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오빠들 사이에 커서 여성스러운 면이 별로 없는 아이였다. 집안 일 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화장이나 옷을 이쁘게 꾸미는 일도 잘 하지 못한다.
거기다 힘은 어찌나 좋은지, 볼링을 쳐도 14파운드를 들고 칠 정도이며, 어린시절 투포환으로 상장까지 받은 아이다. --;;
내가 길거에서 깡패를 만났다고 오빠에게 말하면 우리 오빠는 그 깡패 괜찮냐고 오히려 깡패를 걱정해 준다.
심지어 고 1때는 깡패들에게 둘러 쌓여 화장실에 끌려 갔다가 그 위기를 넘기기 위해 화장실 유리창을 손으로 깨서 위기를 모면한 적도 있다. ^^a
치마를 입고서도 나무며, 구름사다리를 넘나들 정도로, 나는 사실 여성스런 면이 별로 없다.
그런 내가.. 30대가 되어서야 슬슬 철이 드나보다. ^^; 최근에는 요리에 취미를 붙이는 중이며, 거기다 올 겨울에는 뜨개질을 처음으로 배워 내 주변 사람들에게 모자와 털 목도리를 선물해 주었던 것이다.
그런 내가 올 겨울의 마지막을 보내면서 나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다.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은 털실 두개를 합쳐 만드는 숄모양의 조끼다. 과연 내가 잘 만들 수 있을까???
사실 처음 시작하고서는 많이 후회하기도 했다.
목도리때와는 달리 만드는 시간이 장난 아니게 많이 드는 것이다. 거기다 넓기가 길다보니 좁은 목도리 처럼 쑥쑥 늘어 나는 느낌이 들지도 않고 떠도 떠도 길어지지 않는 숄을 보며... 어찌나 김이 빠진던지.. ㅠㅠ
그나마 반을 완성하고 나서부터 조금 얼굴이 밝아 졌다. ^^ 지금 이 사진이 딱 반을 완성했을 때 모습... *^^*
올 겨울이 가기전에 과연 완성 할수 있을까??? ^^;;
얼마전 제사때 본가에 가서 뜨개질을 하는 나의 모습을 본 둘째오빠...!!! 그날 내 모습 보고 많이 놀랬나 보다. ^^a
"너 내 까페에 올려져 있는 글 못 읽었지?"
"무슨 글???"
"이상하게 갑자기 엄마께서 우리 조끼며 옷 만들어 주던 생각이 나서 사무실에서 글을 극적여 놓았었거든... 그런데 몇일 뒤 너의 이런 모습 보니깐 너무 좋다. ^^b"
오빠가 써 놓았다는 글이 너무 궁금해 오빠가 운영하는 니트모임 다음까페에 들어가 오빠가 써 놓은 글을 읽어 보게 되었다. (참고로 오빠는 니트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제목 : 내가 본 마지막 니트~!
2005/01/08 23:00
어릴적에 잠시 아버님 일로 부산에서 잠시 산적이 있다~!
부산이라해서 도시 같기도 하겠지만 사실, 부산 도심에서도 많이 떨어진 부산시 해운대구 반여1동에 집이 있었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1시간 정도의 거리~! 버스가 있긴 했지만 넉넉치 못한 형편으로 초등학교 3학년까지 걸어 다녔다~! 그때는 비오는 날이면 버스를 타고 가는 동급생들이 굉장히 부러웠다~!
그 힘들었던 어린 시절의 사진 속에 눈이 참 많이 내리던 어느날 형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는데 그 사진 속 형제들은 둘다 니트 조끼와 방울 달린 니트 모자를 쓰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귀여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의 내 생각은 달랐다~!
왠지 가게에서 파는 옷들은 다 좋아 보였고 어머님께서 뜨게질해 주신 니트는 촌스러워 보였다~! 부산에서도 변두리 촌에서 뭐 그 정도의 촌스러움이야 뭐 어떻게나... 하지만, 아버님의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 서울의 초등학교로 전학오게 되면서는 그게 아니였다~!
다들 백화점에서나 팔거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틈에 왠지 더욱 촌스러워만 보이는 어머님께서 뜨게질해 주신 니트....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갈수록 점점 멀리 하게 되었다~!
6한년때 담임 선생님은 여자분이셨는데 평소에 촌지를 밝히시는 별루 평판에 좋지 못한 선생님이셨다~!
별루 넉넉치 못한 형편이라 우리집에선 촌지는 꿈에도 못 꾸었는데 어느날 내가 입고간 니트를 보시곤 어머님께 자신의 아들 옷도 부탁하였다~!
난 어머님께 부탁을 했고 어머님께선 어려운 형편과 힘든 시집살이에도 틈을 내어 니트를 짜 주셨고 촌지를 대신한 그 니트를 선물하게 되었다~!
아마 내가 어머님께서 뜨게질해 주시던 니트와 멀어진 것도 그 당시였을 것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 내가 니트를 짜는 편직인이 되었을때 오늘처럼 눈내리던 어느 시골의 겨울날 방한칸에서 한올 한올 밤을 세워 뜨게질하던 니트를 어버님의 넓은 어깨위에 맞추어 보시던 그 모습들이 그리워진다~!
이젠 나도 그런 마음들로 니트를 짜내려 가야 할거 같다....
