보낼 음식을 차려봅니다. 저마다 음식 한 가지씩 맡았고. 대충 준비가 다 된 듯. nan느티나무님 동무가 들어서고, 돈까스를 잘 튀기는 처자(회의중과 이라크엘 함께 갔다 온 분이라 함. 이름은 모르겠음. 자진신고하기 바람)가 또 들어오고.
음식 담당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 날 드신 음식과 사람을 떠올리며 견주어보세요.
* 해물파전, 김치전 -> nan느티나무님, 동무
* 쏘세지 야채 볶음 -> 조혜욱
* 순대볶음 -> 이라크처자
* 순대볶음, 쏘야(쏘세지 야채볶음) 쏘스 -> 날으는 식칼
* 오징어무침,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 회의중 어머니
* 골뱅이 무침 -> saba 어머니
* 제육볶음 -> 조혜욱, nan느티나무
* 두부김치, 달걀말이 -> 타라
* 이 모든 음식에 깨와 양배추를 얹어 내는 일 -> 루이제
<옴마야! 바쁘다 바빠!>
드디어 첫 번째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주문은 함박스테이크와 돈까스만 들어와요. 함박스테이크와 돈까스를 튀겨내는 처자만 바쁘고 나머지 아줌마들은 룰루랄라! 입니다. 신우 씨와 진호 씨가 넣어준 맥주를 마시고 그밖에 맛없는 과자도 먹으며 놀고 있는데!! 갑자기 정신없이 주문이 들어오네요. '날으는 식칼'은 집안일 때문에 자리 뜬 지 오래고, 나머지들은 허둥지둥 어쩔 줄 모르며 음식을 차려냅니다. 음식 만드는 사이사이 공연은 시작된 듯. 부엌데기들은 음식 만들어 내랴 노래 부르랴 궁뎅이도 씰룩거리랴 도대체 정신이 없습니다. 아마 그 시간쯤에 나간 음식에 특별한 맛이 난 것도 부엌데기들의 수상한 움직임 때문일 것입니다. 상엽엄니와 상엽엄니 후배가 함께 들어와요. 어도연에 이임숙 씨도 들어와 잠깐 돕고. 상엽이는 부엌 들머리에서 설거지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뒤에 보니 손이 다 불었다는군요.
<부엌의 비리>
제육볶음을 양념하려는데 참기름이 없어요. 참기름이 없다하니 로테 하는 말 ‘그냥 식용유로 하세요’ 그 말에 부엌데기 아줌마들 ‘안 돼! 빨리 사오라 해!’이 말에 로테는 나이에 밀려 마지못해 마당쇠에게 참기름을 사오라 시키고. 뒤에 들리는 말에 로테는 식당음식을 고집했고 아줌마들은 집음식을 생각했다고 하더만요. 이리하야 제육볶음은 제 맛을 낼 수 있었습니다.
돈까스와 함박스테이크를 무슨 야채를 더해 낼 것인가 조금 고민. 돈까스에는 시장에서 아주 싸게 파는 바나나를 그것도 한 개가 아닌 반 개를 잘라 냈고, 함박스테이크는 격을 높여 양배추 샐러드를 더해 냈습니다. 뒤에 이름 모를 어느 분이 사 온 귤 한박스가 이 둘의 접시를 한층 풍성하게 했다죠?
두부김치는 한 모를 내느냐 반 모를 내느냐 설왕설래. 한 모도 아니고 반 모도 아닌 OOO 모입니다.
순대볶음에는 아마도 채소보다 순대가 많았을 겁니다. 왜 그랬게요?
쏘야는 아주 훌륭했죠?
달걀말이는 익지 않은 것 잡수신 것 아닌지 몰러요. 거의 몽롱한 상태에서 여름 소낙비 아래 덕석 말듯 돌돌돌 아무렇게 말아 내보낸 것이니...
아마도 어제 아침이나 점심 그리고 저녁까지 그 날 소망나무 하루 술집에 늦게까지 남아 계시던 몇몇 분 밥상이 거의 비슷했을 겁니다. 행여 모자랄까봐 아끼고 아끼던 재료는 남아 돌아 뒤에 창비 신수진 씨가 봉지봉지 열심히 싸던걸요?
