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노트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은 바로 제임스 토박 감독의 1978년작 <핑거스>를 리메이크했다. 당시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05년 여름 꼭 봐야 할 영화’로 뽑혔던 그 영화를 리메이크하면서, 원작에 나오는 뉴욕 조직범죄의 세계를 파리를 배경으로 치졸한 투자자들과 비윤리적 행위로 가득 찬 불법 부동산 판으로 바꿔 놓았다. 무대가 프랑스로 바뀐 것을 눈여겨 볼 만하다. 급격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톰 역의 로맹 듀뤼스는 <스패니쉬 아파트먼트>와 <추방된 사람들>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30년 전의 영화 <핑거스>에서 하비 케이틀의 모습을 독특하게 재연해내고 있다. <핑거스>가 폭력적인 아버지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 사이에서 방황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잘 묘사하고 있다면, 이 작품은 이미 10년 전 어머니가 죽은 상태로 시작해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원망, 자신의 미래 사이에서 고뇌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2005년 세자르영화상의 8개 부문을 휩쓸었으며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은곰상을 수상했다. <인도차이나>(1992) 이후 10년도 더 지나 스크린에 나타난 린당팜의 성숙한 모습도 흥미를 끈다.
씨네21 리뷰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은 <디판> <러스트 앤 본> <예언자>의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11년 전 만든 작품으로, 시간 순서상 <예언자> 앞에 놓인다. 감독의 유일한 음악영화이자 갱스터영화의 장르적 특성이 공존한다. 28살 부동산 브로커 토마(로맹 뒤리스)는 멀쩡한 건물의 창을 부수고 쥐를 풀어 사람들을 거리로 내쫓곤 한다. 수익 문제로 동업자들과 다투는 일은 다반사이며 아버지(닐스 아르스트럽)에게까지 불법 행위를 종용받는다. 어느 날, 토마는 콘서트 피아니스트였던 엄마의 옛 에이전시 대표를 우연히 만난다. 대표는 그에게 오디션을 제안한다. 그날로 토마는 개인 지도를 받고 매일 밤 연주에 매달리며 열성적으로 오디션을 준비한다. 토마가 피아노에 푹 빠진 사이 내팽개쳐둔 생업의 문제와 무심히 저질렀던 행동들은 시간이 지나 그의 발목을 잡는다.
제임스 토백 감독의 70년대 범죄 드라마 <핑거스>를 리메이크했다. 뉴욕 범죄 신에서 파리의 불법 부동산 업계로 무대를 옮겨온 것을 비롯해 몇몇 설정을 바꿔 컬트적 성격이 짙은 범죄 드라마에 현실적인 색채를 입혔다. 성장 드라마를 동반한 여타 음악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의 주인공은 천부적 재능을 가지지도 않았고 음악으로 극적인 성취를 일구지도 않는다. 영화는 윤리와 규범의 바깥에 놓인 주인공의 현실을 묘사하는 데 공을 들인다. 연주곡 하나를 오랜 시간 정성들여 연습하고, 헤드폰을 끼고 좋아하는 음악에 심취하는 작은 행위들이 주인공에게 지닌 의미를 부각시킨다. 인물의 표정 변화며 미세한 손 떨림을 담아내는 익스트림 클로즈업, 심리 변화를 묵묵히 따라가는 롱테이크는 한 인물에게 바짝 다가서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된다. 토마가 반복해서 연습한 바흐의 토카타 E단조와 헤드폰으로 듣던 EDM 음악들은 그가 속한 두 이질적인 세계를 대변한다. 음악감독 알렉상드르 데스플라는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활용해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 선 한 청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폭력이 살아 있는 세계, 한 인물의 삶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 등 감독의 인장들이 좀더 날것으로 살아 있는 작품이다. 글 김수빈 2016-12-14
출처: 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