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훈일유(一薰一蕕)
향기나는 풀과 누린내나는 풀이라는 뜻으로, 선(善)은 쉽게 잊혀지고 악(惡)은 오래도록 전해진다
一 : 한 일(一/0)
薰 : 향초 훈(艹/14)
一 : 한 일(一/0)
蕕 : 누린내 풀 유(艹/12)
춘추시대 진(晉)나라 헌공(獻公)이 여희(驪姬)를 정실부인으로 삼으려고 거북점(卜)을 쳤는데 불길하다고 나왔다. 헌공이 다시 서초(筮)로 점을 쳤더니 길하다고 나왔다.
헌공이 서초점을 따르겠다고 말하자 거북점을 치는 점쟁이가 말했다. “서초점은 영험하지 않고 거북점이 영험합니다. 더 영험한 점을 따르는 것이 낫습니다. 거북점의 조사(兆辭)에 ‘총애를 과분하게 하면 변란이 일어나 왕의 검은 암양을 빼앗는다. 향초와 누린내 풀을 같이 놔두면 10년이 지나도 악취가 난다.’고 나와 있습니다. 절대로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헌공은 말을 듣지 않고 여희를 부인으로 세웠다. 여희는 해제(奚齊)를 낳았고, 함께 시집왔던 여동생은 탁자(卓子)를 낳았다.
(初, 晉獻公欲以驪姬爲夫人, 卜之, 不吉. 筮之, 吉. 公曰 從筮. 卜人曰, 筮短龜長, 不如從長. 且其繇曰, 專之渝, 攘公之羭. 一薰一蕕, 十年尙猶有臭. 必不可. 弗聽, 立之. 生奚齊, 其娣生卓子.)
여희는 자기 아들 해제를 헌공의 후계자로 세우기 위하여 태자인 신생(申生)을 모함하여 자살하게 만들었다.(⏺ 막제고(藐諸孤) 참조) 이 이야기는 좌전(左傳) 희공(僖公) 4년에 나온다.
후에 신생의 동생 중이(重耳, 훗날의 진문공(晉文公))는 국외로 도피하여 19년이나 망명 생활을 하였다.
그리고 헌공이 죽은 뒤에 해제는 군주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대신들에게 살해당하였고, 여희는 자살하고 말았다. 거북점의 점괘대로 진나라는 조용한 날이 없는 불길한 세월을 보냈던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하여 일훈일유(一薰一蕕)는 향기로운 풀과 악취 나는 풀을 한곳에 두면 향기는 사라지고 악취만 남는 것처럼, 선은 항상 악에 가려지게 마련이라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 一(한 일)은 ❶지사문자로 한 손가락을 옆으로 펴거나 나무젓가락 하나를 옆으로 뉘어 놓은 모양을 나타내어 하나를 뜻한다. 一(일), 二(이), 三(삼)을 弌(일), 弍(이), 弎(삼)으로도 썼으나 주살익(弋; 줄 달린 화살)部는 안표인 막대기이며 한 자루, 두 자루라 세는 것이었다. ❷상형문자로 一자는 ‘하나’나 ‘첫째’, ‘오로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一자는 막대기를 옆으로 눕혀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막대기 하나를 눕혀 숫자 ‘하나’라 했고 두 개는 ‘둘’이라는 식으로 표기를 했다. 이렇게 수를 세는 것을 ‘산가지(算木)’라 한다. 그래서 一자는 숫자 ‘하나’를 뜻하지만 하나만 있는 것은 유일한 것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오로지’나 ‘모든’이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一자가 부수로 지정된 글자들은 숫자와는 관계없이 모양자만을 빌려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一(일)은 (1)하나 (2)한-의 뜻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하나, 일 ②첫째, 첫번째 ③오로지 ④온, 전, 모든 ⑤하나의, 한결같은 ⑥다른, 또 하나의 ⑦잠시(暫時), 한번 ⑧좀, 약간(若干) ⑨만일(萬一) ⑩혹시(或時) ⑪어느 ⑫같다, 동일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한가지 공(共), 한가지 동(同),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무리 등(等)이다. 