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8. 28. 선고 2020고정888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피고인 A
검사 박수(기소), 조영민(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송천, 담당변호사 조훈목
판결선고 2020. 8. 28.
주문
피고인을 벌금 7,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금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B그랜저 승용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9. 10. 18. 04:26경 서울 강서구 소재 올림픽대로 개화 나들목 부근을 방화대교 방면에서 천호대교 방향으로 4차로 중 2차로를 따라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불상의 속도로 진행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는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피고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조향장치 및 제동장치를 제대로 작동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하고 앞선 자동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진행한 업무상 과실로 때마침 피고인과 같은 방향편도 2차로에서 진행하던 피해자 C(여, 36세)이 운전하는 D 마티즈 승용차의 후미 부분을 피고인의 승용차 전면부로 충격하여 피해자에게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게 함과 동시에 피해자 E 소유인 위 마티즈 승용차를 수리비 3,152,015원이 나오도록 손괴하고도 부상자 구호조치 등 사고 발생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승용차를 운전하여 그대로 도주하였다.
증거의 요지
1. C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간이교통 포함)
1. 교봉사고 발생상황진술서
1. 교통사고 발생상황보고
1. 교통사고보고(실황조사서)
1. 사고차량 및 현장사진
1. 견적서, 진단서
1. 수사보고(피해자의 지인 F과의 전화상 진술)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3 제1항 제2호, 형법 제268조(도주치상의 점), 도로교통법 제148조 제54조 제1항(사고후 미조치의 점)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
1. 형의 선택
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 1항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요지
피고인이 피해자 C에게 3주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게 하고, 차량을 손괴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피고인은 당시 자녀가 앞과서 자리를 떠났을 뿐 상황을 모면하기 위하여 도주했다는 인식이 없었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1)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이라 한다)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말미암아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 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사고운전자가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에 대하여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도15172 판결,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4도250 판결 등 참조).
2) 특가법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에게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생명·신체에 대한 단순한 위험에 그치거나 형법 제257조 제1항에 규정된 '상해'로 평가될 수 없을 정도의 극히 하찮은 상처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이어서 그로 인하여 건강상태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위 죄가 성립하지 아니하며, 특가법 제5조의3에 정한 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에 관한 규정의 입법 취지와 그 보호법익 등에 비추어 볼 때, 사고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 하는 때에는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 장소를 떠났다고 하더라도 특가법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가 성립하지 아니하나,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는지 여부는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그 상해의 부위 및 정도, 사고 뒤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되,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이 사고를 야기한 자에게 응급적인 수습책임을 부여하고 있음에 비추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측에서 구호조치가 불필요함을 적극적으로 표명하였다거나 기타 응급적인 조치가 필요 없다는 사정이 사고 직후의 시점에서 객관적이고 명확히 드러나야 할 것이고, 단지 사고 직후 피해자의 거동에 큰 불편이 없었고 외관에 상처가 없었으며 피해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것으로 사후에 판명되었다는 등의 사유만으로 가벼이 그러한 필요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도5525 판결,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4도214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 C이 이 사건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는 것을 알았거나 적어도 상해를 입었을 수도 있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구호조치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도주의 범의를 가지고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고
즉, ①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차량들의 파손 정도(피고인차량은 앞범퍼 일부가 떨어져 지면에 닿아 있고 본네트가 찌그러들 정도로 파손되었고, 피해차량은 뒷범퍼의 일부가 파손되고 차량 뒷면도 찌그러 들었다). 이 사건 사고의 경위(피고인차량이 전방에 진행하던 피해차량을 추돌한 것으로 피해자 C으로서는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던 점), 피해자 C도 "올림픽대로 김포방향 개화 IC 부근 2차로에서 시속 약 80km 로 진행하던 중 후방에서 강한 충격을 받고 차에 실려 있던 짐이 앞으로 다 쓰러지고 얼굴도 차량 내부에 부딪혀서 피가 나는 등 충격을 받았습니다"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증거기록 2-2, 제24면), ②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해차량 수리비로 뒷범퍼 교환 등 합계 3,152,015원이 소요되고, 피해자 C에게 사고 직후 충격으로 안면부에 상흔이 남았으며, 사고 직후 경추 및 요추의 염좌 및 긴장, 열린 두개내 상처가 없는 진탕 등으로 약 3주간의 안정가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점 등에 비추어 피해차량의 손괴정도나 피해자 C이 입은 상처가 가볍다고 볼 수 없는 점, ③ 피해자 C은, "이 사건 사고 직후 피해차량을 길 가장자리로 옮기자 피고인이 다가왔고, 자신이 차량에서 내려 현장을 촬영한 후 남편과 지인에게 통화를 시도하던 중 피고인이 명함을 주고 피고인차량을 몰고 현장을 이탈하였다", "남편과 통화하려 하였으나 통화가 되지 않아 아는 동생에게 전화하여 '사고가 났는데 무섭다. 어떻게 해야되나'라는 통화를 하던 중 피고인이 차를 몰고 도주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2-2 제24, 25면), 피해자 C과 통화한 상대방도 위와 같은 취지로 수사기관에 진술 하였으며(위 기록 제30면), 피해자 C의 남편이 2019. 10. 18. 05:59경과 같은 날 06:05경 112에 신고한 점, ④ 피해자 C은 피고인이 현장을 이탈한 후 자동차사고 경험이 처음이고 피해차량이 아버지 소유라서 가입한 보험사도 알지 못하여 견인요청 등을 하지 못하고 파손된 피해차량을 서행으로 운전하여 자신의 집으로 이동하였다고 진술한 점(위 증거기록 제25, 26면), ⑤ 이 사건 사고는 새벽시간에 발생하였고 사고지점은 차량들이 고속으로 진행하는 자동차전용도로로서 피해차량의 파손상태가 심각하여 피해차량을 그대로 두었을 경우 제2차 사고의 위험성이 있었던 점, ⑥ 피고인은 "피해자가 괜찮다고 하고 자신이 볼 때도 피해자의 상태가 괜찮다 보여 자신의 명함을 주었고 피해자가 현장을 떠나도 괜찮다고 승낙을 한 것으로 알고 현장을 떠났으므로, 도주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나,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차량 및 피고인차량의 손상정도, 피해자 C의 안면부에 상흔이 남았고 이후 경추 및 요추의 염좌 및 긴장, 열린 두개내 상처가 없는 진탕 등의 진단을 받았던 점, 피해자 C이 처음 교통사고를 당하여 남편과 통화를 시도하고 지인에게 전화하여 처리방법을 문의하였던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C에 대한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당연히 부정된다고는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 C이 피고인의 현장이탈을 승낙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음주운전 및 무면허운전으로 각 벌금형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추돌사고를 일으킨 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도주 범의를 부인하고 있어 그 죄책 중하다. 다만, 피해자들이 피고인차량이 가입된 종합보험으로 피해를 전보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 외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이 사건 변론 및 기록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형을 정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