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네 문방구3>
-악동시
큰 팬시 마트에는 뭐든 다 있지. 하지만 할머니 문방구는 작고, 물건도 없고, 어두컴컴해.
그런 할머니 문방구를 찾는 아이들은 다 착한 아이들이야. 팔아 주려고 가는 거니까.
난 어떡했는지 알아? 당연히 할머니 가게로 갔지. 마음씨 착한 아이니까.
연필을 사고 싶으면 연필 값을 내고, 사탕이 먹고 싶으면 사탕 값을 내지.
하지만 어떤 친구들은 연필 값만 내고 사탕까지 슬쩍하는 거야. 그래도 할머니는 전혀 모르더라고.......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다음부터는 나도 연필 사면 연필 값만 내고, 사탕까지 슬쩍했지.
다들 그러는데 바보처럼 나만 손해 볼 순 없잖아?
그런데도 할머니는 갈 때마다 활짝 웃으며 맞아 주시는 거야.
어서 오너라! 무얼 줄까?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정말 가져가도 모르는구나 안심하고, 사탕에 초콜릿까지 훔쳐 갖고 나왔지.
하루는 할머니가 돌아가는데 날 부르시는 거야. 얘야! 얘야! 내가 얼마나 놀랐던지.......
할머니가 소리치는 거야. 거스름돈 받아 가야지!
잘못을 들킨 아이처럼 빨개진 얼굴로 거스름돈을 받아 갖고 나왔어.
그런데 세어 보니까 거스름돈을 너무 많이 주신 거 있지.
300원 주시면 되는데 1500원을 주셨더라구. 500원짜리 동전을 100원짜리 동전인 줄 알았나 봐.
결국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돌려주러 갔어! 내가 그렇게까지 나쁜 아이는 아니거든!
돈을 너무 많이 주셨다고 말씀드리고, 다음부터는 훔치지도 말아야지!
하지만 들어갔더니 할머니가 안 보이는 거야.
할머니! 할머니! 불러도 대답이 없어. 어디 가셨는지 기다려도 오지 않았어.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전부터 갖고 싶던 자동차 장난감을 하나 갖고 나왔지.
훔칠 생각은 없었어. 너무 크고 비싼 장난감이어서 그럴 배짱이 생기지 않았거든.
하지만 가게를 나왔는데 내 손에 그 장난감이 들려 있더라구!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했는지 알아?
할머니가 화장실 갈 때나 옥상에 올라가 빨래 걷을 때 들어갔지.
하루는 아이스크림을 갖고 나왔는데, 가게에 들어서던 어떤 형이 나를 잡더라구.
야, 너 그거 돈 내고 가져가는 거야?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아, 참! 하고 얼른 주머니에 있는 돈을 꺼내 계산대 위에 올려놨지.
그 다음부터 어떡했는지 알아?
나보다 어린 애들이 물건을 훔쳐 갖고 나오면 골목에 있다가 불렀지.
주머니를 뒤진 다음 물었지, 너 이거 훔친 거지? 훔친 거잖아? 내가 할머니한테 가서 물어 본다?
그런 다음 어떡했는지 알아?
너 도둑질한 거 내가 눈감아 줄 테니까, 앞으로 나한테 용돈 갖다 바쳐.
안 그러면 문방구 할머니한테 이르고 너희 엄마한테도 말하고 너희 반 아이들한테도 다 말할 테니까!
그랬더니 그 애가 자기 형을 데려왔더라구. 니가 내 동생 괴롭혔어?
저 자식이 도둑질을 하길래, 하지 말라고 경고한 거야! 말하니까 찍소리도 못 하더라고,
나도 한마디 해줬지. 네 잘못을 눈감아 주려 했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는구나?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알아?
나한테 걸려 용돈 갖다 바치는 애들만 다섯 명이나 되었어.
내가 할머니 가게를 보살펴 준 거나 마찬가지지!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
하루는 교장이 부르더니, 교장 선생님다운 어려운 단어로 묻더라고.
네가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갈취했니?
어떻게 됐는지 알겠지?
문제아로 찍힌 거야. 전교생 중에 모르는 애들이 없었지.
나를 쳐다보며 수군거리는 애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어, 뭘 봐?
일이 학년 꼬맹이들은 그렇게만 말해도 울면서 가더라고.
얼마나 귀여운지!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꼬맹이들만 보면 웃으며 괴롭혀 주었지.
그러니까 형들이 어떻게 했는지 알아?
나를 찾아와 조용히 묻더라. 너 우리 모임에 들어오지 않을래?
그래서 어떡했는지 알아?
제일 센 모임에 들어가 줬지. 내가 그 형들이랑 뭐 했는지 알아?
한꺼번에 아무 가게나 몰려가 이것저것 사는 척하며 아무거나 훔쳤지.
그래, 그래서 들어가게 된 거야.
소년원에서 나랑 똑같은 아이를 만난 거 알아?
녀석도 할머니 가게에 물건 팔아 주려고 갔다가, 자기도 모르게 훔치기 시작했다는 거야.
그래서 우리가 어떡했는지 알아? 교도소 나가면 같이 그 할망구 가게에 가기로 했지!
가서 어떡할 건지 알아?
그건 비밀이야.
난 어떻게 할지 미리 정하고 사는 그런 순진한 범생이 따위가 아니거든!
- <동시마중> 2022년 1.2월호
- <올해의 동시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