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 뒤는 남덕유산, 그 오른쪽은 남덕유산 서봉, 그 앞은 삿갓봉
이 산은 흔히 소백산맥이 지리산으로 뻗어 내리는 어간에 일구어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신
경준의 산경표(山經表)에는 오히려 백두대간(白頭大幹)의 한줄기로서 꼽고 있다. 한반도를
동서로 구분하는 그 분수령으로 본 것이다. 거기다가 또 신기한 것은 이 산이 뻗어나가 거기
한반도 남반부의 가장 큰 산덩어리(山塊)를 이루는 지리산이 동서로 뻗었는데, 이 산은 오히
려 그것을 위에서 깔고 누르듯 남북으로 내리쏠리고 있는 것이니, 말하자면 이 산의 무게가
들어 지리산의 받침이 튼튼한 것이 되고, 또 거꾸로 보면 그 지리산의 안정감은 오히려 이 산
의 중압으로 빚어진 결과로 보이는 것이다. 그로써 또 한반도 전체 산지의 구도가 비로소 확
실하게 잡히는 것이다.
―― 김장호(金長好), 『韓國名山記』중 ‘덕유산’
▶ 산행일시 : 2020년 6월 20일(토), 맑음, 운무 속 더운 날씨
▶ 산행인원 : 15명(모닥불, 하늘비, 최희자, 수미, 악수, 대간거사, 일보, 소백, 챔프,
산정무한, 수담, 신가이버, 오모, 무불, 메아리)
▶ 산행시간 : 11시간 32분
▶ 산행거리 : 수담 님 오룩스 맵은 도상 18.2km, 산정무한 님의 것은 20.8km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0 : 25 - 동서울터미널 출발
02 : 00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인삼랜드휴게소
03 : 48 ~ 04 : 14 - 거창군 북상면 산수리 마학골, 산행준비, 산행시작
05 : 09 - 910m 고지, 첫 휴식
05 : 53 - 1,216.4m봉 아래, 아침요기
06 : 21 - 1,216.4m봉
07 : 05 - 안부
08 : 08 - 슬랩, 1,284.2m봉
08 : 35 - 덕유주릉
08 : 50 - 무룡산(舞龍山, △1,492.1m)
09 : 22 - 1,425.4m봉
09 : 38 - 1,432.2m봉(대기봉), ┣자 능선 분기, 직진은 덕유주릉
10 : 00 - 1,379.9m봉
10 : 36 - 1,142.6m봉, 헬기장
11 : 10 - 임도
11 : 40 ~ 12 : 15 - 뒷골, 산수경로당, 1부 산행종료, 점심
12 : 23 - 병곡리계곡 입구, 빙기실교, 2부 산행시작
14 : 28 - 1,110m봉
15 : 25 - 병곡리계곡
15 : 46 - 병곡리계곡 입구, 빙기실교, 산행종료
16 : 24 ~ 18 : 25 - 안의, 목욕, 저녁
21 : 50(?)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1. 산행지도(1부 산행, 무룡산,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1-2. 산행지도(2부 산행,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1-3. 산행 고도표(수담 님 오룩스 맵)
▶ 1,284.2m봉
산수리. 밤이슬이 이슬비가 온 듯이 내렸다. 밤이슬이 원래 하얀 걸까? 아니면 캄캄한 밤에
이슬방울이 헤드램프에 반사되어 하얗게 보이는 걸까? 헤드램프 불빛이 닿는 길섶의 풀숲과
울창하게 우거진 나뭇잎마다 마치 서설이 내린 것처럼 새하얗다. 장관이다. 비가 올 때는 이
러지 않았다. 두메 산골마을 밤의 은밀한 역사를 본다.
산자락 도는 산간도로다. 더 들어가다가는 버스를 돌릴 일이 염려되어 산수리 마학골 근처에
서 멈춘다. 잘 난 도로를 따라간다. 버스로 더 가도 될 뻔했다. ‘물소리펜션 0.8km’이라는 안
내판이 보이니 적어도 그 이상은 걸어가야 할 것. 산자락 굽이굽이 돈다. 23분이 지나 산모퉁
이 돌 무렵 풀숲 묵은 임도가 보여 도로를 버리고 산속에 든다.
