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오인태 시인의 '밥상머리 인문학'을 읽고...
2023년 1월 12일 목요일
음력 壬寅年 섣달 스무하룻날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일기예보를 검색했다.
영하 11도의 기온이다. 낮으로 가면서 영상으로
이어질 것이란다. 뿐만아니라 겨울답지 않게 비가
내리다가 주말에는 눈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며칠은 영상이라고 하니 좋기는 하지만 계절과는
다른 날씨의 변화는 썩 좋은 상태는 아닐 것이다.
오늘은 책 한 권을 촌부의 일기 화두로 삼아보련다.
새해에 들어 너무나 감명깊게 읽은 책이 있다.
바로 오인태 시인의 '밥상머리 인문학'이 그 책이다.
오인태 시인은 교육학 박사이며 멀리 지리산 자락
하동의 묵계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재직중이신
교육자이다.
책소개를 하기전에 오인태 시인님과의 인연부터
먼저 말하고 시작을 해야겠다. 언제인지는 잘 기억
나지 않는데 어느해 페이스북에서 페친이시며 고향
남해 미조에서 '촌놈횟집'을 운영하며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신 박대엽 선배님과 지금은 전북 전주에서
'오디오콘텐츠연구소'를 설립해 '토크송아티스트'란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개발하여 '디지털 시집' 등을
연구하는 엄미영 작가님으로 인하여 시인님을 알게
되었다. 아직 일면식은 없지만 지금껏 페이스북에서
페친으로 소통하고 있다. 당시 시인님은 이 촌부의
고향 남해에서 교육청 장학사로 재직하고 계셨는데
이따금씩 올려주시는 글과 사진이 너무나 인상적인
것이라서 시인이기 이전에 심성 또한 곱고 반듯한
교육자가 아닐까 싶었다. 아마 틀림이 없을 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유심히 봐오던 시인님의 밥상,
개다리소반에 차린 밥과 국, 두어 가지 반찬이 너무
정갈하고 깔끔하고 맛깔스럽게 보였다. 특히 시인님
밥상의 주인공은 국이었다. 옛부터 조상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식생활에서 국이나
찌개는 우리 밥상에서 주인공이라고 해도 아마 틀린
말은 아닐 게다. 그런데 시인님은 계절에 맞는 국을
정성을 다해 끓여 밥상에 올린다. 틀림없이 그 누구
라 해도 주부가 아닌 남정네가 차려놓은 밥상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멋진 밥상이라 여겨진다.
이러한 촌부의 생각과 느낌이 너무 과한 것일까?
아니다. 분명히 아니다. 시인님의 밥상은 틀림없이
소박한 듯하지만 너무나 멋지고 아름답고 정갈하여
그 어떤 일품요리도 저리가라고 할 정도의 대단한
밥상이라서 지금껏 많은 교훈을 받고 있는 밥상이다.
그런 밥상과 시인님의 밥상머리 생각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세상에 선을 보인 것이다. 너무 고맙고
감사한 마음, 이 자리를 빌려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은 계절별로 엮어 놓았다. 책을 보는 이들에게
그 계절에 맞는 밥상을 소개하고 그에 맞는 시인님
생각들을 곱디고운 섬세함으로 채워놓았다. 계절에
들어가기 전에 그 계절에 걸맞는 간결한 메시지를
적어놓았다. 참 좋다. 그냥 그것만으로도 그 계절을
느끼게 된다. 이 메시지이야말로 한 눈에 보는 바로
시인님이 말하는 '밥상머리 인문학'이 아닐까 싶다.
너무 감명깊은 멋진 한 편의 詩와 같은 그 메시지를
여기에 옮겨본다.
봄,
이렇게 문득 양지꽃 같은 사람이 그리운 것은
그런 사람이 썩 드물다는 반증 아니겠는가.
여름,
더불어 나무, 풀, 꽃, 짐승, 벌레들이 있었다.
너무나 구체적이고 아름다운, 이 살가운 생명 이웃들.
가을,
사람은 누구나 살아온 세월의 더께만큼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보다 두툼하고 값진 책이 없다.
겨울,
따뜻한 밥 한번 꼭 나눌 수 있기를...... 더 늦기 전에.
시인님의 이 책은 간결한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아주
많은 교훈이 내포된 메시지가 담겨있다. 어렵다거나
많이 복잡함이 얽혀있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쉽게
다가가고 누구나 공감을 할 수 있음이 이 책을 엮은
시인님의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다. 음식을 다루는
'밥상머리 인문학'이란 책의 제목에서 오는 묵직한
느낌은 없다. 섬세한 필력이 주는 그 느낌은 아마도
책을 읽는 독자들을 배려한 시인님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촌부도 많은 교훈을 받았다. 생각에
이 책을 읽는 다른 분들의 생각 또한 그럴 것이라고
감히 단언을 해본다. 집필하시느라 수고하신 오인태
시인님께 근래 보기드문 감명깊은 책을 읽게 해주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시인 이전에 이 나라의
교육자로서 참된 교육의 장을 열어 자라는 아이들의
꿈을 위해 많은 노력을 부탁드리면서 건필하시기를
바라는 촌부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지 시인님의 책을
평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필력이 오래되신 유명한
시인님의 글을 어찌 감히 이 촌부가 평을 하겠는가?
그저 책을 읽은 독자의 독후감일 뿐이다.
끝으로 한 가지 더,
이 책을 읽다보면 '게미'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촌부가 알기에 이 말은 경상도 특히 촌부의 고향인
남해에서는 흔히들 잘 쓰는 말이다. 그런데 다른 곳,
수도권이나 다른 지방에서 흔히 쓰는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웃지못할 오래전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적어보려고 한다.
'게미'라는 말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
그 음식 속에 녹아 있는 독특한 맛’ 이라고 적혀있다.
1981년 신혼초에 '게미'란 말의 뜻을 몰라 아내가
무슨 말이냐며 전화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고향 남해에 계시던 할머님께서 손자의 신혼집에
오셨는데 아내는 하늘과 같은 시할머니가 오셨으니
나름 정성껏 음식을 차려 밥상을 준비했던 것이다.
그런데 할머님이 "아따~ 참말로 게미가 있네!'라고
하셨단다. 수원 출신 아내는 그 말씀의 뜻을 몰라서
좋다시는 것인지, 안좋으시다는 것인지 안절부절을
하다가 공중전화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촌부에게
연락해 무슨 말씀이냐고 하는 바람에 한참을 웃었다.
"그랬구나! 게미있네! 라는 할머님의 말씀은 좋다는
뜻이니까 걱정 안해도 된다."라고 했더니 그따서야
안심하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지금껏 아내가 만든
맛난 음식을 먹으며 "게미있네!" 라고 말하면 그때
생각이 난다면서 웃곤한다.
첫댓글
촌부님
카페에[ 책읽는동네] 방을 만들었어요
그 방에 책소개로 올려 주세요.
게미 의 뜻을 알게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게미있네요.
촌부님의 글은 삶의 이야기이며
진솔한 생활상이라서 너무 너무 생동감이 있어요.
게미 많은날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