- 어느 눈내린날 사무실에서 - 바다지니(최상호)
오빠가 사무실에 올렸다는 어린 날의 회상을 보며... 가슴이 참으로 뭉클해 졌었다.
사실 나는 최근 내가 직접 손뜨개를 배우고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나 역시도 그 시절을 많이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오빠보다 더 어렸을때 일이라 그런지... 어린 시절 엄마께서 만들어 주셨던 그 옷들에 대한 기억이 참으로 좋다.
넉넉치 못했던 그 시절 엄마께서는 해가 바뀔 수록 쑥쑥 크는 우리들의 몸때문에 해가 지나면 전년도 옷을 다시 풀러서 다시 만들어 주셨는데, 실을 삶아 꼬불 꼬불 거렸던 실을 실타래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는 늘 엄마 앞에서 두 손을 나란히 한 상태에서 엄마를 도와 주었던 것이다. ^^
그리고 나는 어린 시절 엄마께서 아빠의 조끼를 떠 줄때의 기억이 참으로 좋다.
아빠에게 돌아서 앉아 보라고 한뒤 아빠의 넓은 어깨를 엄마께서 만들고 있는 조끼를 대어 보시며 싸이즈를 살펴보는 엄마의 모습과 아빠의 모습...!!! 그 사랑스런 모습이 나의 뇌리에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아마 나는 그때 당시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도 커서 결혼을 하면 엄마처럼 늘 저렇게 사랑스런 가족들을 위해 옷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 *^^*
엄마께서 만들때만 해도 직접 손뜨개로 옷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많은 정성과 시간과 힘이 드는 일인지 몰랐었는데, 막상 내가 직접 경험하고 나니 정말 그 정성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많았지만... 포기 하지 않고 열심히 만든 희야.. ^^;
드디어 옷을 완성하였다. ^^
정말 옷을 완성한 순간 나도 모르게 만세 삼창을 하고 싶을 정도로 가슴이 뜨거워 지는 순간이었다. *^^*
아직 엄마처럼 여러가지 모양을 넣고 복잡한 옷을 만드는 작업은 하지 못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잘 만들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때가 되면 내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한땀 한땀 엮어서 사랑의 옷을 만들어 주고 싶다.
To. 사랑하는 엄마께~
엄마 오늘 철없는 딸이 처음으로 털실로 옷을 만들었어요. 어설픈 손놀림으로 만든 옷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완성한 옷을 보니 엄마께서도 이 딸이 기특하고 신기하시죠? *^^*
요즘들어 내가 "엄마 딸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께 배운것도 아닌데, 그냥 요리책만 보고 척척 만들어 내는 음식들을 보며 30년 동안 엄마의 맛있는 음식 먹고 자란 것이 그냥 자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마 엄마의 음식솜씨가 좋지 않았다면 이렇게 미각이 발달 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음식 만들어 주변 사람들 초대해서 대접하는거... 그것도 딱 엄마 닮은 것 같아요.
평상시에도 늘 주변 분들에게 나눠주기를 좋아하는 엄마지만, 특히나 여름만 되면 동네 어르신들 불러서는 엄마께서 우묵가사리로 직접 만든 묵이랑 직접 갈아 만든 콩으로 콩국수 만들어 주변 어른들 대접하곤 했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저는 유난히도 음식을 만들면 주변사람들을 초대해 맛있게 먹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행복해 지는 것 같아요. 거기다 엄마 닮아서 손을 어찌나 큰지... 매번 혼자 먹기에는 많은 양들의 음식을 해서 곤욕이예요. ^^;;
그리고 올 겨울에 처음 배운 손뜨개... 저 처음 손뜨개 할때는 내 자신도 너무 신기해서 심장이 뛸 정도였어요.
하면 할수록 손놀림도 빨라지고 모양도 이뻐지고... 털실가게 언니도 제가 손뜨개 하는 모습을 보시더니 처음 같지 않다고 소질이 있어 보인다고 하네요. 아마 이것도 엄마에게 물려 받은 재능이겠죠?
딸은 엄마 닮는 다고 하던데... 엄마... 희야도 언젠가는 엄마처럼 내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옷을 만들어 주고 목도리를 만들어주며 행복해 할 날이 오겠죠?
남편의 어깨를 재어 보며... 엄마께서 조끼를 뜨던 그 모습 저는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었는데... 언젠가는 제가 엄마의 그 모습과 같은 주인공이 될수 있기를 바래요.
엄마께서 한 남자에게 평생을 사랑 받은 것 같이... 희야도 언젠가는 꼭 그런 날이 오리라 믿어요.
많은 것을 저에게 물려주신 엄마... 사랑합니다.
사랑 많은 가족에서 따뜻한 마음을 갖고 커가도록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슴 벅찬 날 희야가~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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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간만에 와서는 정말.. 눈물이 나려구.. 하네.. 열쉬.. 희야... 감기 조심하구.. 정말 옷 이쁘다..
슬픈눈물 잘 지내지? ^^ 언제 얼굴 한번 봐야하는뎅... ^^;;;
정말 가슴 따뜻한 글입니다. 읽으면서 감동을 느끼게 해주네요 ^^ 오빠의 글도 좋았고 동생분도 좋고, 아마도 오누이 관계가 괜찮은 듯싶습니다.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댓글이 너무 늦은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첫작품 축하해요 ^**^
ㅋㅋㅋ 까만 니트가 배트맨 옷같다!!
헉... 배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