풀숲 헤치니 비처럼 내린 밤이슬에 바지자락이 금방 젖는다. 버려진 딩고더덕이다. 비린 풀
냄새가 난다. 지도 자세히 읽어 생사면을 냅다 올려친다. 되게 가파르다. 갈지(之)자를 그리
며 오르려는데 번번이 한일(一)자를 그리고 만다. 긴다. 거친 숨을 한참 모아 능선을 잡는다.
인적 드문 산죽 숲이다. 산죽 숲 벗어나 가파름이 잠깐 수그러들고 첫 휴식한다.
새벽에 산중에서 온갖 새들이 부산스럽게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 아침이 저절로 오는 게 아
니라는 생각이 든다. 새들이 울력하여 아침 해를 부상(扶桑)에서 끌어내느라 저러리라. 해
가 뜨고 나면 새들은 할 일을 마쳤다는 듯이 지저귀기를 뚝 그친다. 하늘 푹 가린 숲속이라
서 우리는 아침 해가 뜨는 줄도 모르고 날이 새었다.
1,216.4m봉을 오르기 전에 휴식하기 좋은 널찍한 풀밭이 나오는 바람에 아예 아침밥을 먹는
다. 이번에는 내 아침식단을 개선한답시고 딸기 잼 넣은 손바닥 크기의 우리 밀 빵 1개과 굵
은 노란 감자 2개를 먹었는데 이게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었다. 휴식할 때마다 탁주로 벌충했
으나 물배만 불렀지 오전 1부 산행 내내 허기져서 혼났다.
내 눈이 침침한가 싶더니 안개 속이다. 고도를 높일수록 안개가 짙어진다. 어쩌면 작년에 중
국 황산을 갔을 때의 그런 광경을 목도하게 되지나 않을까 기대가 자못 크다. 그때 황산은 산
아래는 금방 비가 올 듯이 흐리고 캄캄한 안개 속이었는데 케이블카 탄 우리는 어느 순간 구
름 위로 불쑥 솟았고 수많은 침봉들이 섬들 마냥 늘어선 가이드도 매우 드물게 본다는 기경
이었다.
서둘러 1,216.4m봉을 오른다. 잡목 숲속이다. 어렵사리 머리 내밀어 사방을 둘러보니 삿갓
봉이 운해 위에 떠 있는 고도이되 옅은 안개에 가려 흐릿하다. 그러나 무룡산에 오를 때쯤이
면 멋진 경치를 볼 거라는 예감이 든다. 1,216.4m봉 내리는 길이 여간 사납지 않다. 억센 잡
목 숲속에 인적이 흐릿하고, 타고 넘어야 할 암릉 같은 바위가 출몰한다.
높은 암벽 암릉에 맞닥뜨린다. 오른쪽 가파른 사면을 한 피치 내려 길게 돈다. 내 바로 앞을
가던 챔프 님이 미끄러져 넘어지더니 5m쯤 추락하듯이 떨어져 내린다. 겉으로 보기에 크게
다치지 않았다. 그 대신 배낭 안의 오이를 넣은 플라스틱 통이 박살이 났다. 챔프 님은 이때
대퇴부에 상당한 데미지를 입었다는 핑계(?)로 오후 2부 산행을 포기했다.
마지막 암릉을 돌 때는 선두의 척후로 간다. 전도는 숲에 가려 목측하기 어렵고 지도를 보지
않으면 잘 생긴 오른쪽 능선을 따라 마학골로 가기 쉽다. 마학골(磨學-)은 마학동이라고도
하며 ‘학문을 닦는 곳’이란 뜻으로 조선 중종 때의 문신 갈천 임훈(葛川 林薰, 1500~1584)
의 아버지 임득번(林得蕃)이 갈천을 비롯한 3형제를 가르치고 훗날 갈천의 문인들이 찾아가
학문을 배운 곳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두산백과)
잡목 뚫고 사면을 더 돌아 어렴풋한 능선을 잡는다. 한 차례 뚝 떨어져 내리면 바닥 친 안부
다. 새로이 산을 가듯이 긴 오르막이 이어진다. 암릉이 나오면 맨 앞장서서 길 개척하는 산정
무한 님과 모닥불 님을 연호하여 키 큰 산죽 숲 헤치고 왼쪽 사면을 돌아 오른다. 여전히 하
늘 가린 숲속이다. 개화병 걸려 죽어버린 산죽지대도 지낸다. 이런 데서는 엎어지지 않도록
특히 조심해야 한다. 죽은 산죽에 눈이 찔리기 쉽다.
