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노트
[ PROLOGUE ]
“너에게는 살 이유도 또 죽을 이유도 전부 있지. 나에게는 아무것도, 어느 쪽도 없어.”
그는 전립선 내부에서 살고 있었다. 자기는 그저 생물일 뿐이라는 통렬한 사실 속에서.
“……돈이 방향을 전환했기 때문이죠. 모든 부는 부를 위한 부가 되어 버렸어요. 그것 외에 막대한 부라는 것은 없어졌죠. 돈은 이야기적인 성질을 잃어버렸어요. 딱 회화가 한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돈은 자신에게 밖에는 말을 걸지 않아요.”……
“모든 것이 역사야.” 자
“너는 자신을 파멸시킬 때조차 남보다도 더 화려하게 실패하고 더 많이 손해를 보지 않으면 만족하지 않아. 남보다도 더 화려하게 죽고, 남보다도 더 악취를 흩뿌리지”
-소설 ‘코스모폴리스’ 중에서-
[ ABOUT MOVIE ]
세기의 예술 거장들이 만났다!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와 작가 돈 드릴로의 만남!
프랑스의 유명 영화 잡지 ‘르 몽드’지는 <코스모폴리스> 시사회에 앞서, “세기의 거장들이 힘을 합친다면, 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까?” 라는 헤드라인을 사용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밝힌 바 있다. <코스모폴리스>는 세계 현대 영화사의 개성 있는 축을 담당해온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신작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가 미래를 예언하는 소설가 돈 드릴로의 10년 전 소설 ‘코스모폴리스’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포스트 모더니즘 소설의 대부이자, 세계 경제를 예언함과 동시에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힌 인류에게 끝없이 경고를 해온 작가 돈 드릴로. 그는 현존하는 작가 중 가장 많이 노벨 문학상 후보에 지명됐을 만큼 뛰어난 작품성과 견고한 작가관을 유지하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의 작품은 그 동안 수 없이 많은 영화화 제안을 받아왔지만, 작품이 가진 위대한 메시지 때문에 영화화가 줄곧 실패했었다. 그렇기에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이 처음 영화화를 제안했을 때도 작가는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은 “영화화를 할 때 어려운 점은 전혀 없었다. 10년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 세계 경제상황과 잘 맞아떨어진데다, 원작 자체가 하나의 대본 같았다.” 라고 밝혔고, 그는 단 6일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해 제작자와 원작자를 놀라게 만들었다. <코스모폴리스>는 2012년 세계 경제 공황이 다시 한번 찾아오고, 폐허가 되어가는 거대 국제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뉴욕 자체가 국제도시의 대명사가 된 바, 그 곳을 배회하는 수 많은 노동자들은 에릭 패커 (로버트 패틴슨)의 직업이 마치, ‘돈을 갖고 논다’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결국 세계 경제 공황이 발발한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 당한 에릭 패커. 그는 쥐가 화폐 단위로 통해버린 뉴욕을 허망하게 직시하며 충격적 결말을 선사한다. 위대한 메시지와 함께 감각적 화면으로 관객들을 한 번에 매료시킬 <코스모폴리스>를 통해 세기를 대표하는 두 거장의 만남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할리우드 가십맨에서 배우가 되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페르소나 로버트 패틴슨!
<코스모폴리스>에 주연으로 로버트 패틴슨이 낙점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수 많은 외신들은 우려를 표했다. “뉴욕으로 간 뱀파이어” 라며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 변하지 않는 그의 연기실력과 작품 활동을 비꼬는 듯한 말들도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칸 국제영화제에서 <코스모폴리스>가 공개되자 마자 이러한 우려는 눈 녹듯 말끔히 사라지며, 과연 거장이 디렉팅한 배우의 연기라는 찬사를 얻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씨네21 리뷰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가를 호령하는 젊은 재벌 에릭 패커(로버트 패틴슨)는 초호화 리무진을 타고 뉴욕을 가로지르는 중이다. 도심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시위대로 들끓고 있고 그들 중 누군가는 패커를 모욕하거나 죽이고 싶어 하지만 그는 어딘지 자기만의 고민에 빠져 있다. 그는 엉뚱하게도 머리를 깎고 싶을 뿐이고 유년 시절의 추억이 담긴 그 허름한 이발소에 가고 싶을 뿐이다. 패커와 관련된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차 안으로 초대되어 대화를 나누거나 섹스를 나눈다. 패커의 회사 부하 직원들, 경제이론가, 사회학자, 경호원 등등. 그러는 사이 패커는 자신의 투자가 대실패했음을 알게 된다.
<코스모폴리스>는 미국의 유명 작가 돈 드릴로가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캐나다의 거장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는 영화화하기 까다로워 보이는 소설의 내용을 단 며칠 만에 각본으로 탄생시켰고 그 결과 시종일관 기괴함이 흐르는 영화 한편이 태어났다. 기괴함의 진원지는 의외로 이런 것들이다. 시종일관 어눌하고 어둡고 무심하게 이어지며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무료함을 전하는 그 표정과 장광설. 그에 반해 점점 더 과격하고 무섭게 달아올라 용광로처럼 변해가는 도심의 지옥 같은 분위기. 고요함으로 가득한 리무진의 내부, 하지만 도발과 아우성으로 가득한 리무진의 외부, 그 안과 밖의 극단적 대비. 크로넨버그는 그러한 것들로 이 영화를 칠하여 묵시록적인 도시 괴담을 그려낸다. 한편,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로버트 패틴슨이 주인공 패커 역을 연기하는데 그는 비로소 이 영화를 통해 연기를 할 줄 아는 배우라는 걸 보여준다. 헐벗고 지친 그의 표정과 몸짓과 목소리가 전에 없이 압도적이다. 크로넨버그는 패커라는 이 인물을 통해 마르크스의 그 유명한 문구를 뒤집은 다음 그 뒤집힌 비유가 분위기로 표현되기를 바란 것 같다. 말하자면 <코스모폴리스>에는 ‘패커라는 자본주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글 정한석(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2013-07-01
출처: 씨네21