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 고려” 김경수에 안 채운 수갑, 이재용엔 채웠다… 왜?
표태준 기자
입력 2021.07.05 18:03
이재용(53)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4월부터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 재판에 매달 1~3차례씩 출석하고 있다.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은 재판에 출석할 때마다 수갑을 찬 상태에서 서울중앙지법 재판정으로 이송된다고 한다.
그런데 2019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구속됐던 김경수(54) 경남도지사는 재판에 출석할 때 수갑을 착용하지 않았다. 그도 이 부회장과 같이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중이었다. 하지만 수갑 대신 양손에 서류봉투를 들고 여유롭게 법원으로 향하는 그의 모습이 취재진에게 포착됐고, 여권 인사라서 수갑 착용 면제를 받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최근 법조계에서 김 지사의 과거 ‘수갑 특혜’ 논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법원이 김 지사가 재판에 출석하며 수갑을 착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교정당국이 직업과 사회적 지위를 고려해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문제 없다”는 식의 판결을 내리면서다.
한 법조인은 “이재용 부회장은 사회적 지위가 낮고 도주 우려가 있어 수갑을 채우겠느냐”며 “모호한 수갑 착용 규정을 이용해 정부가 ‘수갑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높은 사회적 지위' 덕분에 수갑 면한 김경수
2019년 김 지사의 ‘수갑 특혜’ 논란에 불을 지핀 이는 비슷한 시기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미디어워치 대표 변희재(47)씨다. 그는 당시 김 지사의 모습을 보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교정당국이 김 지사와 비슷한 나이, 신체 조건을 가진 자신에게는 법원 출석 시 수갑을 착용시켜 헌법 제11조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등 이유였다.
김 지사가 수갑 착용을 면제받은 것은 2018년 3월 개정된 법무부 훈령 ‘수용관리 및 계호업무 등에 관한 지침’ 덕분이다. 훈령에 따르면 법원 등으로 출정을 나가는 수용자 중 △여성·노인·장애인 수용자 △질병 등으로 보호장비를 사용하기 곤란한 수용자 △도주 우려가 현저히 낮은 수용자 등은 미결수·기결수 여부에 상관 없이 교정시설 소장 판단 하에 수갑 등을 착용하지 않을 수 있다.
2018년 6월 '국정원 특활비 사건'으로 구치소에서 수감 중이던 최경환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법정에 출석하는 모습. /뉴시스
김 지사는 ‘도주 우려가 현저히 낮은 수용자’로 분류돼 수갑 착용을 면제받았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2단독 손승우 부장판사는 변씨가 낸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하며 “도주 우려는 수용자의 직업 또는 사회적 지위가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 변씨와 달리 김 지사는 사회적 지위가 높아 수갑 면제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사회적 지위' 있어도… 야권·재계 인사에는 수갑에 포승줄까지
그러나 법무부 교정당국은 2018년 3월 훈령 개정 이후에도 사회적 지위 여부에 관계 없이 야권 인사들에게는 계속 수갑을 채워왔다. 2018년 6월 최경환(63)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정원 특활비 사건’ 관련 재판에 출석할 때 교정당국은 그에게 수갑뿐만 아니라 포승줄까지 썼다.
2018년 12월 이병기(74)·남재준(77)·이병호(81) 전 국정원장도 ‘국정원 특활비 사건’ 관련 서울고법에 출석할 때 수갑을 찼다. 이들은 당시 법무부 훈령이 명시한 수갑 면제 가능 대상인 ’70세 이상 노인'이었기도 하다.
이재용 부회장과 같은 재계 인사들도 법정에 출석할 때 꼬박꼬박 수갑을 찼다. ‘롯데 경영 비리 사건’으로 구속됐던 신동빈(66) 롯데그룹 회장 역시 2018년 10월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상태로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이 취재진에게 포착됐다.
2018년 10월 수갑과 포승줄을 착용하고 법정에 출석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명박(80) 전 대통령과 박근혜(69) 전 대통령은 훈령 개정 이후 여성, 노인이라는 등 이유로 출정 시 수갑을 착용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훈령에 준해 관할 교정시설 소장이 수갑 착용 여부를 판단한다”고 했다. 법무부가 따로 지시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법무부 산하기관인 구치소에서 사회적으로 알려진 인물 등에 대해 자의적인 기준으로 수갑을 채웠을리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김 지사는 여권 실세라는 이유로, 전직 대통령은 여론의 반발이 크다는 이유로 수갑을 채우지 않은 것”이라며 “모호한 규정 때문에 정치 논리에 따라 수용자 인권이 좌지우지되는 셈”이라고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전히 대부분 수용자가 수갑을 차고 출정을 나간다” “여론의 주목을 받는 이들만 선별해 훈령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보다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鶴山 ;
더러운 걸레, 걸레는 아무리 빨아도 역시, 걸레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이해를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