1,284.2m봉 오르기가 까다롭다. 슬랩이 나온다. 외길이다. 슬랩은 젖어 미끄럽다. 돌부리 움
켜쥐고 오른다. 약간 왼쪽으로 트래버스 하는 시늉을 하여 오른다. 슬랩에 올라 뒤돌아보면
비로소 조망이 트인다. 망망대해다. 운해는 덕유주릉도 금세 삼킬 듯한 기세다. 우리는 그에
쫓기듯이 오른다.
2. 무룡산
3. 덕유주릉 동쪽 산줄기
4. 남덕유산(왼쪽부터 하봉, 중봉, 남덕유산, 서봉)
5. 남덕유산, 그 앞은 삿갓봉
6. 우리가 오른 능선
7. 멀리 오른쪽은 현성산(?)
8. 슬랩 오르는 중, 미끄러워 약간 까다롭다.
9. 금원산
10. 덕유주릉, 삿갓봉, 그 뒤는 남덕유산
▶ 무룡산(舞龍山, △1,492.1m)
마침내 잡목과 잡목에 숨은 바위가 사나운 오르막길이 끝난다. 암봉에 올라서고 덕유주릉
이 70m 옆이다. 암봉이 일대경점이긴 하지만 어디선가 국공에게 관측될지도 몰라 서성이지
않고 비켜난다. 덕유주릉. 우리가 덕유산에 올 때마다 조망이 좋았다. 오늘은 비록 지리산은
보이지 않지만 운무의 향연을 본다. 향적봉 쪽은 가렸고, 남덕유산 쪽은 현란하다. 순식만변
이다.
숲속 길 0.35km를 오르면 무룡산 정상이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이다. 무주 27, 1987 재설.
오지산행에 쥐들이 가고 마고도 갔으니 무가의 발흥을 꾀하자고 무한 님이 무룡산 표지석 안
고 목청을 높인다. 무가는 무룡산, 무한, 무불, 무닥불 …… 이다.
거창군 북상면 갈계리 출신으로 마학골에서 아버지에게서 학문을 배운 갈천 임훈은 대단한
산꾼이었다. 그의 「등덕유산향적봉기(登德裕山香積峰記」의 서두는 이렇다.
“덕유산은 내 고향을 대표하는 산으로 우리 집은 그 산 아래에 있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한순간도 절간에서 공부한 적은 없지만, 일찍이 이 산을 떠나 본 적도 없다. 이 산의 최고봉
이라 불리는 것이 셋 있는데, 황봉(黃峰), 불영봉(佛影峰), 향적봉(香積峰)이다. 나는 젊은
시절 영각사에 머물며 황봉을 올라 보았고 삼수암(三水菴)에 머물며 불영봉에도 올라 보았
다. 오직 향적봉만은 지금까지 올라 보지 못했는데, 그 아래로 갈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송열, 허경진 엮고 옮김, 『조선 선비의 산수기행』)
(德裕。吾鄕之鎭山。而吾家又於其下。余自齠齕。負笈山房者。不一其刹。而未嘗離於是山
之中焉。是山之號爲上峯者有三。黃峯也。佛影峯也。香積峯也。余於少時。寓靈覺寺。因登
黃峯。寓三水菴。因登佛影峯。獨香積峯。迨未嘗一登焉。以無因於其下也。)
(원문은 내가 ‘한국고전종합DB’에서 찾아 옮겼다)
황봉은 남덕유산을 말하고 불영봉은 무룡산을 말한다. 갈천은 향적봉을 53세 때인 1552년
에 올랐다. 갈천은 그 산들을 가마를 타고 간 것이 아니라 걸어서 갔다. 향적봉은 지금은 없
어진 삼수암의 승려 혜웅, 성통과 셋이 함께 올랐다. 갈천이 대단한 산꾼인 것이 향적봉에서
가야산과 금오산을 가려내었다. 내 경우 가야산은 쉽게 알아볼 수 있었으나 금오산은 그렇지
못했다. 그의 「등덕유산향적봉기(登德裕山香積峰記」에서의 관련 구절이다.
“높은 곳에 있으면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는 법이다. 육안으로 보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더
이상 아주 명확하게 볼 수는 없었으나 유독 가야산의 맑고 빼어남과 금오산의 우뚝함만은
몇 번씩이나 멀리서 바라보면서 옛 선인들을 오래도록 그려보았다. 이는 대개 최치원과 길
재의 절의를 늘 우러른 것이 이와 같았기 때문이다.”
