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령을 넘어 7ㅡ8 매곡성 장군 공직
북원을 통해 가는 길이 끊긴 것이다.
그들은 북원에서 오근내(烏斤乃 ∙ 춘천)를
거쳐 철원의 고려 국도로 갈 계획이었는데
(아직 송악 천도가 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틀어지고 말았다.
남은 길은 충주를 거쳐
우회하는 길뿐이다.
이곳도 백제군이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으나 충주 지역 호족세가
강해서 백제군이 피해 갔을 수도 있었다.
“충담 스님.
가시는 길이 편안하시기 바랍니다.”
사행단은 작별인사를 나누고 길을 서둘렀다.
그들 사행단이 가는 동안에
곳곳에서 백제군의 흔적을 보았으니
사방에 백제군이 깔리다 시피 했다.
그들이 매곡성(충북 보은군 회인면)에
이르렀을 때였다.
그곳은 고개가 외길뿐이어서
성앞을 지나가지 않을 수 없었는데
매곡성 위에 군사가 있었다.
군사는 사행단을 보고는
상부에 보고하였고 이어 말을 탄
군사들이 성에서
마을 쪽으로 내려왔다.
“거기 가는 이들은 서라―”
사행단을 막는 그들은
무장한 군사였지만
백제군은 아니었다.
“당신들은 누구요?”
말을 탄 키 큰 사내가 앞을 막았다.
아직 20대로 보이는 그는
귀공자 타입의 잘생긴 미남자였다.
피부가 희고 윤곽이 뚜렷한
얼굴에 어찌 보면 마치
여자 같은 모습이었다.
조리 있는 말투에 부하들을
일사불란하게 부리는 그는
예리한 눈빛으로 사행단을 살폈다.
‘보기 드문 미남자다.’
전화앵도 그렇게 여겼다.
“우리는 서라벌에서
고려 국도로 가는 사행단이다.
나는 전 상대등 이찬 박위응이다.
그렇게 묻는 너는 누구냐?”
박위응이 물었다.
“나는 공직(龔直)이라고 하오.”
공직?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박위응이 모르는 인물이었다.
“매곡성주 김주득(金主得)은 어디 갔느냐?”
전 시중 김계강이 물었다.
전에 시위부 장군 김주득을
매곡성 태수로 발령 내어 보냈던
사실을 김계강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 신라 태수 말입니까?
벌써 저승 사람이 되었소이다. 작년에
여기에 쳐들어 온 태봉국 군사에게
붙잡혀 죽었습니다.”
김계강의 눈빛이 달라진다.
“네가 죽인 것은 아니겠지?”
“말을 똑바로 하시오.
내가 애꿎은 태수나
죽일 사람으로 보입니까?”
“……”
“나를 하인 취급하지 마시오.
나는 엄연히 이곳 매곡성주이자
장군이니 말을 높이시오.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당신들은 여기를 지나갈 수가 없소.”
지켜보던 경일(頃日) 선사가
앞으로 나섰다.
“관세음보살.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저희들은 고려 태조의 대관식에
참석하는 축하 사절이지
싸우러 가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길을 열어 주시오.”
“무슨 뜻인지 알겠소.”
스님의 정중한 요청에
공직은 예를 갖추어 답했다.
공직은 매곡성 호족으로
당시에 중원(충북 지역)의 패자인
중원경(충주)의 유긍달(劉兢達)과 함께
쌍벽을 이룬 인물이었다.
그러나 유긍달이 친 고려임에
비해 공직은 친 백제였다.
“싸우러 가지 않는 사람들인
것은 알았소.
기다리시오.”
공직은 매곡성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러나 그의 부장인 김숙(金肅)과
서관요(徐冠蓼),
그리고 군사들은
사행단을 포위하였다.
첫댓글 어찌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