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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암산 정상에서 조망, 오른쪽 멀리 희미한 산은 일산(해산)
靈長一麓是吾鄕 영장산 한 자락이 내가 사는 고장인데
獨擅豪華五十霜 오십 년을 호화롭게 독판치고 살았다네
噴壑瀑流臧鼓吹 골짝 울리는 폭포수는 북이며 나팔이요
繞林禽韻奏笙簧 둘러친 숲 새소리는 생황의 연주이며
春山妓女花鈿擁 봄산은 기생인양 꽃 패물을 두르고
秋葉綺軒錦幕張 단풍잎은 초헌마냥 비단 장막 펼치나니
莫道書生骨相薄 서생의 골상이 박복하다고 말하지 마소
自矜淸福享無疆 끝없는 청복 누림이 스스로 대견하다오
ⓒ 한국고전번역원 | 양홍렬 (역) | 1996
―― 순암 안정복(順菴 安鼎福, 1712 ~1791), 「자기 자랑(自矜)」
▶ 산행일시 : 2020년 6월 13일(토), 맑음, 바람 없고 더운 날씨
▶ 산행인원 : 9명(버들, 자연, 악수, 대간거사, 일보 한계령, 산정무한, 사계, 신가이버, 해마)
▶ 산행시간 : 9시간 23분
▶ 산행거리 : 도상 16.4km(산정무한 님 오룩스 맵)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28 - 동서울터미널 출발
07 : 46 - 화양강휴게소
08 : 47 - 인제군 서화면 서흥리 뒷골, 산행시작
09 : 43 - △811.2m봉
10 : 36 - 944m봉
11 : 38 ~ 12 : 06 - 1,160m봉, 점심
12 : 14 - ┣자 갈림길 안부, 대암산 정상 0.6km
12 : 45 - 대암산(大岩山, 1,309m)
13 : 43 - 1,180m봉
14 : 12 - 1,101m봉
15 : 47 - 뒷골 주등로
16 : 16 - 760m봉
16 : 30 - 임도 삼거리, 안부
18 : 13 -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 양지촌, 산행종료
18 : 35 ~ 20 : 15 - 원통, 목욕, 저녁
21 : 00 - 철정휴게소
22 : 18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1.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1-2.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1-3.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1-4. 산행 고도표
▶ 1,160m봉, 점심
아무래도 오늘 산행인원이 한 자리 수로 줄어든 건 수 일 전부터 기상청의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가 영향을 미쳤다. 여느 때처럼 새벽에 일어나 스패츠와 비옷이며, 우산 등 비 대비를 단
단히 하고 집을 나선다. 그런데 웬걸 저녁 늦게 찔끔 온다고 하니, 그것도 그때 가보아야 알
일이다. 우리는 전천후 산행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화양강휴게소까지는 쥐 죽은 듯이 잔다. 휴게소에 들러 대간거사 총대장님이 건네주는 자판
기 커피(나는 자판기 커피가 스타벅스 커피보다 훨씬 더 맛있다)로 졸음 쫓으며 강 건너 봉
황산과 청벽산, 곤봉을 짚어본다. 인제 원통 가는 길. 그간 큰 비 내린 기억이 나지 않아 소양
강 강바닥이 거북등으로 변했지나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물이 많다. 원통에서 칠성
고개(새골고개) 넘어 인북천을 거슬러 달리다 서화 가기 전에 ‘용늪 가는 길’ 이정표 따라 뒷
골로 빠진다.
뒷골 골짜기 깊숙이 들어간다. 이러다가 혹시 차로 용늪을 가는 건 아닐까 싶어 차를 멈춘다.
대암산 동릉을 잡는다. 절개지가 높은 절벽이라 왼쪽 사면을 돌아 오른다. 되게 가파르다.
낙석 아닌 비석(飛石)이 겁난다. 여기도 달달 기는 데 네 발이 부족하다. 대개의 경우 산행시
작 첫 한 피치가 그날의 전반적인 산행 분위기를 결정한다. 오늘 산행도 그러하다.