(所處之高也。所望之遠也。眼力已窮。殊無所的而獨於伽倻之淸秀。金烏之偃蹇。望眼累
回。瞻想久之。蓋崔學士之風槩。吉太常之節義。心常景仰者如此云。)
최치원은 가야산에 들어가 마침내 산신이 되었다 하고, 고려 말 학자였던 길재는 조선이 건
국하고 수차례 벼슬을 내렸으나 불사이군이라 하여 사양하고 금오산에 칩거하였다.
갈 길이 멀어 서두른다. 단체 기념사진을 얼른 찍고 물러난다. 이제 당분간은 백두대간 길이
다. 길 좋다. 오르내리막이 그다지 심하지 않다. 숲속이라 서늘하다. 줄달음한다. 1,401.6m
봉과 1,425.4m봉을 대깍 넘고 동진하여 1,432.2m봉이다. 평평한 암봉이다. 돌탑에 ‘대기
봉’이라고 쓰여 있다.
덕유산이 조용하다. 딱 한 사람을 만난다. 캐나다에서 영어교사로 왔다는 이국 청년이다. 산
을 갈 줄 아는 청년이다. 챔프 님이 그와 소통하여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땡볕 가득한
1,432.2m봉이다. 휴식한다. 무불 님이 예의 준비했다는 돼지순대와 머리고기가 웬일인지 인
기를 잃었다. 여름이라서 일까? 나만 부실한 아침을 푸짐히 대용한다. 우리는 1,432.2m봉에
서 덕유주릉 백두대간을 벗어나 동진한다.
다시 울창한 잡목 숲속에 들고 부지런한 몸놀림으로 길게 내렸다가 잠시 멈칫하여 1,379.9m
봉이다. 오모 님에게 하산 길을 맡기고 그저 뒤따른다. 인적이 흐릿하여 미로이지만 아는 길
을 가듯이 휘돌며 쭉쭉 내린다. 내리막이 주춤한 1,142.6m봉은 너른 헬기장이다. 종착지 뒷
골이 가깝다. 작년 여름에 무룡산에서 명천계곡으로 하산하였다가 뜻밖에 만난 국공과의 악
연을 생각하면 뒷골도 그럴 공산이 없지 않다.
오모 님과 모닥불 님을 척후로 보낸다. 급전직하 가파른 내리막이다. 고개를 숙여도 고개를
들어도 볼 것이 없으니 우르르 쏟아져 내린다. 무덤이 연속해서 나오니 뒷골 인가가 가깝다.
개활지가 나오고 오미자농원 평상이 보인다. 그쪽이 길이 분명하리라. 평상을 지나자마자 길
따라 오른쪽 비탈을 내리니 산자락 도는 임도다. 임도는 곧 농로로 이어진다.
척후인 오모 님이 아무 일 없다고 했다. 씩씩하게 내린다. 산수경로당 앞 아스팔트 대로다.
경로당 앞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두메 님 불러 점심밥 먹는다.
11. 덕유주릉 동쪽 산줄기
12. 기백산, 금원산, 맨 오른쪽 가린 산은 월봉산
13. 금원산
14. 우리가 넘어온 1,216.4m봉
15. 왼쪽이 우리가 넘어온 1,216.4m봉, 멀리 오른쪽은 현성산(?)
16. 남덕유산 쪽 덕유주릉
17. 맨 뒤는 못봉 넘어 수령으로 가는 백두대간, 그 앞이 우리가 내릴 능선
18. 무룡산 정상에서
19. 무룡산 정상에서
20. 무룡산 정상에서
▶ 병곡리계곡, 1,110m봉
2부 산행. 산행 마칠 시간은 16시 언저리로 정해진 것. 그 시간을 때워야 한다. 동엽령을 갔
다 오기로는 너무 멀고 병곡리계곡 입구 빙기실교 근처의 산이 적당하다. 빙기실은 병곡리의
이 고장 말이다. 병곡리계곡은 대하골계곡과 상여덤계곡에서 내려오는 계곡이 합해져 그렇
게 부른다. 대하골계곡은 동엽령(1,320m)으로 올라가는 쪽, 상여덤계곡은 상여덤봉
(1,445m)으로 올라가는 쪽의 계곡을 말한다.
