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089 --- 뻥튀기는 먹어도 배부르지 않다
남의 이야기는 곧잘 하면서 내 이야기라면 펄쩍 뛴다. 아예 입줄에 오르는 것을 싫어하다. 그런데 남의 이야기는 능청스럽게 잘도 퍼 나른다. 내 이야기는 속이 꽉 차야 하는데 뻥튀기처럼 할 수 없다. 그보다 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없지 싶다. 내세울 것이 있었으면 벌써 고상하게 포장해서 내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남의 이야기는 아무렇게나 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에 자유스럽고 편안한 것이다. 참으로 못된 차별화다. 마음대로 보태고 빼고 편집한다. 확인이 되지 않았거나 아예 없는 것을 흥미 위주로 창작수준으로 능란하게 만들어낸다. 듣는 사람들이 솔깃해하는 모습에서 짜릿한 재미를 느끼나 보다. 아무런 부담 없이 각본을 짜고 그럴 듯 각색하여 애드벌룬을 띄운다. 참으로 별난 재주꾼이다. 남의 소소한 일까지 왜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고 하듯 실감 나게 한다. 구미에 당기도록 양념을 듬뿍하여 그냥 지나치기에는 이미 중독되었다. 그러면서 남이 내 이야기를 하면 질색이다. 친절해도 절대 사절이다. 왜 남의 이야기는 그래도 괜찮은데 내 이야기는 안 되는지 완전 이중잣대다. 거짓이라는 허위성에 꾸밈이라는 포장이 듬뿍 되어있음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남의 이야기는 그토록 재미가 있으면서 내 이야기는 쥐구멍을 찾는 것이다. 진액으로 너무 독하면 적당히 물을 타야 하고 너무 싱거워도 제맛을 못 낸다. 그런데 이건 물을 탄 것이 아니라 아예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만들었거나 중요한 대목을 입맛대로 조작한 것이다. 그러니 괘씸하며 아예 회피한다. 사실과 달라도 너무 달라 물의를 일으키며 반발이 만만치 않다. 책임을 져야 하는데 오히려 성깔을 부린다. 참으로 제멋대로다. 이것은 뻥튀기가 아니라 완전 불량식품이다. 뻥튀기는 몇 배 부풀려진 속 빈 강정처럼 심심풀이로 먹는다. 그래도 뻥튀기는 은근히 입에 당기며 먹어도 그만이고 안 먹어도 그만이듯 부담감이 없다. 뻥튀기는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뒤탈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