중간에 부엌데기 가운데 누군가 나가서 쉬고 싶다는데 못 나가게 한 사람도 있다네요. 그 분 누군지 모르지만 며칠 꿈자리가 뒤숭숭할거야요.
<좋은 사람들 행복한 시간>
참 많은 사람들을 봤어요. 아주 즐거웠어요. 그 날 본 모든 분들 다 반가워요. 한 해에 한 번쯤 이런 모임이 있음 아주 좋겠다는 생각했어요. nan느티나무님, 동무분, 조혜욱, 이라크처자,날으는 식칼, 상엽엄니, 그 후배, 그밖에 부엌에서 열씸히 일하신 모든 분들 만나서 반가웠어요. 그 날의 야무진 일꾼 로테와 루이제, 마당쇠들, 파니, saba와 그밖에 분들 그리고 바람 마음 고생 많이 했어요! 회의중아 고마워! 그 날 구박해서 미안해! 그런데 다음엔 나 부엌데기 안 할래!
엉겅퀴도 고마워! 고사리, 비비츄 잘 들고 와 지금 통통하게 불고 있어.
첫댓글 그 날 바람이 아무것도 안 한거 다 들켜버렸네요. 난 참 즐겁고 뿌듯했는데, 그게 다 부엌에서 쓰일데가 없었기 때문이었나봐요. 대신, 날으는 식칼은 제가 델꼬간 동뭅니다. 에헴!
아! 바람은 주방장이었어요. 가장 큰일을 한 셈이죠. 게다가 이것 하기 앞서 사람 모으느라, 김치 모으느라 전화통 꽤나 붙들고 있었을 거예요.
하하..타라 님..글 재밌게 읽었어요...^^ 전 그날 설겆이만(!) 열심히 할 계획이었는데, 회사 갔다가 결국에 못 가고 말았네요. 아...그래도 심정적으로는 부엌 팀처럼 느껴져요. 흐하하~
바람 언니랑 타라 언니가 뜨면 모든 일이 잘 되는갑다. 못 가서 서운했는데 글 보니까 더 서운하네. 부엌데기가 힘들어도 맹글며 집어먹으며 이야기하며 젤로 재밌을 거 같아요. 전 다음에 부엌데기할라카는데, 날지 못 하는 칼이라고 안 낑겨주려나? 모두 고생 많았어요.
타라, 바람 정말 재밌는 하루였겠다. 타라가 음식을 하다니 영? 믿기지가 않네 그려. 그래도 다 아름다운 사람들이구먼. 상엽언니도... 난 왜 이런때 못 가는지 원... 모든 분들 애썼습니다. 이제 푹쉬세요.
타라 선생님! 고기랑 순대 주신 분 축산협회회장님 아녜요. 마장동에서 '한국축산'이라는 가게을 하시는 맘 좋은 아저씨셔요. 광우병으로 힘드신데 모른 척 못하시고 휙 안겨주신 거예요. 아저씨, 회장되신 거 알면 어떤 표정 지으실까? 캬캬...아~ 아저씨가 고생했다고 고기랑 소주 사주신다고 했는데 언제갈까? ..부럽죠?
날자 / 아아아, 너무 오랜만이야. 모두들 보고싶어 하고 있거든. (특히 시치프스 ^^) 그러니까 출석률 높여, 응?
우오...재미있다...-ㅁ- ! 다들 너무 수고 하셨어요 ㅜ ㅡ ㅠ 질질
사바, 어제 내가 편지 보냈거든. 통장도 확인해 보구. 이상있음 연락주기 바람^^
여기가 재밌는 곳이었구나..난 딴데가서 놀았지 뭐여..ㅋㅋ 날자...너 연애하지? 왜 안왔어?푸하하
파니/ 알았어! 그 아저씨한테 승진하셨다고 전해드리면 좋겠네^^* 고기랑 소주랑 내 몫까지 먹고 마시고 해. 그럼 더 힘찬 파니 목소리 들을 수 있겄네? 날자랑, 강아지풀이랑, 사과꽃/ 안 보인다고 바람이 무지무지 섭섭해 했는데...
나도 중간중간 두리번거렸지 뭐여. 괜히 기다리게 허구 난리여.
저도 두리번 거렸는뎅..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