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감주 나무
꽃․열매가 아름다워 정원수로 좋은 염주나무
▶움직이는 것이 바람인가 깃발인가
청허당淸虛堂 백화도인白華道人 서산대사 西山大師가 저술한 선가귀감禪家龜鑑 원문 제5에서 선시불심禪是佛心이요 교시불어 敎是佛語니라고 하여 부처의 가르침은 선禪과 교敎 양대산맥으로 이루어져 있다. 禪은 부처의 마음이요 敎는 부처의 말씀이다. 그래서 마음은 선법이고 말은 교법이다. 선은 말 없음으로써 말 없는 데에 이르고 교는 말로써 말 없는 데에 이르는 것이다. 이러한 불가의 선․교 가르침 중에서 禪은 서력 527년 보리달마菩提達摩에 의해서 처음 중국에 전파되기 시작한다→제2조 혜가 慧可→제3조 승찬僧璨→제4조 도신道信→제5조 홍인弘忍→제6조 혜능慧能 638-713에 이어져 오다 양대 파로 나뉘면서 선종 5가 7종 법계도가 펼쳐진다.
혜능선사가 스승의 곁을 떠나 15년간 산속에서 은둔생활을 하다 하산하여 법성사 法性寺에 이르니 절 뜨락에서 학승 둘이서 펄럭이는 깃발을 보며 한 학인은 깃발이 움직인다 하고 다른 학인은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움직인다고 하며 끝없는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여기서 혜능은 한마디 일러준다. 움직이는 것은 깃발도 바람도 아니다. 오직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을 뿐이라네.
혜능의 제자가 회양懷讓이고 회양의 수제자가 마조도일馬組道一이다. 회양이 좌선에 열중하고 있는 젊은 도일에게 물었다.
그대는 좌선을 해서 무엇을 할 작정인가?
예 노스님, 부처가 되고자 합니다.
회양선사는 말없이 벽돌 한 장을 들고 와서 좌선하는 옆에서 갈기 시작했다.
노스님 무엇을 하시는 것입니까?
음!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려고 하네.
벽돌을 아무리 갈아도 어찌 거울이 되겠습니까?
그럼 그대가 앉아서 부처가 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이때 회양선사는 스승으로서 젊은 제자에게 애정어린 법문을 시작한다.
수레를 몰고 갈 때 수레가 나아가지 않으면 수레를 칠 것인가 소를 쳐야할 것인가?
선이란 가거나 머물거나 눕거나 앉는 형식에 얽매일 것이 아니요. 이 육신을 운행하고 있는 마음의 정체를 바로 알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원효대사는 중생의 마음은 하나의 큰 바다와 같다고 했다. 이 마음 바다에 탐진치貪嗔痴 삼독三毒의 무명 번뇌 망상풍 바람이 분다. 일심의 바다에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의 허풍이 분다. 심해心海의 인과因果는 격랑의 파도가 되고 중생은 그 인연因緣의 파도를 따라 삼세三世를 유랑한다. 그래서 부침하는 인생은 고달프다.
대사는 일심 외에 다른 실체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어디서 일심을 만나랴. 대답은 간단하다. 일마다 그곳에 들어가는 현현한 문이요. 곳곳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하였으니 허공계 법계 중생계 모두가 근원은 일심이란 말이지. 오직 일심만이 우리들이 본래 떠나온 옛집, 돌아가야할 고향이란다. 불가에서 염주는 일심을 찾아가는 징검다리가 된다.
▶염주는 고향가는 징검다리
모감주나무를 염주나무라 할 만큼 모감주나무 열매는 염주를 꿰는데 절집에서 아주 귀하게 쓰여왔다. 하지만 그 열매가 워낙 희귀한 탓에 모감주 염주는 늘 큰스님들의 차지였다고 한다. 모감주는 외형적인 모습도 까만 구슬처럼 아름답지만 크기도 작은 꿀밤처럼 적당하고 사용할수록 윤이 나면서 단단해진다. 더욱 신기한 것은 모감주 열매는 꼭지 부분만 뚫어주면 실이 절로 꿰어진다. 그래서 모감주는 염주열매로 태어난 듯 하다.
모감주나무는 무환자 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 아교목亞喬木-관목과 교목의 중간 크기 나무다. 7월에 꽃이 피고 10월에 열매가 익는다. 잎은 어긋나고 작은 잎 5-17개가 모여 하나의 큰 잎을 이루는 깃꼴겹입이다.
잎도 크고 시원하지만 한여름 꽃이 필 때면 초가지붕을 닮은 나무모습에 줄기 끝에 노란 나리를 닮은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나 바람이 불면 황금물결이 출렁이듯 화려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영어이름 Golden rain tree 즉 황금비 나무라 했다. 자잘한 노란 꽃잎을 자세히 보면 꽃받침 곁에 연붉은 반점이 있어 더욱 애교스럽다.
가을에 익어 가는 열매는 더욱 특이하다. 나무에
마치 꽈리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듯 한데 노랗게 익은 열매주머니가 세 갈래로 벌어지면 열매주머니 잎 한 조각에 열매 한 개씩 붙어있다. 모감주나무는 그 모습이 단정하고 꽃 열매가 아름다워 정원수로 심어 가꾸어 보고싶은 나무다.
▶수 만리 파도를 타고 이 땅의 해변에
한방에서 모감주나무를 난화欒華 난수화 欒樹花, 모감주耗減珠라 하며 꽃과 열매를 약으로 쓴다. 그러나 귀한 나무라서 약재로는 구하기 어려워 일반에서 약으로 알려지기보다는 모감주 염주로서 그 명성이 높다.
「대한식물도감」과 약령시 보존위원회편 「우리약초꽃」 등의 기록에 따르면 한방에서 꽃을 말려 약재로 사용하는데 청간淸肝-간을 맑게 하고, 소종消腫-염증을 가라앉히며, 이뇨利尿-소변을 이롭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간염, 장염, 요도염 등 각종 염증성 질환에 치료약으로 쓴다.
그리고 간을 청결하게 함으로 눈을 밝게 하고 안적眼赤-붉은 눈을 다스린다. 그 외에도 종기로 인한 통증과 장을 이롭게 하여 이질, 설사, 소화불량에도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 모감주나무는 황해도 이남 주로 산기슭 바닷가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은 염분과 바람에 강한 나무의 특성도 있겠으나 중국 남쪽지방에 살고 있던 모감주나무 열매가 강을 따라 바다에 이르고 바다에서 다시 파도를 타고 이 땅의 해변가로 몰려와 무리를 지어 살게 되었으리라 추측된다.
생태적․학술적 가치가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모감주나무 군락지는 경북포항 동해면 발산리산 해안 모감주나무․병아리꽃나무 군락지 천연기념물 제371호.
충남 안면도 모감주나무 대군락지 천연기념물 제38호. 경남거제도 연초면 내한리 앵산507m 기슭 바닷가에 금강산에 살던 큰스님이 거제도의 하청북사河淸北寺라는 절을 찾아왔다 심었다는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유명하다. 경남기념물 제112호로 지정되어 한내 갯마을 방풍림과 수호신 역할을 하며 보호되고 있다.
<艸開山房/oldm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