‘뒷골’의 작명이 이래서가 아니었을까? 뒷골이 땅기게 오른다. 어렵사리 능선 마루금을 잡았
으나 바윗길이 나오고 인적은 있는 듯 없는 듯 억센 잡목 숲을 헤친다. 줄곧 오르막이다. 바
람 한 점이 없는 더운 날이다. 땅에 코 박는 오르막이니 지열에 얼굴이 후끈하니 달아오른다.
△811.2m봉이 가까워서는 대암산답지 않은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여기저기 누벼보지만
우산나물 천지다.
우산나물 천지 그 한복판에 둘러앉아 휴식한다. 사계 님이 특별히 아껴 준비했다는 흑산도
홍어회로 냉탁주 입산주 마신다. 안주발에 잔을 거푸 비운다. 다시 풀숲 이리저리 쓸며
△811.2m봉을 오른다. 삼각점은 ╋자 방위표시만 보이고 흙 속에 묻혔다. △811.2m봉을 넘
자마자 산길은 사나워지고 어렴풋한 인적을 조심스레 붙든다.
높은 암벽과 맞닥뜨린다. 아무리 뜯어보아도 직등하기는 어렵다. 왼쪽 사면으로 뚝 떨어졌다
가 오른다. 인적은 어디선가 모르게 놓치고 말았다. 울창한 잡목 숲을 뚫으려니 낮은 포복은
예사다. 슬랩 오르기가 낫다. 슬랩 골라 오른다. 능선에 올라도 하늘 가린 숲속의 등로 상태
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니 산행속도에 변별력이 없다.
하도 애를 쓴 탓인지 때 이르게 허기지고 점심밥 먹는다. 덥기는 하고 입맛이 없어 밥을 얼음
물에 말아 넘긴다. 살 것 같다. 1,180m봉은 대암산 동쪽을 경계하는 남북장릉의 최고 정점이
다. 1,180m봉에서 가파른 한 피치 쏟아 내리면 ┣자 갈림길 안부다. 오른쪽이 뒷골에서 오는
주등로다. 이정표에 대암산 정상까지 0.6km다.
2. 화양강휴게소서 전망
3. 화양강휴게소에서 바라본 강 건너
4. 대암산 가는 길 △811.2m봉 주변
5. 가운데 골짜기는 앞골, 멀리 왼쪽은 매봉 능선
6. 앞 왼쪽이 뒷골, 앞 능선을 올랐다.
7. 대암산 서봉
8. 대암산 서쪽 위성봉 1,218m봉
9. 오른쪽 멀리 희미한 산이 일산(해산)
10. 대암산 서쪽 위성봉 1,176m봉
11. 앞은 대암산 동쪽 위성봉 1,166m봉, 왼쪽 멀리는 매봉
▶ 대암산(大岩山, 1,309m)
비로소 등로가 풀린다. 얌전히 잘난 등로를 따른다. 등로는 대암산을 오른쪽 사면을 길게 돌
아 오른다. 대암산 서릉과 만나고 바윗길을 150m쯤 가면 정상이다. 일단의 등산객들과 마주
친다. 내 생각에는 대암산 여기야말로 강원도 제1의 경점이겠는데 맑은 날이 별로 없었다.
오늘도 연무가 잔뜩 끼여 원경은 흐릿하다. 설악산조차 가물가물하다.
대암산 서릉 갈림길에 내려서자 산행분위기가 싸늘하다. 산림청 용늪관리원(?)이 우리의 산
행에 의문을 갖고 취조한다. 어디로 해서 왔는지, 어디로 가려는지 등. 대암산은 우리처럼
막 오르는 산이 아니었다. 10일 전에 인제군청(인제군청은 환경청, 문화재청, 산림청의 출입
허가를 대행한다)에 탐방예약을 하고 용늪 관리소에서 출입허가증을 교부받아 그 허가증을
목에 걸고 와야 했다.
용늪관리소에서 대기하고 있는 자연환경해설사가 인솔하고 그 지도에 따라야 한다. 자유산
행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항의했다. 우리가 무슨 큰 죄라도 지은 것처럼 막 대
하느냐고. 그리해야 하는지 몰랐으니 친절하게 안내 좀 해주면 안 되느냐고. 용늪관리원(?)
