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들이... 후덥지근한 밤공기에 끈적해진......
성민(가명)의 얼굴에 마구 달라 붙었지만......
그는... 손을 휘저어... 그것들을 뿌리칠 힘조차 잃어가고 있었다.
잠자코... 벌써 몇 시간 째... 아무 생각없이 내려다 보고 있는 강물.
손을 더듬거려 담뱃갑을 찾았다.
찌그러진 담뱃갑에서... 이제 몇 가치 남지 않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강 바람을 피해 어깨를 웅크리고... 두 손을 모은 후
겨우...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의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성민은 지금... 홀로... 이미 어둠이 많이 깊어졌을......
어느 강(江)의... 낮으막한 다리위에 앉아 있었다.
불과... 지난 해 겨울까지만 해도......
자동차가 뻔질나게 지나 다니던 그 작고 나트막한 다리는......
저... 아래 쪽에... 높고 커다란 현대식 다리가 생기면서 부터......
차량통행을 금하고 있어... 이젠 아주 한적한 곳이 되어 버렸다.
성민은... 오히려 그 편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왼 쪽... 강 둑을 따라... 간간히 달리는 자동차 불 빛이......
새로 생긴... 웅장한 다리 위를 지나......
건너편 언덕 아래로 사라지곤 했다.
담배 연기를 한 모금... 깊숙히 들이 마셨다.
뒤 이어... 현깃증이 따르고......
머리 속은 갑자기 희뿌연 연기로 가득찬 듯 의식이 흐릿해졌다.
그는... 아무 것도... 정말이지...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몸을 뒤로 비스듬히 반 쯤 눕힌 채......
손을 뻗어... 소주병을 들었다.
손에 든 소주병을... 입에 쑤셔넣듯 하면서......
목을 양껏 뒤도 재켰지만......
한 두 방울이나 목구멍으로 흘러 들었을 까...???
더 이상... 그 병에도... 술은 남아 있지 않았다.
몸을 뒤틀어 술병들을 내려다 보았지만......
성민의 곁에 함부로 나뒹굴어진 두 개의 소주병은......
벌써... 모두 비어 있었다.
"젠~장!" 무엇에게인지 알 수 없는 욕설을 내뱉으며......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소주병을 다리난간에 힘껏 내리쳤다.
밤하늘을 가르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산산히 부셔진 유리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순간 검지 손가락 끝이 뜨끔해짐을 느꼈다.
성민을 그 손가락을 눈 앞에 치켜들고 흐릿한 눈 빛으로 바라 보았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끈적한 피같은 것이......
손바닥을 타고... 손 목으로 흘러 내리는 것 같았다.
그의 안면 근육이 일그러지듯... 실룩 거리기 시작하더니......
별안간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푸... 푸하하... 우 하하하... 으 하하하하~~~~~~ "
공허한 절규같은 웃음소리가... 강 바닥을 훓어 올라......
허공으로... 메아리져 갔다.
때마침... 강 둑길을 올라... 다리로 향하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 빛이... 그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비추었다.
어두운 장막 속에서... 붉게 일그러진 그의 얼굴 가득......
눈물이 범벅이 되어... 흐르고 있었다.
성민은 뒤로 쓰러지듯 누웠다.
시멘트 바닥에 부딪친 머리에 아픔같은 것은 느낄 수 조차 없었다.
깜깜한 하늘이... 그의 눈물 번진 헝클어진 머리칼 사이로......
마치... 죽음처럼... 펼쳐져 있었다.
별 인지... 아니면... 비행기 불 빛인지 모를......
새파란 반짝임 하나가... 빙글 빙글... 크게 원을 그리면서......
어디론 가... 향하고 있었다.
>>>>>> 다음에.............
첫댓글 "버려진 약속"...... 김 종 환
흑~~흑~아고 슬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