병곡리계곡 입구에는 동엽령이나 상여덤봉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없다. 계곡 깊숙이 넓게 등
로를 다듬었고 지계곡을 건너는 데는 무지개다리를 놓았고, 등로 옆의 가파른 절벽에는 목책
을 설치하였다. 그런데도 비지정탐방구간인 것만 같아 발걸음이 무척 조심스럽다. 음식점 주
차장을 지나고 고추밭을 지나고 송어양식장(담이 높아 송어가 잘 크는지는 보지 못했다)을
지나고 카메라가 지켜보는 바리케이드를 지나고 무지개다리 건너 산자락을 돈다.
가파른 산모퉁이를 몇 차례 그대로 보내고 옅은 지능선을 골라잡는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
트가 시작된다. 고도 450m를 올려쳐야 한다. 오후 들어 지열이 후큰 달았다. 첫발자국 절개
지 오를 때부터 가파르다. 식후라서 몸이 비둔하다. 아무 인적 없는 우리의 길이다. 풀숲은
나타나지 않고 잡석 섞인 흙길이다. 여러 악조건이 겹쳤다. 발걸음이 팍팍하다. 땀을 비 오듯
쏟는다.
고도 150m 높이고 휴식한다. 땀을 쏟아 낸 만큼 얼음물을 들이켜 보충한다. 물배가 불룩해
진다. 다시 고도 150m를 높인다. 마냥 일로직등 하기는 따분하여 약간의 산죽과 풀숲이 보
이는 사면을 누비며 오른다. 가쁜 숨이 턱까지 차올라 능선이다. 또 고도 150m를 올라야
1,110m봉이다. 가파름이 한결 수그러든 능선이다. 그 대신 드센 잡목 숲을 헤치느라 힘이 다
빠진다.
첨봉이 바로 눈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직등하게 될까 손바닥에 땀이 고인다. 다가가자 암
릉이 가로막는다. 왼쪽 사면으로 비켜간다. 키 큰 산죽 숲을 헤친다. 넙데데한 사면에 이르고
다들 얼추 1,110m봉에 올랐으니 이제 그만 내려가자고 한다. 정상까지는 불과 수십 미터 남
았다. 내 그럴 수는 없다 하고 서슴지 않고 발길을 돌려 오른다. 덩달아 모두 오르고 만다.
가쁜 숨을 진정하고 대간거사 총대장님의 회심의 작품인 냉환타를 분음한다. 여름 산을 가는
충분한 이유다. 이 달콤하고 시원한 맛을 보려고 그야말로 무진 애를 썼다. 절벽에 다가가 수
렴 걷고 오전에 올랐던 덕유주릉의 1,432.2m봉과 그 아래 동엽령을 들여다보고 하산을 시작
한다. 가파른 사면의 풀숲을 쏟아져 내린다. 코너링으로 제동하느라 땀이 날 지경이다.
금방이다. 병곡리계곡의 우렁찬 물소리가 차츰 가까워지고 산자락 돌며 동엽령을 오가는 잘
난 등로다. 알탕이 간절하지만 계류까지 가기가 험하고 꽤 멀다. 산굽이 돌 때마다 알탕할 기
회를 엿보다가 무지개다리 건너고 만다. 빙기실교. 버스에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부리고 안
의로 달려간다.
21. 맨 뒤는 못봉 넘어 수령으로 가는 백두대간, 그 앞이 우리가 내릴 능선
22. 1,432.2m봉(대기봉)과 우리가 내릴 능선
23. 산자락 묵밭의 개망초
24. 클레마티스, 병곡리계곡 입구의 음식점 화단에서
25. 클레마티스, 병곡리계곡 입구의 음식점 화단에서
26. 가운데가 1,432.2m봉(대기봉), 그 왼쪽 능선을 우리가 내렸다.
27. 가운데 잘록한 데가 동엽령
28. 송어양식장 지나 병곡리계곡 입구(빙기실교)로 가는 중
29. 병곡리계곡 지계곡 계류
첫댓글 그동안 덕유산을 꽤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가보고 아직 멀었다고 느꼈습니다. 누군가 흔들릴 때마다 한잔 이라고 했던 것처럼 기분 센치해질 때마다 가봐야 겠네요.
무더운 날 운무속에서 헤매이다보니 별로 더운줄 몰랐습니다. 덕유 운무들의 향연을 잔뜩 감상한 눈과 손이 즐거운 날이었는데,,,오후에는 마냥 숲속이라 사진이 없군요^^ 고생많으셨습니다
이것도 같이 보시길 ~~~
https://youtu.be/OhNieUc0Qic
PLAY
덕유산 새들의 지저귐이 아직도 맴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