용례로는 전체의 한 부분을 일부(一部), 한 모양이나 같은 모양을 일반(一般), 한번이나 우선 또는 잠깐을 일단(一旦), 하나로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음을 고정(一定), 어긋남이 없이 한결같게 서로 맞음을 일치(一致), 어느 지역의 전부를 일대(一帶), 한데 묶음이나 한데 아우르는 일을 일괄(一括), 모든 것 또는 온갖 것을 일체(一切), 한 종류나 어떤 종류를 일종(一種), 한집안이나 한가족을 일가(一家), 하나로 연계된 것을 일련(一連), 모조리 쓸어버림이나 죄다 없애 버림을 일소(一掃), 한바탕의 봄꿈처럼 헛된 영화나 덧없는 일이라는 일장춘몽(一場春夢), 한 번 닿기만 하여도 곧 폭발한다는 일촉즉발(一觸卽發), 한 개의 돌을 던져 두 마리의 새를 맞추어 떨어뜨린다는 일석이조(一石二鳥), 한 가지의 일로 두 가지의 이익을 보는 것을 일거양득(一擧兩得) 등에 쓰인다.
▶️ 薰(향초 훈)은 형성문자로 薫(훈)의 본자(本字), 熏(훈)과 통자(通字), 蘍(훈)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연기나 향내가 들어차 있는 뜻의 熏(훈)으로 이루어지며, 향내를 좋게 하는 풀의 뜻이다. 전(轉)하여 좋은 냄새가 나다의 뜻이다. 그래서 薰(훈)은 약물을 태우거나 또는 고열을 가하여 거기에서 발산되는 증기나 연기를 쐬어 병을 치료하는 일의 뜻으로 ①향초(香草) ②향내 ③교훈(敎訓) ④공(功), 공로(功勞) ⑤오랑캐의 이름 ⑥솔솔 불다 ⑦태우다 ⑧훈자(薰煮)하다(태우고 삶다) ⑨향기롭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첫여름에 부는 훈훈한 바람을 훈풍(薰風), 훈훈한 향기를 훈향(薰香), 날씨나 온도가 견디기에 알맞을 정도로 더움 또는 마음을 포근히 감싸 주는 따뜻함을 훈훈(薰薰), 훈도하여 키움을 훈육(薰育), 찌는 듯이 무더움을 훈증(薰蒸), 훈도를 받아 배움을 훈습(薰習), 교화하고 훈육하는 것을 훈도(薰陶), 음력 정월 첫 쥐날子日을 이르는 말로 불을 놓아 쥐를 태워 없애던 풍속에서 유래한 훈서(薰鼠), 향초를 달인 물에 목욕을 함을 훈욕(薰浴), 훈훈한 기운을 훈기(薰氣), 권세 있는 가문을 훈문(薰門), 불에 태우거나 고열을 가하여 그 기운을 쐬어 병을 치료하는 약을 훈약(薰藥), 냄새가 좋은 연기를 훈연(薰煙), 좋은 감화를 주거나 받음을 훈염(薰染), 향료를 옷에 뿌리고 머리를 씻어 몸을 깨끗이 하는 일을 훈목(薰沐), 어떤 스승이나 지도자로부터 교화를 받음을 훈자(薰炙), 위세가 왕성함을 훈혁(薰赫), 꽃다운 향기나 좋은 냄새를 방훈(芳薰), 연기로 인하여 훈훈하게 더움을 연훈(煙薰), 꽃다운 냄새를 향훈(香薰), 누린내 나는 어육과 맵고 독한 냄새 나는 파나 마늘 따위를 전훈(羶薰), 향내 나는 풀과 못된 냄새 나는 풀이라는 뜻으로 착한 사람과 못된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훈유(薰猶) 등에 쓰인다.
▶️ 蕕(누린내 풀 유)는 형성문자로 莸(유)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猶(유)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蕕(유)는 누린내 풀(마편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