이 한결 수그러든다. 우리를 인솔할 자연환경해설사가 없으니 뒷골 용늪관리소에 우리 9명
이 그리로 하산할 거라고 무전으로 연락한다.
우리로서는 대암산을 한두 번 오른 것도 아닌데 이 무슨 횡액을 당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
지만 인터넷에 대암산을 검색하면 대번에 그리해야 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또 알아야 했다.
우리가 그간 네댓 번은 대암산을 올랐고 용늪을 휘돌았어도 군부대의 사후제지만 받았다.
아마 그 이후로 대암산을 오르는 절차가 더욱 강화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가 대암산을 맨 처음 오른 때는 근 15년 전인 2005년 9월 추석이었다. 그때는 돌산령에
서 도솔산을 올랐다가 내쳐 대암산까지 갔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이었다. 철조망을 넘고
교통호로 갔다. 도솔산을 넘고 군부대 정문을 지날 때 안개가 걷히고 우리들은 초병들에게
노출되었다. 군인들이 다가오더니 지뢰를 조심하고 가시라 했다. 그때도 용늪을 무단출입할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벌금이 부과된다고 경고했다.
오늘 몰래 용늪을 둘러보려던 계획은 어그러졌다. 뒷골 용늪관리소에서는 우리가 오기를 기
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이 뻔한 등로를 따라 하산한다는 건 너무 억울하다. 방
금 전에 점심 먹고 넘어온 1,180m봉에서 북진하여 수리봉과 덕세산을 가기로 한다. 용늪관
리원(?)에게 수고하시라 인사하고 물러난다.
┫자 갈림길 안부. 어느 해 봄날 이 안부께를 약간 벗어난 사면에서 곰취 재미를 보았기에 일
행들에게 긴 휴식을 주문하고 그 틈에 들른다. 상전벽해다. 그때의 자취는 몰라보게 사라졌
다. 이래서는 대암산은 옛날의 오붓한 추억에서나 있는 산이다. 된 한 피치 올라 1,180m봉이
다. 잡목 숲속을 헤치며 북진한다. 내 하는 일이 매양 그렇다. 등로 벗어나 잡목 뚫고 어렵게
바위에 올라 언 듯 보이는 대암산을 카메라에 담았더니 곧바로 몇 발짝 오른 1,080m봉이 경
점이다.
12. 대암산 동쪽 위성봉 1,166m봉
13. 대암산 정상에서, 산정무한 님(대간거사 총대장님 스마트 폰 카메라)
14. 대암산 정상에서, 해마 님(대간거사 총대장님 스마트 폰 카메라)
15. 대암산 정상에서
16. 대암산 정상에서
17. 대암산 정상에서, 뒤는 도솔산
18. 대암산 남쪽 산줄기
19. 양구 해안면, 펀치볼
20. 양구 해안면, 펀치볼
21. 양구 해안면, 펀치볼 주변
▶ 양지촌
1,101m봉 직전 안부에서 휴식한다. 죽은 소도 살린다는 대간거사 총대장님의 냉환타를 수대
로 분음하여 기운 차린다. 1,101m봉은 첨봉인 암봉이다. 직등은 어렵다. 오른쪽 사면을 길게
돌아 주릉에 든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에 막힌다. 오른쪽 사면을 내려서 돌아가려니 엄청
멀다. 대간거사 총대장님이 척후하여 1,101m봉 정상 쪽으로 갔다가 오른쪽 사면을 돌아내린다.
절벽이 나온다. 앞사람이 뒷사람을 받쳐주며 내린다. 어렵사리 능선을 붙잡았으나 지도에서
잠깐이라도 눈을 떼면 능선을 놓치고 만다. 가파른 사면을 두 차례나 트래버스 한다. 그러고
나서 지도에 눈 박고 간다. 벌목 잔해를 타고 넘어 골로 갈 듯 하다 뒷골 주등로에 내려선다.
계류 건너 능선에 올라야 한다. 지도의 임도가 가까워서 거기로 가려고 등로 따라 내리는데
뒷골 용늪관리소가 바로 앞이다.
