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SAN FRANCISCO 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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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음악 감독을 맡게 된 한국인 지휘자 김은선
지휘자 김은선(39) 씨가 2021년부터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음악 감독을 맡는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역사의 첫 여성 음악 감독이자, 미국의 메이저 오페라단에서 음악감독을 맡는 첫 여성이 됐다.
한국에서 태어난 김은선 감독은 서울에서 작곡 및 지휘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슈투트가르트 국립예술대학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지난 2008년 5월 스페인에서 열린 '헤수스 로페즈 코보스 국제오페라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이후 유럽과 미국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며 명성을 쌓아왔다.
올해 6월 그는 드보르작의 루살카로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 데뷔했다. 미국 진출 2년 만에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1923년에 창단한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이어 북미에서 두 번째로 크고, 전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졌다.
김 씨는 오케스트라, 코러스, 음악 스태프를 이끄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역대 네 번째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게 된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 따르면 김 씨는 악단 최초로 첫 5년 계약 기간 중, 시즌마다 최대 4회의 프로덕션을 지휘하게 됐다.
오는 2020-2021시즌 오프닝 프로덕션인 베토벤의 '피델리오'가 지휘자로서 그의 첫 공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출처,SAN FRANCISCO OPERA
올해 6월 그는 드보르작의 루살카로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 데뷔했다
매튜 실벅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총재는 김은선 지휘자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 독특한 에너지를 불어넣어 줬다"라면서 그의 "사려 깊은 리더십, 깊은 공감과 극장의 모든 이에 대한 놀라운 존중"을 극찬했다.
"지휘대에서 뛰어는 비전을 통해 리드할 뿐 아니라 창의적인 과정에 있어 모든 사람을 환영하고 모두가 최고의 역량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합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가 발표한 성명에 김 씨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첫 무대에 섰을 때 고향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2019년 실벅 총재는 '다양성, 공정성 및 커뮤니티 부서'를 창립하는 등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여름,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난 수십 년간 동료 예술인에게 성희롱 등을 일삼아왔다는 미투 의혹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는 적극적으로 그의 공연을 취소했다.
노승림 음악평론가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미국 오페라계에서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는 젠더 감수성을 높이려는 의지를 보여왔으며, "특히 도밍고 미투 사건 이후, 이번 김은선 음악 감독 임명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의 결단력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클래식 음악계의 유리천장
김은선 음악 감독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할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1912년생이라고 할머니를 소개하며, 그 시대에는 여성이 의사인 것이 지극히 이례적이라 할머니는 항상 "여성 의사"라고 불리셨지만, 생에 여성 의사들이 그냥 "의사"로만 불릴 수 있다는 것을 보셨다고 전했다.
그는 "그래서 제가 여성 최초 음악 감독이 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라면서 "한편으로는 미래에 우리도 그냥 '지휘자'로 불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MARIANA GARCIA
마린 올솝은 볼티모어 심포니의 음악 감독이다
여성 지휘자 수는 점점 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권위적인 악단의 총괄 지휘를 여성 지휘자가 맡는 것은 아직은 이례적인 일이다.
노승림 음악평론가는 "한국의 경우 클래식 여성 지휘자 장벽이 더 높다"고 강조하며, "김은선 감독의 임명이 가져다주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영국 음반 전문지 그라머폰이 선정한 '최고 지휘자 50명' 중 여성은 없었으며, 런던의 클래식 음악 잡지인 '바흐트랙'이 발표한 2018년 통계에 따르면, 클래식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지휘자 100명 중 단 5명만 여성이었다.
미국 클래식계도 김은선 음악 감독 외에 음악 감독을 맡은 여성은 볼티모어 심포니의 마린 올솝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