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 가니 담당자가 대뜸 책을 한권 내주면서 번역을 하라고 한다.
A4 한 장에 만원이고 글씨는 11포인트로 하고 여백없이...등등
얼떨결에 책을 받아 나오는데
그렇게 찾아도 건수를 만들기 어렵더니 이리 쉽게 되나 싶고
만감이 교차한다.
변변한 사전도 없던 차라
가는길에 교보에 들러서
한자읽기사전 제일 큰거랑 가타가나 사전 역시 제일 큰거를 사서 집으로 왔다.
아 드디어 번역가로서의 첫발을 이렇게 내딛는 거구나.
출판사에서 나를 간택해준 담당자가 왜이리 이뻐보이던지...
집에 와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무조건 번역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
음...첫날은 목차만 했구나..
생소한 전문용어가 많아서 목차도 만만치 않았다.
다음날,
하루 종일 열나게 했더니 책 페이지 수로 한 7~8페이지 정도 한 거 같다.
근데 총 페이지수는 293 페이지.
한달안에 끝내기로 한 거니까 하루에 10페이지 정도 해야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일을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1주일에 하루 이상은 쉬어야 하니까
실제로는 한 15페이지 정도 해야 여유가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첫날 그렇게 머리가 핑핑돌도록 했는데 8 페이지라니
갑자기 힘이 빠지는 기분...
첨엔 그렇게 낑낑 매다가 전술을 조금 바꿔 보기로 했다.
우리집은 방이 세 개인데 컴퓨터가 들어가 있는 방에는 피아노랑 책장이랑 옷서랍이랑 꽉차가지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거의 움직일 공간도 없다.
아마 그런 환경이 더욱 사람을 피곤하게 한거 아닌가 싶어서
방 정리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