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7천여 개 섬의 나라 인도네시아. 그중에서도 인도네시아 동부에 위치한 말루쿠 제도는 4개의 지질판과 대륙 블록들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인도네시아 안에서도 유독 활발한 지질 활동을 일으키는 위험천만한 곳이다.
하지만, 동시에 말루쿠 제도는 예로부터 향료가 많이 생산되는 곳으로 알려져 대항해 시대 이후 서구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기도 했다.
또한, 동양에서는 ‘아름다운 물이 살고 있다’라는 뜻의 美洛居라고도 불릴 만큼 신비한 매력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이런 말루쿠 제도에서도 특히나 쉽사리 가기 힘든 곳이 있으니, 암본섬에서 7시간 가량 배와 차를 거듭 바꿔 타고 가야만 도달할 수 있는 곳, 바로 카수아리(Casuarius) 섬마을이다!
섬의 모양이 화식조(火食鳥) 카수아리의 모습과 흡사해 이름 붙여진 이곳은, 대대로 어부의 삶을 살아온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가구 수는 총 200, 인구는 약 천 명가량으로 오지의 섬마을임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에서 인구밀도가 7번째로 높다.
심지어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148명에 달할 정도로 출산율이 높다.
고립된 섬의 특성상 아이들이 자라서 될 수 있는 직업도 어부 혹은 마을에서 몇 안 되는 소매상 정도다.
농사지을 땅도 없고, 집 지을 공간도 부족해 가구의 3분의 1정도는 수상가옥에 사는 이 마을의 학교에서는 ‘물고기를 그물로 어떻게 잡는지’를 가르칠 정도다.
또, 물자가 부족해 멀리 암본섬까지 왕복 12시간을 달려 기름만 전문적으로 조달해오는 기름 조달꾼이 있는가 하면, 어두워진 밤에만 전기가 들어오고, 생선 보관을 위한 얼음도 섬 밖에서 사 와야만 한다.
물고기를 보관하는 창고도 마을에 단 한 곳 뿐!
그것도 지어진 지 1년이 채 안 됐을 정도로 많은 것이 부족하고, 잦은 폭풍과 홍수로 집들이 잠기기 일쑤지만, 섬 주민들과 아이들은 해맑고 순수하기만 하다. 자식에게 물려줄 것은 오로지 바다뿐인 이곳 부모들.
때문에 새벽 동이 틀 무렵 바다로 향하는 카수아리의 어부들은 결국 바다의 일을 대물림받아야 할 어린 자식들과 동행한다.
특히 배를 살 여력이 되지 않는 어부는 맨손으로도 조업 가능한 작살 어부가 된다.
40년 경력의 라 술레만 씨와 이제 3개월 차가 되어가는 초보 어부 아딧 씨도 그런 작살 어부다.
특히, 암본에서 옷장사를 했던 아딧 씨는 아내의 고향인 카수아리 마을에서 새롭게 어부의 삶을 시작했다.
선배이자 스승인 라 술레만 씨를 따라 다니며 작살 잡이를 배우고 있지만, 베테랑 어부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설상가상으로 인도네시아는 한창 스콜이 만연할 시기. 고된 바닷일을 선택한 아딧 씨를 바라보는 라 술래만 씨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하다.
바다 일이 힘에 부치는 아딧 씨를 위해서 라 술래만 씨는 원기 충전을 위한 코코넛 게를 잡으러 나섰다.
그 모습이 우애 좋은 형제 같기도, 부자 같기도 하다.
코코넛 게로 기운을 얻은 두 사람은, 다시 작살로 대삼치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나선다.
과연, 원하는 대로 대삼치를 잡을 수 있을까?
라 술래만 씨와 아딧 씨를 비롯한 카수아리 사람들은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바다가 주는 만큼 바다에 기대 살아간다.
바다로 인해 웃고, 바다로 인해 마음 아파하지만 이웃 간의 끈끈한 정으로 서로를 붙들고 살아가는 인도네시아 카수아리 마을의 사람들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