얼른 뒷걸음친다. 저들에게 발각되면 도리 없이 하산이다. 계류 건너 묵은 임도가 나오고 숨
고른다. 능선까지 곧추선 오르막 110m이다. 직선거리가 아니라 고도다. 그에 질려서일까. 자
연 님이 버들 님과 함께 여기서 그만 탈출하겠다고 사정한다. 그런데 이번의 탈출은 단순하
지 않다. 용늪관리소에서 다른 일행 7명은 어디로 갔느냐고 물으면 무어라고 할 것인가.
정말로 아까 그네들이 겁준 대로 산림청 헬기를 띠우고 산림청 순찰차를 동원하여 우리를 수
색하려 들지도 모를 일이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 하며 자연 님과 버들 님을
달랜다. 이제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백이산을 오른 뒤로 어쩌면 그와 우위를
다툴만한 수직의 오르막과 계속 부딪치게 되는지 도대체 모를 일이다.
예전에 산사태가 난 데인지 풀숲은 없고 맨 땅이 드러났다. 발버둥을 치며 오른다. 앞사람의
발자국계단이 생기지 않고 먼지만 뽀얗게 인다. 양손 십지를 피켈 삼아 찍어 오른다. 입가에
게거품 인다. 대 여섯 걸음 오르다 가만 엎드려 가쁜 숨을 고른다. 그러기 불과 14분이다. 그
러나 무척 길었다. 능선에 오르자마자 널브러진다. 계류에서 물을 보충한 건 현명했다. 물뼈
에 넣어 고아 마신다.
왼쪽 사면은 자작나무 숲이다. 등로는 풀숲이 우거져 발 더듬어 길을 찾는다. 동진한다. 한
피치 뚝 떨어져 임도와 만난다. ‘인제 천리 길’ 트레킹 코스이기도 하다. 임도 5.3km를 간다.
임도는 주릉과 이웃하며 오르다 안부에서 만난다. 여태 잡목에 시달린 탓에 산릉에 오를 엄
두를 내지 못한다. 바지가 잡목에 걸려 빈티지처럼 찢긴 일행이 여럿이다.
다 지쳤다. 산삼도 싫고 더덕도 싫고 산도 싫다. 내리막 임도에 맛 들렸다. 수리봉을 놓아주
고 덕세산도 놓아준다. 먼발치 눈으로 넘는다. ‘안전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
입니다.’ 공사장 플래카드 지나 양지촌이다. 무사산행을 자축하는 하이파이브 나누기조차 버
겁다. ‘대암산이 요즘 먹고 살기보다 더 힘든 산이었습니다.’ 신가이버 님이 산행 후 원통 음
식점에서 오늘 산행을 요약한 건배사의 일부다.
22. 양구 해안면, 펀치볼
23. 앞은 대암산 북릉, 하산 때 저기를 가려고 했었다.
24. 대암산 뒷모습
25. 자작나무 숲
26-1. 저기를 내려왔다. 대암산이 멀리 가운데로 살짝 보인다.
26-2. 하산 길, ‘인제 천리 길’이기도 하다
27. 길가에 핀 초롱꽃
28. 산모롱이에서 마지막 휴식
29. 산모롱이에서 마지막 휴식
30. 왼쪽 멀리는 칠절봉
첫댓글 오지 최고 멤버들의 전투적 산행이었군요. 안전 산행 수고하셨습니다.
ㅎㅎ 대암산이 간만에 이름값 좀 했네요~ 더븐 날 여러모로 고생많았슴다....해마님도 뵈고...무한님도 다 건강하죠?
날도 더운데 고생들 많으셨습니다...비라도 왔으면 시원하기라도 했을텐데...저는 다음날 봉화에서 폭우가 온다는 소식에 시껍했었는데, 가랑비만 만났습니다...덕분에 시원했고요^^
산림감시관련 일자리가 30만개나 생겼다네요. 빨간 조끼 할아버지들이 호환, 마마, 야동 보다 무서워요.
죽어도 같이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
더운날 무쟈게 고생하셨습니다. ~ 전투적 산행이라 글이 더 재미있습니다.
더운날 고생하셨습니다.
이것도 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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